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향하는 전두환, '제2 골목성명' 없었다

머니투데이 김영상 기자 2019.03.11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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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보) 10일 오전 8시33분쯤 출발…지지자들 "광주재판은 인민재판" 주장

사자명예훼손 혐의를 받고 있는 전두환(87) 전 대통령과 부인 이순자 씨가 11일 오전 광주지법에서 열릴 재판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스1사자명예훼손 혐의를 받고 있는 전두환(87) 전 대통령과 부인 이순자 씨가 11일 오전 광주지법에서 열릴 재판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을 나서고 있다. /사진=뉴스1


5·18 민주화운동 피해자인 고(故)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11일 법정에 서게 된 전두환 전 대통령(88)이 광주로 향했다. 전 전대통령이 법정에 서는 것은 23년만으로 특별한 발언없이 자택을 떠났다.

전 전대통령은 11일 오전 8시33분쯤 검은색 양복에 노란색 넥타이 차림으로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집을 나섰다. 전 전대통령의 공판은 오후 2시30분 광주지법 법정동 201호 대법정에서 열린다.



전 전대통령은 특별한 발언 없이 부인 이순자씨(80)와 함께 미리 준비해 놓은 검은색 차량에 탑승했다. 1995년 내란혐의 수사 당시 자택 앞에서 '골목성명'을 낸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건강상 이유로 재판출석을 거부해 온 전 전대통령은 부축받지 않고 스스로 차량에 탔다.

이를 지켜보던 지지자 1명이 '문재인 정권 인민재판 규탄한다'는 등 피켓을 들고 차량 앞으로 뛰어 나와 차량이 잠깐 멈췄으나 큰 충돌 없이 광주로 향했다. 경찰은 전 전대통령이 자진 출석 의사를 밝힌 점을 고려해 집 앞에서는 구인장을 집행하지 않았다.



이날 오전부터 전 전대통령 집 앞에는 지지자와 취재진이 몰려 혼잡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오전 7시30분부터 '구국동지회' 소속 200여명은 "전두환 대통령이 광주에 가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광주재판 인민재판", "5·18 유공자 명단을 공개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

전 전대통령의 차량이 출발한 후 지지자들이 "올바르게 보도하라"며 방송 카메라를 손으로 치고 욕설을 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력 6개 중대(400여명)를 배치했다. 서대문경찰서 소속 형사 2개팀이 전 전대통령 일행을 따라 광주로 이동한다.


전 전대통령은 2017년 4월 펴낸 회고록에서 '5·18 당시 헬기 사격은 없었던 만큼 조비오 신부가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는 것은 왜곡된 악의적 주장"이며 "조 신부는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주장했다.

시민단체와 사망자 유가족들은 회고록 발간 즉시 고인인 조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사자명예훼손)로 전 전대통령을 고소했고, 광주지검은 수사 끝에 전 전대통령을 불구속기소했다.

그동안 전 전대통령은 알츠하이머와 독감 등 건강상 이유를 들어 재판 출석을 거부해왔다. 이에 광주지법은 11일 공판기일을 못 박는 동시에 전 전대통령에 대한 구인장을 발부했고, 전 전대통령은 법원에 출석의사를 전달했다. 전 전대통령에 대한 구인장은 광주지법에 도착하는 대로 집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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