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샐러드배달, 물류·외식 전문가라면 엄두 못냈죠"

머니투데이 김태현 기자 2019.03.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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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정유석 프레시코드 대표…거점 배송 서비스로 강남 오피스빌딩에 샐러드 배달 '인기'

정유석 프레시코드 대표 /사진=이기범 기자정유석 프레시코드 대표 /사진=이기범 기자


“사실 제가 물류나 외식 전문가라면 아침마다 샐러드를 배달할 엄두를 못냈을 겁니다. IT(정보기술) 출신이기 때문에 오히려 겁없이 공간을 공유하는 거점 배송 서비스를 만들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익일 배송에 이어 새벽 배송, 당일 배송까지 이른바 ‘배송 전쟁의 시대’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물류비용 때문에 배송 전쟁은 곧 머니게임을 의미한다. 자본력 없는 스타트업엔 사실 오르지 못할 나무다. 정유석(30) 대표가 이끄는 스타트업 샐러드업체인 프레시코드는 최근 강남 오피스 빌딩에 아침마다 신선한 샐러드를 제공, 인기를 끌고 있다. 배송 업계에선 발상의 전환으로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 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11일 서울 강남구 위워크 선릉역 2호점에서 만난 정 대표는 “남들이 다 하는 것을 싫어했다”며 안정적인 직장생활보다는 사업에 뛰어든 이유를 설명했다. 정 대표는 군입대 후 2010년 해외파병을 지원해 위험한 아프가니스탄에서 무선과 위성장비를 관리했다. 2007년 탈레반의 폭탄 테러로 한국 병사 사망 등으로 주변의 만류가 있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한국에 돌아와 2016년 3월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7평(23㎡) 남짓한 주방에서 시작한 것이 바로 프레시코드다.

프레시코드는 주방에서 만든 샐러드를 계약을 맺은 시내 오피스 등에 설치된 냉장고(프코스팟)에 전달한다. 거점 오피스에 샐러드를 배달하면 고객들이 알아서 원하는 시간에 꺼내 먹는 방식이다. 수요가 있는 곳에 거점을 만들고 고정비용도 거의 들어가지 않는 이른바, 공간을 공유하는 거점 배송 서비스다.



정 대표는 “물류나 외식 종사자처럼 사업에 접근했다면 아마 창업과 동시에 물류센터부터 구하려고 했을 것”이라며 “오히려 오프라인에 얽매이지 않는 유연한 모델을 원했던 것이 거점 배송 서비스 ‘프코스팟'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사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빌딩을 대상으로 베타 서비스를 진행했을 때만 하더라도 긴가민가했다. 그러나 신청회사가 100개에 달했고, 판매량도 1000개에 육박했다. 서비스 론칭 당시 3개 였던 프코스팟을 현재 280개로 늘었다. 주문건수는 일 1500개를 훌쩍 넘어섰다.

정 대표는 "배달해야 할 샐러드가 산더미처럼 늘어나 현재 7평짜리 주방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지금 성수동에 공사 중인 120평(396.7㎡) 센트럴 키친이 완성되면 더 많은 사람들이 프레시코드의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게 웃었다.


이 같은 성과에 힘입어 프레시코드는 올해초 롯데그룹의 벤처기업 인큐베이팅기업 롯데엑셀러레이터로부터 투자를 받기도 했다.

정 대표의 다음 목표는 해외진출이다. 거점 배송 서비스 특성상 전국구 배송망 확보는 어렵지만, 미국 뉴욕과 일본 도쿄 등 대도시에서는 충분히 경쟁이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e커머스 업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머니게임의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란 쉽지 않은 일"이라며 "우리는 우리만이 보여줄 수 있는 경쟁력을 보여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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