배우 아닌 투자자 이제훈, 文에 "스타트업, 배우 성장과 유사"

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2019.03.21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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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금융홀대? '文의 관심' 드러낸 혁신금융 선포식 네 장면(종합)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서울 중구 IBK 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혁신금융 비전선포식에서 혁신금융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2019.03.21.   photo1006@newsis.com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서울 중구 IBK 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혁신금융 비전선포식에서 혁신금융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2019.03.21. [email protected]


21일 오전 서울 중구 기업은행 본점. 문재인 대통령이 혁신금융 비전선포식에 참석해 창업경영자와 투자자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행사에 앞서선 혁신금융 분야에 종사하는 기업은행 직원 20명과 대화를 나눴다.



선포식에는 영화배우 이제훈씨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배우이면서 마켓컬리 등에 투자한 이른바 앤젤 투자자이다.

문 대통령의 연설이 끝나고 무대에 최종구 금융위원장,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 전호걸 ㈜아이오베드 대표이사, 오인선 ㈜숨비 대표이사, 이혜민 핀다 대표, 유진산 파멥신 대표이사, 김승재 재영솔루텍 대표이사, 이제훈씨 등이 올라 현장 대담을 나눴다.



이씨는 "기업과 금융을 이야기하는 자리에 제가 이렇게 참석하게 돼서 다소 낯설기도 하지만 초대 감사하다"며
"김슬아 대표님의 마켓컬리는 제가 투자한 기업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스타트업에 우연히 좋은 기회로 힘을 보태게 되면서 그 과정이 좋은 배우로 성장시키는 과정과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엔젤투자자 역시 한 기업이 성장할 때 힘을 보탤 수 있다"며 "최근 참신한 아이디어나 성장 가능성이 있는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엔젤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약소하지만 저의 투자로 스타트업이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작은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 자리에 계신 많은 분들에 비하면 작은 투자자에 불과한데 저와 같은 사람들이 많이 늘어난다면 우리나라 스타트업 중에서도 앞으로 글로벌 기업이 탄생할 수 있지 않을까 감히 기대해 본다. 앞으로 계속 열심히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4일 오전 서울 삼성동 코엑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3회 납세자의 날 기념식에서 배우 이제훈이 모범납세자로 선정돼 대통령 표창을 받고 있다. 2019.03.04.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4일 오전 서울 삼성동 코엑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3회 납세자의 날 기념식에서 배우 이제훈이 모범납세자로 선정돼 대통령 표창을 받고 있다. 2019.03.04. [email protected]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는 "아마존의 첫 10년을 생각했을 때 만약에 미국 금융기관들이나 금융인들이 적자 보는 기업의 미래를 보지 못하고 투자를 해 주지 않았더라면 굉장히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며 "금융이 회사별로 리스크와 이 산업의 성장성을 잘 이해하시고, 이것을 기반으로 다양한 투자 규모, 투자 기관을 고려해서 투자를 집행해 주시면 한국에서도 아마존과 같은 (기업)들이 좀 더 많이 나오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핀테크 업체 '핀다'의 이혜민 대표는 "창업기업의 입장에서 초기의 시간이 가장 중요한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후속 투자를 받으러 다녀야 한다"며 국내와 해외의 차이점, 국내 벤처캐피탈의 보수적 투자 관행 등을 언급했다. 이어 "투자 리스크를 과감히 인수할 수 있는 혁신금융 비전이야말로 많은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앞서 기업은행 직원들과 대화에선 혁신금융 비전의 화두인 일괄담보제, 콘텐츠투자 관련 기업은행 직원들의 목소리를 듣고 질문도 던졌다. 대화는 때로 함께 웃음을 터뜨리는 등 화기애애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최종구 금융위원장, 윤석헌 금융감독원장과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 등이 대화 자리에 함께 하며 문 대통령 질문에 답변하기도 했다.

#극한직업 투자 "그건 벌었겠네…수익 미진하더라도 해주길"= 문 대통령은 영화 등 콘텐츠 투자에 대해 "흥행 가능성을 보고 투자해서 수익이 나면 이익을 배분 받는 거고 수익이 나지 않으면 손실을 볼 수도 있고요?"라고 물었다. 담당자인 이한결 대리는 "네, 손실을 볼 수도 있다"며 "잘 선택해야 한다"고 답해 참석자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문 대통령은 "손실 보면 야단맞지 않습니까"라고 재차 묻자 이 대리는 "그래도 수익을 좀 더 많이 내는 편입니다 현재는"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조금 모범적으로 하면 좋겠다"며 "수익이 나면 더 좋겠지만 수익이 다소 미진하더라도 문화 콘텐츠 산업들을 계속적으로 육성하는 차원에서… 은행에서 투자까지 해준다니까 더 고마운 일"이라고 말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최근에 흥행한 '극한직업'도 여기서 투자를 했다"고 거들었다. 문 대통령은 "그래요? 그건 좀 벌었겠네"라고 말했고 참석자들은 다시 함께 웃었다.

#부동산담보 탈피 강조 "적극 면책"= '스마트 동산 담보 대출'을 기획했다는 직원은 "은행에서 동산보다 부동산 담보 더 선호하는 이유는 부동산은 이동 가능성 없어 사후관리 부담이 없고 또 경매 시장이 발달돼 평가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담당자 입장에선 굉장히 큰 부담이겠다. 잘되면 좋은데 행여 잘못되면 문책을 받는다든지 그럴 수도 있을 테니까"라며 "그럴 경우 어떻게 합니까 행장님"이라고 말했다.

김도진 행장은 "본인 중과실, 고의 아니라면 면책시켜주는 걸로 정부와 협의해서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석헌 금감원장도 "적극적으로 그런 방향으로 저희들이 지원을 하겠다"고 말했다. 윤 원장은 "그런 부분 적극 반영해서 높은 점수 받으시면 종합검사 부담도 좀 줄어들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그게 꼭 돼야 할 것"이라며 "욕심 같아선 좀 더 나아가서 담보가 아니라 정말 기술력, 미래 성장 가능성 그런 것을 보고 투자·대출할 수도 있는 것이다. 거기까지 가야 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청와대 본관에서 잭 도시 트위터 CEO(최고경영자)와 접견을 마친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2019.03.21.   pak7130@newsis.com【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청와대 본관에서 잭 도시 트위터 CEO(최고경영자)와 접견을 마친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2019.03.21. [email protected]
#창업육성 가점..금감원장 "드리겠다"= 창업기업 육성을 담당하는 세 번째 직원은 IBK '창공'(창업 공간)을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은행이 이런 역할까지 할 줄 몰랐는데"라며 관심을 보였다. 홍남기 부총리는 "기업은행 뿐 아니라 다른 민간 시중은행도 투자 쪽으로 많이 나가야 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금감원장은 (면책뿐 아니라) 이런 일에 대해서는 아예 평가 때 가점을…"이라며 웃었다. 홍남기 부총리도 "가점을 좀 주시죠"라고 거들었고 윤 원장은 "드리겠다"고 답했다.

한편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감독은 가점도 중요하지만 나중에 공공기관 평점 가점도 중요하니까"라며 웃었고, 홍 부총리도 "유념하겠다"라고 화답했다. 기업은행은 공공기관으로 지정돼 있다.

#혁신금융…文 "은행 스스로 시작, 감사"= 네번째 직원은 소상공인 대출 담당자였다. 그는 "최근 정부에서 2000억을 출자해줘서 기업은행이 중소상인, 소상공인 위해 1%대 저금리 특별 상품을 출시했다"고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대부업체라든지 제2금융권, 고금리에 의존하는 분들에게 1% 저금리 아니더라도 중금리라도 은행에 끌어들여서 이자 부담을 낮춰줄 수 있는 것까지는 생각해 볼 수 없느냐"고 물었다. 이에 김도진 행장이 "그런 개발, 상품도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아직도 많은 국민들이, 저조차도 '은행이 안정적인 주택담보대출 그런 쪽으로만 해 가지고 수익도 많이 올리지만, 자금이 혁신 현장이나 기업이나 소상공인이라든지 (필요한 곳에) 제대로 가지 않고 그게 오히려 가계 부채를 늘려서 사회에 여러가지 부담을 주고 있다, 우리 전체 경제 영역에서 가장 변하지 않는 곳이 금융권이다' 이런 얘기 많이들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말씀 들어보면 이미 은행 스스로 굉장히 많은 혁신금융도 시작하고 있다"며 "정말 감사 드리고 싶다. 그런 것들이 충분히 알려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우리가 조금 더 나아가서 혁신성장을 금융이 이끄는 시대가 앞당겨지길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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