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코 재조사 '찻잔 속의 태풍'…즉시연금처럼 소송 안간다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김진형 기자 2019.03.18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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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분조위 이르면 4월말 피해액의 10~50% 보상권고할 듯…은행 받아들일지 미지수

키코 재조사 '찻잔 속의 태풍'…즉시연금처럼 소송 안간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취임 후 시작된 키코(KIKO) 재조사 결과가 ‘찻잔속의 태풍’으로 그칠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이 다음달 ‘불완전판매’로 결론짓고 은행에 기업 손실의 10~50%를 보상하도록 권고할 예정이다. 하지만 소멸시효가 지나 은행이 금감원 조정안을 거부해도 즉시연금처럼 소송전으로 비화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이르면 다음달 말이나 5월 초쯤 분쟁조정위원회를 열어 키코 분쟁에 대한 권고안을 낼 계획이다. 금감원은 지난 15일 발표한 올해 업무계획에서 키코 불완전판매에 대해 ‘법적인 권한 범위 내에서 분쟁조정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키코는 환율이 상한선(knock-in)과 하한선(knock-out) 내에서 변동할 경우 미리 정한 환율에 외화를 팔 수 있는 파생금융상품이다. 중소 수출기업들이 가입했다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환율이 폭등해 큰 피해를 입었다.



금감원은 지난해 7월 남화통상·원글로벌미디어·일성하이스코·재영솔루텍 등 4개 기업으로부터 분쟁조정 신청을 받아 올해초 기업과 은행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지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 변호사가 4개 조정안 초안을 작성하고 있다”며 “이르면 다음달 말쯤 분조위를 열어 권고안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키코 재조사가 시작되자 시민단체들이 ‘사기상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분조위는 사기보단 불완전판매 쪽으로 결론을 낼 것으로 보인다. 윤 원장도 지난 14일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재조사라고 해서 대법원 판결 난 것을 다시 보는 것은 아니다”며 “금감원의 법적 권한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키코사태를 ‘불완전판매’로 보고 일부 피해기업에 대해 은행이 10~50% 보상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분조위도 10~50% 내에서 피해보상을 권고할 가능성이 높지만 은행이 권고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피해기업당 피해액이 수백억원에 달하는 데다 금감원에 민원을 제기하지 않은 다른 기업도 나중에 보상하라고 하면 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은행이 금감원 조정안을 거부해도 키코사태가 즉시연금이나 자살보험금처럼 법정 다툼으로 확산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피해 기업이 은행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시효가 이미 지났기 때문이다. 키코계약은 2007~2008년 이전에 체결됐고 2008년 기업들이 대규모 손실을 봤다. 시효는 계약 체결일로부터 10년, 기업이 문제를 인지한 시점으로부터 3년 이내까지라서 현재는 소멸시효가 완성됐다는 시각이 많다.

윤 원장 소신에 따라 키코 사태가 10여년만에 재조명됐지만 금감원 분조위 권한의 한계, 소멸시효 완성, 대법원 판례 등으로 결론은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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