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법서 재판 안 돼" 전두환 주장한 '관할 위반' 무엇?

머니투데이 송민경 (변호사) 기자 2019.03.11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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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 전두환, 1996년 이후 23년만에 법정 출석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두환 전 대통령이 11일 오후 광주 동구 지산동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을 마치고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사진=뉴스1사자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두환 전 대통령이 11일 오후 광주 동구 지산동 광주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을 마치고 차량에 탑승하고 있다./사진=뉴스1


5·18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사격을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를 받고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88)이 23년만에 피고인 신분으로 광주지법에 출석해 “관할이 잘못됐다”고 주장해 이에 대한 해석에 관심이 쏠린다.

전씨는 이날 오후 2시30분 광주지법 법정동 201호에서 형사8단독 장동혁 판사의 심리로 열린 재판의 피고인석에 부인 이순자씨와 함께 출석했다. 12·12 군사반란과 5·18 당시 내란 및 내란 목적 살인 등 5·18 관련 피고인으로 법정에 선 것은 1996년 이후 23년만이다.



전씨 측은 “이 사건은 당원(광주지법)의 사건에 속하지 않는다”면서 “토지 관할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광주지법에서 재판이 진행되는 것이 잘못'이라는 ‘관할 위반’ 주장이다. 즉 '광주지법에서는 재판 못 받겠다'는 것이다.

관할은 어떤 사건을 어떤 법원에 보낼 것인지에 관한 문제를 말한다. 여러 법원이 있지만 어떤 사건을 법원에 보낼 때는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관할 관련 조항에 따라야 한다.



토지 관할이란 형사소송법 제4조에 규정된 내용으로 범죄지, 피고인의 주소, 거소 또는 현재지 법원에서 사건을 처리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전씨는 서울에서 거주하고 있으므로 광주지법에서 사건이 진행되기 위해서는 ‘범죄지’에 광주가 해당돼야 한다. 검찰이 주장한 것도 이 부분이다.

하지만 전씨 측은 “검찰은 광주 지역에서도 사자명예훼손 범죄에 대한 피해가 발생했기에 범죄지라고 주장한다”면서 “광주에서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훼손됐다고 볼 수 없어 명예훼손 결과가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씨 측은 “관할지는 명확한 기준으로 피고인 권리 보호를 위해 존재한다”며 “광주 지역에 토지관할이 없기 때문에 광주지법에 관할권이 없다”고 재차 주장했다.

검찰 측은 "관할 위반 쟁점은 지난해 5월 의견서를 제출해 광주지법에 관할있다는 답변을 받은 바 있다"며 전씨 측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명예훼손 범죄에 대해 인터넷이나 출판물 명예훼손처럼 어느 곳에서든 재판이 가능하다는 것이 사견"이라며 “재판을 진행하다 검토하자”고 말했다.

관할 위반 주장 외에도 재판 진행 중 전씨 측은 공소사실을 부인하며 "헬기사격이 쟁점인데, 현재 대중의 논쟁적 사안"이라면서 "공적 사안에 대해 개인의 비판을 침묵시키는 것은 자유민주주의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검찰은) 2018년 국방부 조사위원회 결과 등 근거로 삼았지만 계엄군에 대한 악감정때문에 조금 사실과 다르게 말하거나 목격자들이 착오를 일으킬 수 있다”며 “과거 여러 차례 조사에서 헬기 사격이 확인되지 않았는데 국방부 조사만 유독 다른 결과를 냈다”고 강조했다.

전씨 측은 이날 △만약 기총소사가 있었다고 해도 적어도 5월 21일 오후 그 시간에 헬기사격이 없었다면 공소사실 인정되지 않는다 △피고인은 기총소사가 없었다고 믿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고의성이 없었다 △문제가 된 표현은 개인에 대한 가치 평가이며 의견 표명일 수 있지만 사실을 적시한 것은 아니다(모욕죄는 될 수 있을지언정 사자명예훼손은 아니다) △역사적으로 사실이 확정되지 않은 사안에 대해서 개인의 의견 표명한 것은 죄가 되지 않는다 등 4가지 주장을 했다.

다음 재판은 오는 4월8일 진행될 예정이다. 전씨가 출석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결정되지 않았다.

앞서 전씨는 이날 오후 12시35분쯤 광주시 동구 지산동 광주지법에 도착했다. 전씨는 경호원 부축을 받지 않고 스스로 걸어서 법정동 건물 내부로 들어갔다. 전씨는 차에서 내려 현장에 있는 취재진과 시민들을 한차례 둘러본 뒤에 느린 걸음으로 비틀거리며 이동했다.

광주시민들에게 사과할 생각없냐는 취재진 질문에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다만 또 다른 취재진이 '발포 명령 부인하십니까'라고 질문하는 과정에서 "이거 왜 이래"라고 말했다.

일부 광주 시민들은 "오월 영령들께 사죄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전씨에게 진정한 사과를 촉구했다. 손팻말을 들고 있는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전씨는 재판이 종료된 후에도 한참동안 법원 건물 내에 머물다가 건물을 빠져나왔다. 바로 차에 오른 전씨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차가 이동하려 했지만 취재진들과 시민들 등으로 길이 막혀 이동이 어려웠다. 겨우 광주지법 경내를 빠져나온 차량은 도로에서도 한참 동안 시민들에게 제지당해 차안에 갇혀 있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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