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닥경 100일'…심폐소생한 경제심리

머니투데이 세종=민동훈 기자, 박준식 기자 2019.03.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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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원톱'으로 소득주도→혁신성장 정책집중…예타면제·민투 활성화로 경제활력 회복에 방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뉴스1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뉴스1


"다른 말 하지 말고, 경제활력 회복에 총력을 쏟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 후 지난 100일 동안 기재부와 경제 유관부처를 지휘하면서 내건 내부의 '캐치프레이즈'다. 기재부 내부 국과장들은 이를 "닥치고, 경제활력!"이라고 부른다. 최대 경제현안인 일자리 창출은 물론 부진의 늪에 빠진 투자와 수출을 정상궤도로 올려 놓는 것이 부총리가 스스로 지목한 사명인데 이를 위해선 우선 '심리 회복'이 필수라고 여긴 것이다. 오는 19일 취임 100일을 맞는 '문재인 정부 2기 경제사령탑'은 그렇게 석 달 여를 뛰었다.

'수출 난파'에 선장 취임…얼어붙은 심리 '부양책'으로 녹여 =취임 당시 고용을 비롯한 경제지표는 암울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 하락세가 먼저 심각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비롯해 미국과 중국 사이의 통상 갈등,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북미관계 등이 큰 악재였다. 여기에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에 따른 부작용까지 겹쳤다. 홍 부총리가 이에 대해 진단한 응급처방은 급전직하한 경제활력을 되살리는데 집중됐다.



'경제는 심리'라고 판단한 홍 부총리는 지난 연말 '올해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며 소득주도성장 대신 경제활력을 지적했다. 이후 연초부터 잇따라 이를 되살리기 위한 '심폐소생성' 대책을 쏟아냈다.

470조원에 달하는 △'슈퍼예산'의 집행 속도를 가속화 하면서 △24조원대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와 △12조원대 민간투자사업 조기 착공 △수출활력 제고 방안 △상생형일자리 확산 대책을 발표했다. 여기에 최근 대통령이 지적한 미세먼지라는 최대의 사회적 재난을 타개하기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도 기정사실화 했다.



이러한 대대적인 대책은 경제주체의 심리가 동면에서 깨어나는데 서서히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기업들의 투자와 개별 산업 활성화도 중하지만 일단 얼어붙은 심리를 녹이는 마중물을 붓는 게 우선이라는 판단이다. 적재적소에 마련된 경기부양 카드는 실제로 투자를 촉진할 촉매가 되고 있다는 평가다.

홍남기 '닥경 100일'…심폐소생한 경제심리
최근 경제주체들의 '긍정적 심리'가 확산하는 점은 고무적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월 제조업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69로 전월보다 2포인트 올랐다. 3월 전체산업 업황 전망 BSI는 76으로 8포인트 올랐다. 상승폭은 2009년 9월(87) 8포인트 오른 이후 최대치다. 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9.5로 한 달 전보다 2포인트 올랐다.

경제지표도 개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당장 2월 취업자 수가 13개월 만에 최대폭(26만3000명)으로 늘어났다. 물론 이에 대해 임시근로자와 단기 취업시간 취업자가 증가한 것이라는 비판이 존재한다. 일자리 전체의 질이 좋아진 게 아니라는 지적이다. 지난해 2월 최저였던 고용지표가 기저효과를 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소득의 양극화로 하위 1분위 생활이 피폐해지는 것은 현 정부의 과오로 치부할 수 없다. 정부는 갈수록 어려워지는 경제적 차상위 계층과 노인들의 일자리를 조기에 확충하는 정책을 응급책으로 쓰고 있다. 정부 대책은 지난 '송파 세모녀 사건'에서 나타난 사회안전망 취약계층에 반드시 필요한 사안이다.

경제 원톱으로 당정청 완충 역할…카드공제 일몰 언급이 '옥의티' =홍남기 부총리 개인에 있어선 100일간 조율의 리더십을 보인 기회였다. 소통 및 조정능력이 그의 최대 장점이었다. 특히 당정청의 가교역할을 제대로 수행하며 예민한 사안들의 완충지대가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증권거래세 완화와 경유세 등 에너지 세제 조정, 추경 편성 등 당·청에서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폭발력 있는 사안들을 원활하게 풀어냈다. 여기에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을 위해 결정구조 개편을 이끌어낸 것도 홍 부총리의 조율능력을 가늠하게 한 이슈였다.

홍 부총리에 대한 평가는 기재부 국·과장급 사이에서 더 우호적이다. 전임 국무조정실장으로 근무하면서 다양한 현안을 풀어낸 경험 덕분에 정책이해도가 실무를 다루는 현업 집행자보다 높다는 평가도 나온다. 기재부 모 국장은 "상당히 전문적인 내용을 보고한 적이 있는데, 관련 보고서를 빠르게 숙지한 후 미소를 지어 어떤 내색인지 고민한 적이 있다"며 "나중에 보니 이미 청와대와 국무조정실 근무 시절에 (부총리가) 다룬 내용이라 실무자보다 더 많이 알면서도 보고를 경청하면서 과장들의 의기를 북돋운 것이더라"고 말했다.

물론 홍 부총리가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높다. 현재의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올해 1월에 전월보다 0.1포인트 하락해 10개월 연속 떨어졌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약 9조원 수준의 추경예산을 편성해야 올해 정부가 목표한 성장률(2.6∼2.7%)을 달성할 수 있다고 전망하면서 사실상 성장률 전망을 낮춰 지적했다. 최근 신용카드 소득공제 일몰 및 축소를 언급해 '증세논란'에 휩싸였던 것도 홍 부총리에겐 '옥의티'로 보인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단순한 수사가 아닌 정책의 디테일을 살피는 것이 현 부총리의 장점"이라며 "이젠 단기 성과보다는 멀리 보고 긴 호흡의 중장기 계획을 세워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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