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벗은 패권경쟁…美中 숨은 발톱 드러내다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진상현 특파원 2019.03.21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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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무역전쟁 1년]무차별 관세 공격…무역 넘어 첨단 기술, 외교 정책, 안보까지 전방위서 격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1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만찬을 겸한 회담을 가졌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1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만찬을 겸한 회담을 가졌다.


미중 무역전쟁이 본격화된지 1년, 합의점을 찾기 위한 양측의 협상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무역불균형 개선, 위안화 환율 등 많은 이슈들에서 진전을 보고 있지만, 남은 쟁점들도 적지 않다. 문제는 어떤 합의가 나오든 미중간의 대결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는 점이다. 이번 무역전쟁의 본질이 G2(주요 2개국)간의 패권 경쟁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무차별 관세 공격…세계 경제에 암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3월22일 '중국의 경제 침략을 겨냥한 대통령 각서'에 서명하면서 미중간 무역전쟁이 시작됐다. 트럼프 행정부는 무역 불균형 해소와 함께 외국기업에 대한 기술 이전 강요, 지식재산권 침해, 사이버 기술정보 탈취, 자국 기업에 대한 산업보조금 등 불공정을 일으키는 중국의 구조적인 이슈들을 문제삼았다. 미국의 무차별 관세 공격으로 미국이 수입하는 중국 제품 중 총 500억 달러어치에는 25%, 2000억 달러어치에는 10%의 고율 관세가 부과됐다. 중국도 미국이 관세를 부과할 때마다 보복에 나서 총 11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수입품에 맞불 관세를 물렸다. 세계 최대 경제국들간의 관세 공격은 양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28년 만에 최저인 6.6%로 떨어졌다.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는 그보다 더 낮은 6.0~6.5%다.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던 미국도 지난해 하반기 주식시장이 급락하면서 자신감이 뚝 떨어졌다. 세계 경제에도 최대 악재다. 세계은행은 지난 1월 올해 세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0%에서 2.9%로 낮췄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올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성장률 예상치를 1.7%에서 1.1%로 크게 낮췄다.



◇가면 벗은 패권경쟁= 양측의 대결은 패권 경쟁의 색채를 강하게 띤다. 상대의 미래 경쟁력이 핵심 타깃이고, 충돌 지점도 전방위적이다. 미국은 무역협상에서 국가가 중심이 되는 중국 경제의 구조적인 변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중국 제조 2025'로 대표되는 미래 산업 육성 정책도 주요 타깃이다. 무역협상과 별도로 중국이 자랑하는 기술 기업인 세계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에 대해서도 '보안 문제'를 들어 고립 전략을 펴고 있다.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를 잇는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전략을 견제하기 위해 신 태평양 외교안보 전략인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구상'도 들고 나왔다. 안보 분야도 예외가 아니다. 전략적 요충지인 남중국해에서 영유권을 주장하는 중국과 '항행의 자유' 원칙을 견지하는 미국과의 신경전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공세에 '기술 패권'이자 '내정 간섭'이라고 맞서고 있다. 그러면서 반도체, AI(인공지능), 빅데이터, 5G(5세대통신), 자율주행차 등 독자적인 미래 기술 확보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타결 돼도…도처에 갈등 요소 = 3월1일이었던 시한을 연장한 미중 무역협상은 다음주 베이징에서 고위급 협상을 재개한다. 현재까지 협상은 낙관도 비관도 힘들다. 외국기업에 대한 기술 이전 강요, 지식재산권 침해, 산업 보조금 등 구조적 이슈가 여전히 쟁점이 되고 있고 이행 장치도 미국이 부과한 기존 관세 철회 방식을 놓고 막판 진통을 겪고 있다. 중국은 협상 타결과 함께 기존 관세를 모두 푸는 것을 원하지만, 미국은 중국이 실질적인 개선을 이뤄내는 시점에 관세를 없애가는 방식을 선호한다. 협상이 타결 되더라도 미중간의 충돌 지점은 도처에 널려있다. 당장 미중간 합의사항의 이행을 담보할 이행 장치가 가동되는 과정에서 양측의 이견이 촉발될 수 있다. 미국이 기소까지 한 '화웨이 이슈'도 화약고다. 일대일로를 통한 중국의 영향력 확장, 남중국해 갈등 과정에서도 힘겨루기가 계속될 전망이다. 중국의 국가 중심 경제 모델은 AI(인공지능) 등 미래 기술 경쟁 과정에서 언제든 미국의 공격에 빌미가 될 수 있다. 전면적인 갈등 양상이 심화될 경우 미국과 중국이 각자의 경제 블록을 형성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외교 전문가는 "과거의 냉전처럼 상대를 죽이려하기 보다는 각자 잘 살고 인정하는 쪽으로 갈 가능성이 있다"면서 "선택이 강요될 수 있는 G2 디커플링 시대에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우리도 준비를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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