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보다 성장이 먼저'…코스닥 진입 꺼리는 유니콘기업

머니투데이 박계현 기자, 김명룡 기자 2019.03.12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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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프톤·빅히트엔터·비바리퍼블리카 등 "상장은 아직 먼 얘기"

'상장보다 성장이 먼저'…코스닥 진입 꺼리는 유니콘기업


조(兆) 단위의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비상장기업인 유니콘 기업들이 상장에 나서지 않고 있다. 최근 수년 새 장외시장에서 PEF(사모펀드), VC(벤처캐피탈) 등을 주체로 한 자금투자가 활발해지면서 비상장사 경영진 사이에선 '상장이 급할 것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12일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기준 1399개사에 투자된 벤처캐피탈 투자금액은 3조4249억원으로 지난해 2조3803억원(1266개사) 대비 43.9%가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코스피·코스닥을 합친 공모규모 2조8000억원의 약 85%에 해당하는 수치다.



크래프톤(이전 사명 블루홀), 비바리퍼블리카,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등 수년 사이 급성장한 '유니콘' 기업들은 공개시장을 찾는 대신 장외시장에서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정부 주도의 벤처 모태펀드 자금에 글로벌 IB(투자은행) 자금까지 유입되면서 소수의 '유니콘' 기업에 자금이 쏠리고 있다.

수년째 장외 '대어'로 꼽히는 크래프톤은 증권사 IB(투자은행) 측의 숱한 물밑 접촉에도 아직 주관사 선정조차 하지 않았다. 대신 회사의 초기 투자자들은 텐센트에 구주를 매각해 투자금을 회수했다. 당시 크래프톤의 주당 가격은 65만원 수준으로 이를 보통주·우선주를 포함한 장외주식 수로 환산하면 시가총액 5조1300억원 수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텐센트는 투자 자회사를 통해 지난 9월 말 기준 크래프톤 지분 10.5%를 보유 중이다. 텐센트의 투자금액은 5000억원대 수준으로 알려졌다.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은 공개적으로 "단기적으로는 IPO(기업공개) 계획이 없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반드시 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모바일 금융서비스 '토스(Toss)'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는 지난해 12월 글로벌 투자사 '클라이너 퍼킨스'와 '리빗 캐피털', 기존 투자사에서 총 8000만달러(약 900억원) 투자를 유치했다. 이번 투자 유치로 회사는 약 1조3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비바리퍼블리카는 장외시장에서 지난해 12월 누적 기준 약 22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는 과거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IPO는 '핀테크시장에서 충분한 사업적 확장을 이뤘다'는 생각이 들 때나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방탄소년단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도 증권업계가 관심을 갖는 '유니콘'이지만 구체적인 상장 관련 진행상황은 없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4월 넷마블게임즈가 지분 25.71%를 2014억원에 매입하면서 전략적투자자(SI)로 등판해 당장 상장에 대한 부담을 덜어낸 상태다. 당시 기업가치는 8000억원 수준으로 책정돼 SV인베스트먼트 등 일부 초기 투자자는 최대 원금 27배에 이르는 자금 회수에 성공했다.


유니콘 기업 외에도 성장성 지표를 확인할 수 있는 초기 기업에는 오히려 투자 제안이 넘쳐난다. 최근 1000억원 중반대 기업가치로 시리즈D 투자 유치에 성공한 한 IT 기업 대표는 "SI 측에서 먼저 '최근 5년간 상장할 필요없다'는 조건을 내걸었다"며 "상장을 위해 무리하게 흑자경영을 하기보다 과감하게 투자부터 하라는 조언으로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한 IT 비상장사 관계자는 "시장 밸류에이션이 예전 같지 않은 상황이다 보니 단기 성공만으로 공개시장에 나가기보다 사업경험을 좀 더 축적하는 게 필요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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