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큰 딜 쓸어담는 PEF, M&A 막강세력 부상

머니투데이 김도윤 기자, 김명룡 기자 2019.03.17 18:22
글자크기

[공모 집어삼킨 사모펀드]②PEF 지난해 상반기 국내 M&A딜 78.6% 차지…넥슨·롯데 금융 계열사 공개 매각에 활약 두각

[MT리포트]큰 딜 쓸어담는 PEF, M&A 막강세력 부상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는 이제 국내 M&A(인수합병) 시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막강 세력이다. 앞으로 진행될 넥슨 매각 본입찰에는 MBK파트너스가 뛰어들었다. 롯데 금융 계열사 매각 역시 마찬가지다. 롯데손해보험 매각을 위한 숏리스트(적격인수후보)에는 MBK파트너스, 한앤컴퍼니, JKL파트너스 등 국내 PEF가 대거 이름을 올렸다. 롯데카드의 경우 숏리스트가 MBK파트너스, 한앤컴퍼니, IMM PE다.

지난해 국내 M&A 시장에서 이뤄진 1조 원 이상의 대형 거래를 보면 PEF의 높아진 위상을 실감할 수 있다. MBK파트너스가 매각한 코웨이, 오렌지라이프뿐 아니라 SK해운(한앤컴퍼니가 인수), 마그나 유압제어 사업부(한앤컴퍼니가 보유한 한온시스템이 인수) 딜(거래)에서도 PEF가 한 축을 맡았다. 코웨이 인수를 결정한 웅진그룹은 스틱인베스트먼트와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이 같은 PEF의 전방위적 활약은 우선 수조 원에 달하는 펀드를 기반으로 한 탄탄한 자금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MBK파트너스, 한앤컴퍼니, IMM PE, 스틱인베스트먼트는 모두 1조원 이상의 펀드를 결성한 경험이 있다.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 측에서도 수익률 확보를 위해 대체투자 확대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PEF에 대한 위탁 자금을 늘리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실제로 2010년부터 2017년까지 국민연금의 PEF 투자규모는 연평균 20% 이상 증가했다. 이를 바탕으로 최근 PEF들이 수천억에서 수조 원에 달하는 펀드 결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데, 펀드레이징이 예전보다 한결 수월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국민연금의 PEF투자금액은 1조9000억원으로 전년도 1조3500억원보다 5500억원 늘어난 수준이다.



국내 PEF의 업력이 쌓이면서 눈에 띄는 엑시트(투자금회수)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점도 M&A 시장에서 PEF의 위상이 높아지는 데 한몫했다. MBK파트너스는 지난해 ING생명(현 오렌지라이프), 코웨이 매각에 성공하면서 4조 원 수준의 이익을 창출했다. MBK파트너스 펀드에 자금을 댄 국민연금 LP(출자자)도 이 같은 '대박 투자'에 휘파람을 불었다.

또 PEF의 강점으로 적극적인 투자 의사결정과 인수 뒤 기업가치 향상에 초점을 맞춘 경영 전략 효율성 등을 꼽을 수 있다. PEF는 기업 인수 이후 추가적인 가치 향상을 통한 차익 실현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는데, 이를 위해 비용 절감, 마케팅 강화 등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다. 반면 SI의 경우 투자 의사결정이 PEF보다 느릴 수 있고, 시너지 강화에 대한 확신이 들어야 M&A에 나설 수 있다는 점에서 PEF와 차이가 있다.

송종훈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펀드&연금실장)은 "PEF는 앞으로 진행될 국내 산업 재편과 부실 기업 구조조정 등에서 윤활유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재무 및 산업 전문가가 모인 PEF는 경영효율성 제고에 최적화된 전략을 구사하는 만큼 기업 인수 뒤 비용절감이나 사업구조 재편 등을 통한 회생을 일반 기업보다 빠르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역할이 주목된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2005년 국내에 PEF 제도가 도입된 뒤 한 때는 '기업사냥꾼'이란 부정적 인식도 적지 않았지만 최근 자본시장, 특히 M&A 시장에선 PEF의 활약과 위상이 몰라보게 달라졌다"며 "이제 자금력을 갖춘 주요 PEF의 참여 없이는 대규모 바이아웃 공개 매각은 흥행하기 어려울 것이란 인식까지 자리잡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