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침묵 깨고 "협상 중단 고려"…무슨 의도 있나

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2019.03.15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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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최후통첩? 새로운 길 모색?…최선희 "조만간 김정은 공식성명 발표"

(하노이(베트남)AFP=뉴스1) 성동훈 기자 = 1일 새벽(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멜리아호텔에서 북한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기자회견을 갖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차 정상회담이 결렬된 입장 등을 밝히고 있다.© AFP=뉴스1  (하노이(베트남)AFP=뉴스1) 성동훈 기자 = 1일 새벽(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멜리아호텔에서 북한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기자회견을 갖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차 정상회담이 결렬된 입장 등을 밝히고 있다.© AFP=뉴스1


북한이 15일 "미국과 비핵화 협상 중단을 고려 중"이라고 제2차 북미정상회담 후 첫 공식입장을 밝혔다. 미국의 ‘빅딜’ 압박에 대한 ‘최후통첩’이란 해석이 나온다. 북미가 '강대강' 대치 국면으로 치달을 지 여부는 트럼프 미 행정부의 반응과 북한이 발표를 예고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성명 수위에 따라 갈릴 전망이다.

◇北 "비핵화 협상 중단고려"…美 빅딜 압박에 최후통첩 맞대응 가능성=러시아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최선희 북한 외무성 부상은 이날 평양에서 외신들을 대상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과 비핵화 협상 중단을 고려 중"이라며 "우리는 미국의 요구에 어떤 형태로든 양보할 의사가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27~28일 제2차 북미정상회담 합의 무산 이후 북한의 첫 공식 입장이다. 최 부상이 지난 1일 하노이 현지에서 한국 기자들에게 "이런 회담을 해야 하나 싶다"고 한 적은 있지만 김 위원장 귀국 후 핵심 당국자가 내놓은 공식입장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 부상은 이날 김 위원장이 곧 북미정상회담 이후 앞으로의 조치에 대한 북한의 계획을 공식적으로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하노이 회담 이후 보름 만에 내부적인 대응 전략과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보인다.



침묵을 지켜 온 북한이 공세적인 입장을 공식화한 것은 회담 후 2주 넘게 미국이 가해 온 '압박'에 대한 '맞대응'일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이다.

미국은 하노이 회담 후 북측에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중심으로 주장해 온 '빅딜'을 받아들이라는 압박을 여러 채널을 통해 지속해 왔다.

북한이 폐기 의사를 밝힌 영변 핵시설 외에 우라늄 농축시설 등 핵물질 및 핵무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생화학무기 등 모든 대량살상무기(WMD) 폐기, 검증에 응하란 요구다.


이 같은 요구가 비핵화를 먼저 한 뒤 상응조치를 하는 이른바 일괄타결 방식을 의미하는 건지, 행동대 행동을 의미하는 단계적 이행을 뜻하는 지에 대해선 미국 측도 모호한 입장을 취해 왔다.

그럼에도 미국은 대북제재 고삐를 죄면서 북한이 요구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해제 역시 어렵다는 뜻을 거듭 직접적으로 드러내 왔다.

이런 가운데 나온 북한의 입장은 미국의 빅딜 요구와 제재를 통한 옥죄기를 두고볼 수 없다는 맞대응 성격이자 '단계적 비핵화' 외엔 양보할 수 없다는 최후통첩 성격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북한이 판을 깨기를 원하지 않는다'게 지금까지의 지배적 전망이었으나, 북미 양측이 모두 주장을 굽히지 않을 경우 상황이 '강대강'으로 치달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올해 1월 신년사에서 언급한 '새로운 길'이 '하노이 노딜' 후 북한의 선택지가 될 수도 있다. 당시 김 위원장은 "우리 인내심을 오판하면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평양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일 (현지시간) 평양 노동당 중앙위원회 청사에서 예전과 달리 이례적으로 소파에 앉아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북남 사이 협력과 교류를 전면적으로 확대 발전시켜 민족적 화해와 단합을 공고히 하여야 한다"며 "전제조건 없이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 AFP=뉴스1  (평양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일 (현지시간) 평양 노동당 중앙위원회 청사에서 예전과 달리 이례적으로 소파에 앉아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신년사에서 "북남 사이 협력과 교류를 전면적으로 확대 발전시켜 민족적 화해와 단합을 공고히 하여야 한다"며 "전제조건 없이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 AFP=뉴스1
◇北의 새로운 길은 핵·경제 병진 회귀?…'가능성 낮아'
=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이 '새로운 길'에 나서더라도 핵·경제 병진 노선을 다시 채택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대내적으로 지난해 4월 '경제건설 총력 집중'을 공식적인 새 전략 노선으로 채택한 김 위원장이 이를 번복하는 모양새를 취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새로운 길'이 얘기될 수밖에 없겠지만 과거로 돌아가는 핵·경제 병진으로의 회귀는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김동엽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조선중앙통신이 아닌 외신(타스)발이란 점에서 외부적 메시지에 무게가 있어 보인다"며 "이 점에서 극단적인 상황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미국 언론 등이 동창리, 산음동 등 핵 관련 시설 내 움직임 등과 관련한 이상 징후 가능성을 주장해 왔으나, 정보당국 등을 통해 '도발 움직임'으로 뚜렷하게 확인된 것 역시 아직은 없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이 대내적으로 합의 불발 책임을 미국으로 돌리면서 내부결속 및 자력갱생을 강조하는 기존의 입장을 강조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청와대는 이날 북측 발표와 관련 "최선희 부상 발언만으로는 현 상황을 판단할 수 없다"며 "상황을 면밀하게 주시하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면서 "어떠한 상황에서도 우리 정부는 북미 협상 재개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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