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폼페이오 저격한 최선희 "트럼프-김정은 궁합 훌륭하다"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2019.03.15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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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北 "협상중단 고려, 볼턴·폼페이오 비타협적 요구"...트럼프 비판자제 '톱다운' 난국 타개 전략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월 28일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단독회담, 확대회담을 했다고 노동신문이 1일 보도했다.(노동신문) 2019.3.1/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월 28일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단독회담, 확대회담을 했다고 노동신문이 1일 보도했다.(노동신문) 2019.3.1/뉴스1


"두 최고 지도자 간의 개인적인 관계는 여전히 좋고, 궁합(chemistry)은 훌륭하다"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이 15일 북미 협상 중단 가능성을 시사한 평양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미국과 비핵화 협상을 중단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면서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은 삼갔다.

도리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좋은 관계를 의도적으로 부각했다.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의 난국을 '톱다운 방식'의 의사결정 구조로 타개하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최 부상은 "김 위원장이 지난달 북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보인 기이한(eccentric) 협상 태도에 혼란스러워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좀 더 대화하고 싶어했지만 미국의 입장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의 '비타협적 요구' 쪽으로 굳어졌다"고 했다.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한 책임을 미국으로 돌리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두 핵심 참모인 폼페이오 장관과 볼턴 보좌관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이다. 최 부상은 앞서 지난달 28일 북미 회담 무산 후 베트남 현지 기자회견에서 "회담 과정에 미국 측은 영변 지구 핵시설 폐기 조치 외에 한 가지를 더 해야 한다고 끝까지 주장했다"며 미국이 협상을 깼다고 주장했다.



이날 발언을 종합하면 폼페이오 장관과 볼턴 보좌관 등 미국 협상가들의 강경 입장이 북미 정상의 협상을 방해했고 결국 결렬에 이르는 원인이 됐다는 게 북한의 주장으로 읽힌다.

트럼프 대통령과 핵심 참모들에 대한 북한의 분리 대응에는 다각적인 포석이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먼저 협상 재개를 위한 공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다시 넘기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북미 정상의 신뢰와 우호적 관계를 부각해 '단계적 비핵화' 수용을 관철하려는 전략으로도 읽힌다. 지난해부터 이어온 '톱다운 방식'의 협상 전략을 이어가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 회담을 전후해 누차 "김 위원장과 관계가 좋다"고 밝혀 왔다. 지난 8일(현지시간) 북한의 동창리 미사일 시험 발사장 복구 움직임과 관련해선 "북한이 미사일 실험을 재가한다면 크게 실망할 것"이라면서도 "김 위원장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아직 판을 완전히 깰 생각은 없다는 방증"이라며 "미국(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을 보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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