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증세 후 5년, 상위 20% 소득은 어떻게 기록적으로 늘었을까

머니투데이 강상규 소장 2019.03.1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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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로드]<69>2018년 기록적인 고소득층 소득증대의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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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증세 후 5년, 상위 20% 소득은 어떻게 기록적으로 늘었을까


2018년 한국에 사는 소득 상위 10% 가구(10분위)의 소득은 전년 대비 11.35%(분기 평균)나 급등했다. 통계청이 2003년 소득 통계를 작성한 이래 최대 증가율이다. 그 이전까지 상위 10% 가구의 최대 소득증가율은 2004년의 7.23%였다. 2018년은 이보다 4.12%p나 높다.

상위 10% 가구는 우리나라에서 최상위층이다. 한국에서 이른바 ‘텐프로’(=상위 10%) 안에 들려면 월소득이 최소 841만원을 넘어야 한다. 연소득으로 환산하면 최소 1억87만원이 넘어야 상위 10% 안에 들 수 있다. 지난해 한국에서 최상위층의 소득이 기록적으로 증대했는데, 아무도 그 원인을 모른다.(☞관련기사: 年1억87만원은 벌어야 '10% 고소득자' 소리 듣는다)
소득 상위 10~20% 가구(9분위)의 소득도 지난해 기록적으로 늘었다. 9분위 가구의 소득은 지난해 전년 대비 7.02% 늘어 상위 10% 가구와 마찬가지로 통계 작성 이래 최고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우리나라에서 9분위 가구에 들려면 월소득이 최소 661만원을 넘어야 한다. 연소득으로 환산할 경우 최소 7922만원이 넘어야 한국에서 소득 상위 20% 안에 들 수 있다.



결과적으로 지난해 한국의 고소득층 가구는 기록적인 소득증대를 경험했다. 그런데 어떤 이유로 고소득층 가구의 소득이 역대 최대로 증가했는지 아는 사람이 없다. 더 큰 의문은 아무도 그 원인을 알려고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보통사람들에게 지난해 한국경제가 어땠는지 물어보면 십중팔구 좋지 않았다는 답변이 나온다. 보통사람들의 머릿속에는 지난해 한국경제가 안 좋았고, 올해는 더욱 안 좋을 거라는 비관적인 생각이 박혀 있다. 경제가 안 좋은데 고소득층 가구의 소득이 기록적으로 증가할 수 있을까? 의문을 갖기에 충분하다.



게다가 부자증세가 2018년에 한층 강화됐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지난해 상위 20% 가구의 소득이 기록적으로 증대했다는 사실은 우리를 더욱 헷갈리게 만든다.

사실 한국에서 부자증세는 2013년 박근혜 정부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소득세 최고세율(38%)이 적용되는 과세표준을 3억원 초과에서 1억5000만원으로 낮췄다. 그래서 과거 3억원 초과하는 부자들만 38%의 소득세를 냈지만 2014년부턴 1억5000만원 초과하는 부자들도 최고세율의 세금을 내야만 했다.

부자증세의 효과에 대해 경제학계에선 두 가지 견해로 나뉜다. 부자증세가 부자들의 가처분소득을 낮춰 소비를 줄게 하고 결과적으로 경제 성장을 저하시킨다는 주장과 그렇지 않다는 주장으로 나뉜다. 이와 비슷한 논리로 부자감세를 하면 부자들이 그만큼 소비를 늘려 경제 성장에 기여한다는 학설이 있다. 이른바 ‘낙수효과’(trickle-down)다.


2013년 세법개정안에 소득세 최고세율 과세표준을 낮추는 부자증세가 포함됐을 때 당연히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부자증세의 당위성에 밀려 결국 부자증세 법안은 통과됐고 2014년부터 시행됐다.

그리고 박근혜 정부 후반기인 2016년 또 다시 부자증세가 추진됐다. 이때는 소득세율 38%를 과세표준 5억원 부자까지만 적용하고 5억원을 초과하는 부자는 40%의 세금을 내도록 개정했다. 소득세 최고세율을 전격적으로 올린 것이다. 이때부터 5억원을 초과하는 부자는 과거와 달리 세율 2%를 추가로 부담해야 했다.

2016년 부자증세안은 2013년보다 더 강화된 것이었고 그만큼 학계와 언론의 저항도 컸다. 그러나 당시 중산층·서민 가구의 소득증대와 공평과세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매우 컸던 데다 기업소득이 배당이나 근로자임금 증가, 투자로 환류 되지 않으면 추가로 세금을 내도록 하는 기업소득 환류세제마저 도입되면서 부자증세의 반대 목소리는 묻혀졌다.

그리고 2017년 하반기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부자증세가 더욱 강력히 추진되면서 고소득자보다 한 단계 상위 계층인 ‘초고소득자’라는 용어가 새롭게 등장했다. 이때부터 과세표준 5억원 초과 부자는 초고소득자로 정정됐고 세율도 40%에서 42%로 올랐다. 기획재정부는 2017년 당시 과세표준 5억원을 초과하는 초고소득자가 약 4만6000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에 따르면 전체 국민의 약 0.08%가 초고소득자였다.

부자증세 후 5년, 상위 20% 소득은 어떻게 기록적으로 늘었을까
이렇듯 우리나라에서 부자증세는 2014년(시행시점 기준)부터 점차적으로 강화돼 지난해 말 기준으로 상위 10% 가구는 최소 35%에서 최대 42%의 소득세를 부담해야 한다.

사실 한국에서 부자증세는 소득세율 상향과 과세표준 조정뿐만 아니라 대주주 주식양도차익 과세 강화와 종합부동산세 강화 등으로 다각도로 실행돼 왔다. 예컨대 코스피(코스닥) 종목을 25억원(20억원) 이상 보유한 사람은 주식양도차익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내야 한다. 지난해 말부터 한창 진행되고 있는 공시가격 현실화도 부유층의 보유세 부담을 크게 늘리는 부자증세의 일환이다.

그렇다면 부자증세가 부자들의 가처분소득을 줄여서 소비를 위축시키고 결과적으로 경제 성장을 저하시켰을까? 고소득층이 부자증세에 영향을 받아 가계소득에 타격을 입었을까?

우선 부자 증세가 시행된 2014년의 경제성장률을 보자. 그해 한국 경제는 3.3%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그 직전 연도의 2.9%보다 높고 직직전 연도의 2.3%보다 높았다.

그해 상위 10% 가구의 소득은 4.24% 늘어 직전 연도의 0.21%를 크게 상회했다. 9분위 가구의 소득도 2.24% 증가했다. 중산층 가구에 해당하는 4~7분위 가구들도 그해 소득이 2.76~3.25% 증가했고, 1~3분위의 저소득층 가구도 그해 소득이 3.33~7.47%까지 늘었다. 결과적으로 부자증세로 경제 성장이 저하되고 전체 가구소득이 줄 것이라는 주장은 무력화됐다.

2017년 소득세 최고세율이 38%에서 40%로 상향되면서 다시 부자증세가 강화됐을 때도 한국경제의 성장률은 3.1%를 기록했고, 상위 20% 고소득층은 모두 2%가 넘는 소득 증가를 맛봤다.

과세표준 5억원을 초과하는 초고소득자에 세율 2%를 추가로 부과하면서 부자증세가 더욱 강화된 2018년엔 한국경제의 성장률이 2.7%로 낮아졌다. 그런데 상위 20% 가구의 소득은 역대 최고로 증가했다. 경제성장률이 낮아졌는데 고소득층의 소득은 왜 역대 최대로 증가했을까? 게다가 부자 증세가 5년째 강화되고 있는데도 말이다.

한 가지 더 그 이유를 모르는 것은 2016년부터 고소득층 가구의 소득은 증가하는데 반해 중산층 이하 가구의 소득이 감소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왜 저소득층 가구의 소득은 기록적으로 감소하고 고소득층 가구의 소득은 역대 최고로 증가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부자증세가 5년째 강화되고 있지만 한국경제의 성장률은 크게 저하되지 않고 고소득층의 소득은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으며 급기야 2018년엔 기록적인 증가율을 보였다는 점이다.

소득 통계 결과로만 보면 문 정부의 경제정책인 소득주도성장이 중산층 이하의 소득을 강화한 게 아니라 고소득층의 소득을 올린 건 아닌지 머리를 긁적이게 만든다.

지난해 고소득층 가구의 소득이 기록적으로 증대한 점은 크게 환영할 일이다. 그런데 고소득층 가구의 소득만 증대하는 것은 경제구조적으로 뭔가 크게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 문제점을 파악하지 못하면 제 아무리 좋은 경제정책을 실시해도 우리나라의 가구소득 불균형은 절대 바로 잡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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