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후죽순 '좀비 전문사모운용사' 구조조정 임박

머니투데이 신아름 기자 2019.03.12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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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부실 등록제 금융투자업자 즉시 퇴출 가능케 규정 정비…경쟁력 없는 소규모 전문사모운용사 구조조정 시발점

우후죽순 '좀비 전문사모운용사' 구조조정 임박


금융당국이 부실한 등록제 금융투자업자는 즉시 퇴출이 가능하도록 관련 규정 정비에 나서면서 전문투자형사모(전문사모) 운용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제도 사각 지대에 놓여 있는 '좀비 금융투자업체'를 솎아 내겠다는 것인데, 사모펀드 제도 개편에 힘입어 단기간 내 급팽창한 전문 사모 운용업계 구조조정이 임박했다는 전망이 나온다.

1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금융기관 검사·제재에 관한 규정'의 시행세칙을 개정해 전문사모운용사를 비롯한 투자자문업자, 투자임일업자 등 등록제 금융투자업체의 등록 유지 요건 위반 시 제재 수준을 '등록 취소'로 일원화하기로 했다. 그동안은 기관주의→기관경고→영업정지 등 일련의 과정을 거쳤지만 부실업체의 적기 퇴출을 위해 절차를 보다 간소화하겠다는 것이다.



등록제 금융투자업자는 최저자기자본, 인력, 6개월 이상 영업(수탁고)의 등록 유지 요건을 충족해야 사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돼있지만 지금껏 이를 위반해도 실제 퇴출되는 사례는 거의 없었다. 때문에 시장 신뢰를 떨어뜨리고 투자자 피해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됐다.

실제 전문사모운용사 139개(2017년 회계연도 기준) 중 적자를 내는 곳은 64개로 절반 가까이(46%)를 차지하며, 투자자문·일임업자 175개(2017년 회계연도 기준) 중에서도 적자 기업이 43%(75개)에 달한다.



시장 전문가들은 등록제 금융투자업자의 시장 퇴출 기준 강화가 업계 구조조정의 서막을 연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지난 2015년 사모펀드 제도 개편으로 운용사 설립 요건이 인가제에서 등록제로 바뀐 이후 우후죽순 생겨난 '롱숏' 전략 위주의 전문사모운용업체들이 직격탄을 입을 것이란 전망이다. 롱숏 전략은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은 사고(롱), 내릴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은 팔아(숏) 수익을 내는 것을 의미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 참여자의 급증으로 롱숏 중심의 사모펀드가 너무 많아졌고 여기에 ETF(상장지수펀드) 시장까지 빠르게 커지면서 주식형 위주 전문사모운용사들의 경쟁력이 퇴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모펀드 시장에서 최상위 고액 자산가를 제외하곤 사실상 주식형 상품에 대한 투자자 니즈는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며 "부동산 같은 대체투자로 전략 다변화를 하는 등 대비책을 마련하지 못한 소규모 전문운용사들의 구조조정은 시간문제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전문사모운용 시장을 리딩하는 운용사들은 일찌감치 다양한 투자기법을 활용하고 있다. 업계 1위 타임폴리오는 주식과 채권뿐 아니라 통화 선물, 비상장업체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는 '멀티에셋전략'을 추구한다. 2위 라임자산운용도 주식 외 대체자산으로 투자 전략을 확대하면서 두각을 나타낸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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