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출판사 할까 말까?" 초판본 열풍 이끈 사장님 대답은(영상)

머니투데이 하세린 기자, 이상봉 기자 2019.03.16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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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뷰] 김동근 소와다리 대표, 김소월 '진달래꽃' 등 초판본 출판으로 대박

편집자주 #초판본 #소와다리 #하바별시 해시태그(#) 키워드로 풀어내는 신개념 영상 인터뷰입니다.

윤동주 유고시집인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1955년 증보판). 2016년 2월 영화 '동주' 개봉 즈음에 발간되면서 큰 인기를 얻었다.윤동주 유고시집인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1955년 증보판). 2016년 2월 영화 '동주' 개봉 즈음에 발간되면서 큰 인기를 얻었다.


김소월이 내게 '진달래꽃' 한권이 들어있는 소포를 보내온다. '경성부 연건동 121번지' 당시 출판사 주소와 '속달편', 지금으로 치면 택배 도장까지 찍혀 있다.

이렇게 아이디어 하나로 하루에 1000권 이상씩 책을 팔아치운 1인 출판사가 있다. 바로 '초판본 전문' 출판사인 소와다리다.



소와다리는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었던 초판본을 우리 손에 쥐어줬다. 2015년 김소월의 '진달래꽃'을, 정본으로 여겨지는 중앙서림 초판본의 내용과 표기 그대로 복원하면서 2030 독자들에게 큰 인기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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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와다리를 혼자서 꾸려나가는 김동근 대표(42)의 첫 직업은 반도체 영업맨이었다. 그러나 똑같은 제품을 시황에 따라 비싸게 팔았다, 싸게 팔았다 하는 일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그는 고심 뒤 책을 만드는 일을 업으로 삼기로 했다.



"제가 원래 뭘 만드는 걸 좋아해요. 책은 한번 만들면 그걸로 끝이잖아요. 또 다른 걸 새로 만들어야 하잖아요. 그게 재밌을 것 같아서 출판사에서 5년 동안 일을 배우고 독립을 하게 됐어요."

첫 책은 일본어 학습서였다. 대학에서 일본어를 전공했던 경험을 살린 것이었다. 그런데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터지면서 일본 관련 서적 수요가 급감했다. 출판을 늦춰야 했다.

위기는 기회라 했던가. 1년 뒤 출판된 책은 베스트셀러 대열에 올랐다. 그 돈으로 인쇄종이를 구하기 위해 신용카드 현금서비스로 받은 200만원과 인쇄소 등에 '얼굴 신용'으로 빚진 금액을 모두 갚았다.


그러나 첫 책 출간 이후 김 대표는 전략을 확 바꾼다. 외국어 교육 시장이 책에서 유튜브나 팟캐스트 등으로 옮겨가는 흐름을 눈치채면서다. 그는 작가 사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저작권이 만료된 책을, 초판본 그대로 내는 전략을 택했다. '대박'을 냈다.

2015년 김소월의 '진달래꽃' 초판본 출판 시 진행했던 '경성에서 온 소포' 이벤트. 발송인 란에 김소월의 본명인 김정식이 쓰여 있다.2015년 김소월의 '진달래꽃' 초판본 출판 시 진행했던 '경성에서 온 소포' 이벤트. 발송인 란에 김소월의 본명인 김정식이 쓰여 있다.
김 대표의 감각적인 마케팅 전략도 성공에 한몫했다. 특히 '경성에서 온 소포' 이벤트로 인스타그램 스타가 되기도 했다. 진달래꽃을 주문한 독자들에게 김정식(김소월의 본명)의 이름으로 당시 경성 우체국의 우표와 도장을 찍어 소포 형태로 보낸 게 널리 공유된 것. "제 詩는 사랑을 받고 있나요, 그때쯤은 獨立을 했을런지요"라는 내용을 적은 엽서와 함께 배달된 소포는 독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이런 아이디어는 어디서 오는 것이냐'는 물음에 김 대표는 "책을 낼 때 어떻게 팔지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 책은 안 낸다"며 "이렇게 하면 어느 정도 팔 수 있겠다고 생각이 들 때 콘셉트를 잡고 기획을 한다"고 말했다. 100~200부만 팔아도 잘 팔렸다고 했을 진달래꽃은 한때 하루에 1000권이 넘게 팔렸다.

이후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백석의 '사슴' 등 한국 초판본 시리즈가 연이어 히트를 쳤다. 그는 현재는 경제적인 부분이 어느 정도 해결됐고, 내고 싶은 책을 내면서, 아쉬운 소리는 안하면서 지낸다고 했다.

지난 7일 인천시청 지하철역에서 만난 김동근 소와다리 대표(42). 아침에 만난 그는 책 주문을 할 시간이라며 양해를 구하고 스마트폰으로 일을 처리했다. 언제 어디서나 일하는 '방랑 출판인'의 모습.지난 7일 인천시청 지하철역에서 만난 김동근 소와다리 대표(42). 아침에 만난 그는 책 주문을 할 시간이라며 양해를 구하고 스마트폰으로 일을 처리했다. 언제 어디서나 일하는 '방랑 출판인'의 모습.
독립출판을 하고 싶다는 사람들에게는 1인 출판과 독립출판의 차이를 정확히 알고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1인 출판은 혼자서 하는 거지만 상업성을 가진 책을 만들어 많이 팔아서 이윤을 추구하는 거고, 독립출판은 그런 자본논리에서 벗어나서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하는 출판입니다. 사실 독립 출판을 하고 싶다는 문의가 많이 오는데, '그럼 (많이) 팔 생각은 없으세요?' 하면 '그건 아니다, 잘되면 많이 팔고요'라고 얘기해요. 그런데 많이 팔려면 처음부터 많이 팔릴 만한 책을 기획해야 합니다."

초판본의 경우 한자어도 많고 문법도 지금과 많이 다르다. 요즘 사람들이 읽기에는 다소 어려울 수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책을 읽는 게 아니라 소장하기 위해 구매하는 초판본 열풍을 우려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 대표의 '예쁜 책' 예찬론은 이어진다. "책을 읽으려면 먼저 책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먼저 그 책을 집어봐야 하잖아요. 책이 예쁘고 겉모습이 좀 맘에 들어야 그 내용에도 관심을 갖게 된다고 봐요. 그래서 책의 외관, 물성이나 표지 디자인도 본문만큼이나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공을 들이고 있어요."

그는 앞으로도 예쁜 책을 내고 싶다고 했다. "제가 가지고 싶은 책. '그림이 너무 예쁘다', '표지가 너무 예쁘다'는 책들이 있는데 아무도 안낸다, 그럼 제가 내요. 그리고 제가 가져요(웃음). 책은 이러이러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은 버리려고요. 앞으로도 꼭 책에 큰 의미를 담지 않고, 책 만드는 과정을 즐기는 사람이라고 기억됐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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