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교수 증인' 두고 간호사 불러낸 퀄컴-공정위 재판

머니투데이 백인성 (변호사) 기자 2019.03.18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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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 "증언하기에 건강상태 안 좋다" Vs "시차로 잠 못자 긴장했을 뿐 문제 없어"

'프랑스 교수 증인' 두고 간호사 불러낸 퀄컴-공정위 재판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와 퀄컴이 1조원대 과징금 부과처분과 시정명령 조치의 정당성을 두고 팽팽한 기싸움을 법정에서 이어갔다. 이날은 외국인 증인의 건강상태를 두고 재판부가 간호사까지 불러 증인의 건강상태를 체크하기까지 했다.

18일 서울고법 행정7부는 퀄컴 인코포레이티드(QI) 등이 공정위를 상대로 낸 과징금처분 등 시정명령 취소소송의 10차 변론기일을 진행하면서 보트람 파지 프랑스 소르본대 교수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이날 퀄컴은 표준화기구인 유럽전기통신표준협회 IPR(intellectual-property-rights) 정책과 업계 관행을 질문하기 위해 파지 교수를 재판정에 내세웠다. 앞서 공정위와 퀄컴은 해당 교수의 증인 채택 여부에 대해 치열하게 다퉜지만 결국 재판부가 해당 증인을 채택하기로 결정했다.

공정위와 퀄컴은 증인신문을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이틀 전 한국에 입국한 보트람 파지 교수의 건강을 두고서였다. 피고인 공정위 대리인들은 "증인의 건강상태가 증인신문을 하기엔 어렵다. 또, 원고측 주신문이 이루어진 후 우리 측 반대신문 절차에서 증인이 건강문제로 신문을 중단하면 어떻게 하느냐"며 "또한 원고의 주신문사항은 다른 교수가 낸 의견서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증인신문을 서면으로 대체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퀄컴측 대리인은 "이미 건강상태는 간호사가 체크했고, 혈압에 이상이 없으며 순간적인 수면 부족과 당 부족으로 인한 것"이라며 "주신문을 오전 내에 끝내도록 줄여보겠다"며 증인신문을 그대로 진행하자고 맞섰다.

재판부는 결국 간호사를 공판정에 불러냈다. 재판부는 "증인의 건강 상태가 어떠냐"고 물었고, 해당 간호사는 "식은땀이 좀 나고 긴장 상태에 있는 것으로 보이며 잠을 많이 자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나 혈압은 정상이고 이전에 앓는 지병 역시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답변했다. 공정위 측 변호사는 "종일 증인신문을 할 경우 건강한 변호인도 저녁이 되면 헤롱거리는데 증인신문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지만 일단 재판부는 증인신문을 진행하기로 했다.

증언석에 들어선 파지 교수는 "ETSI IPR 정책의 준거법이 프랑스법이며, 프랑스법은 계약상 명확하고 분명한 조항은 이를 해석하는 경우 의미 왜곡할 우려가 있으므로 해석하지 않는다"면서 "IPR 규정에 나온 장비(equipment)라는 용어의 범위엔 부품(component)은 포함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두 단어가 따로 쓰이고 있다"고 증언했다.


앞서 공정위는 2016년 12월 칩세트·특허권 시장에서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하고 불공정 거래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퀄컴 인코포레이티드와 계열사인 퀄컴 테크놀로지 인코포레이티드(QTI), 퀄컴 CDMA 테크놀로지 아시아퍼시픽 PTE LTD(QCTAP) 등 3개사에 1조3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퀄컴의 미국 본사인 QI는 특허권 사업을, 나머지 2개사는 이동통신용 모뎀칩세트 사업을 하고 있다. 공정위는 퀄컴이 보유한 표준필수특허(SEP)를 차별 없이 칩세트 제조사 등에 제공하도록 하는 내용의 시정명령도 함께 내렸다.

공정위 측은 퀄컴이 독점적으로 보유한 이동통신기술 분야에서의 표준필수특허(SEP)를 이용해 제조사와 부당한 거래구조를 형성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퀄컴의 SEP를 다른 기술로 대체 불가능한 점을 이용해 칩세트 제조사에는 라이선스 제공을 거절하고, 휴대폰 제조사에는 라이선스 이용을 강요해 높은 수익을 챙겼다는 게 공정위 측 주장이다. 퀄컴은 특허이용을 원하는 사업자에게 SEP를 '공정하고 합리적이며 차별 없이 제공하겠다'는 내용의 국제표준화기구 확약(FRAND, Fair, Reasonable And Non-Discriminatory)을 선언하고 SEP 보유자 지위를 인정받은 바 있다.

퀄컴은 공정위가 주장하는 사실은 구체적인 증거가 없고, 왜곡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퀄컴의 모뎀칩세트 시장 점유율은 하향 추세로 시장지배적 지위가 인정될 수 없을 뿐 아니라 나아가 모뎀 칩세트는 프랜드 확약의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맞서고 있는 상태다.

이 소송엔 공정위 쪽에 애플, 인텔, 화웨이, 엘지전자, 미디어텍 인토퍼레이티드 등이 보조참가로 가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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