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 모두가 불편한 주총… 범인은 62년생 상법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이태성 기자, 김사무엘 기자 2019.03.1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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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변화 못따라가는 주총](종합)

편집자주 잘못된 주주총회 제도로 현행법을 어기게 된 상장사들이 갈수록 늘어간다. 시장은 2019년인데 1962년 제정된 낡은 상법이 기업들을 옥죄고 있다. 기업도 주주도 모두 불편한 주총제도의 폐해를 하루 빨리 시정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019 주총 옥죄는 62년생 상법
[시장변화 못따라가는 주총]①韓 유일한 '주총 의결권 정족수 "의결권 3%룰, 현실 모르는 처사…10%룰로 개정해야"

[MT리포트] 모두가 불편한 주총… 범인은 62년생 상법


상장사들이 주주총회를 앞두고 치르는 홍역은 만만치 않다. 주총에서 승인받을 안건에 대한 주주들의 반대 때문이 아니다. 주총장에 오는 주주들이 부족해 법에서 정한 의결권 '기근'이 벌어지는 탓이다.



◇올해 154곳 상장기업, 감사선임 불발될 듯…'종신감사' 등장하나

10일 한국상장회사협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주총에서 감사를 선임하지 못한 기업은 56곳(코스닥 51, 코스피 5)인데 올해는 154곳이, 2020년에는 238곳이 이런 사태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된다.



감사를 선임하려면 의결권 있는 주식 25%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데, 소액주주들은 참석하지 않고 대주주는 의결권이 3%로 제한되니 이런 현상이 발생했다. 섀도보팅 제도폐지 영향도 컸다.

이 경우 기업들에는 500만원(감사위원은 5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고 이사진에게는 손해배상 책임이 더해진다. 면제방법은 있지만, 법 위반은 명백하다.

상장사들은 기존 감사가 업무를 대행하도록 하고 있다. 제도가 개선되지 않으면 '종신감사'가 양산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이뿐 아니다. 이사진의 수를 늘리거나 액면분할, 채권발행 증액 등 주총 특별결의가 필요한 중요 의사결정이 잇따라 주총에서 무산되고 있다.


◇1960년대 법으로 2019년 주총 운영하니…

오리엔트바이오는 지난 6월 설비자금 조달을 위해 사채발행 한도를 500억원 증액하는 정관변경을 추진했으나 이 같은 이유로 성공하지 못했다. 피에스엠씨는 주총에서 재무제표를 승인받지 못했다. 이렇게 되면 이익잉여금을 처리할 수 없어 배당도 할 수 없다.

이처럼 주총이 내는 파열음은 △한국 유일의 의결 정족수 제도 및 3%룰 △낮은 주총 참석률 등에 기인한다.

의결 정족수 제도는 1962년 제정된 상법을 기초로 하는데 △일반결의 '출석주주 의결권 과반수+ 발행주식 25% 이상'의 찬성 △특별결의 '출석주주 의결권 2/3+발행주식 1/3 이상'의 찬성 등이 골자다.

최대주주를 제외한 의사결정이 불가능하게 해놓은 것인데 당시는 주식거래가 많지 않고 창업주나 대주주가 지분의 50% 이상을 보유한 경우가 많아 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1989년 코스피지수가 1000을 돌파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투자수익에만 관심이 있을 뿐 주총에는 참석하지 않는 소액주주 수가 급격히 늘었다. 이들의 주총 참여율은 1.88%에 불과했다.

정족수 미달로 주총이 무산될 위기에 처한 기업들을 위해 등장한 것이 1991년 도입된 섀도 보팅(Shadow Voting·정족수 미달로 주주총회가 무산되지 않도록 주총에 참석하지 않은 주주들도 투표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인데, 지난해 폐지됐다. 시장은 2019년인데 법규는 1963년 상법시행 당시로 되돌아 갔다.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 주요국은 주총 의결권 조항이 아예 없거나, 있더라도 기업들이 자율로 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감사선임 시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한 것도 한국에만 있는 제도다.

[MT리포트] 모두가 불편한 주총… 범인은 62년생 상법
기업들은 "법을 지키려 해도 의결권 취합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토로한다. 이 역시 법 때문이다. 주주에게 연락을 하려 해도 방법이 없다. 기업들에게 제공되는 주주정보가 너무 제한적이어서다.

◇주주 연락처 제공하고, 3%룰도 완화해야

코스닥협회 관계자는 "1960년대 집에 전화기도 없던 시절 법이 제정되면서, 당시 가능한 정보가 이름과 주소, 주민번호였다"며 "이 상태가 지금까지 이어지면서 휴대폰 번호는 물론 집 전화도 제공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휴대폰 번호라도 확보하려 했으나, 이는 개인 신용정보 보호에 관한 법률에 막혔다. 이메일과 SNS도 불가능하다.

물론 방법은 있다. 증권사에서 기업을 대신해 고객들에게 주주총회 정보를 제공하거나 휴대폰으로 통지해주는 것이다. 해결이 가능해 보이는데 실무차원에서는 진행이 되지 않는다.

권리주주와 실제 주주의 차이도 큰 문제다. 소액주주들의 평균 주식보유 기간은 코스피가 7개월 가량, 코스닥이 3개월 수준이다. 3월말 정기주총에 참석하는 권리주주(12월말 보유주주)는 이미 주식을 처분해 관심이 없고, 현재 주식을 갖고 있는 주주는 참석권한이 없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주총 안건별로 사안을 나눠서 권리를 배분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법 하다. 예컨대 2017년 결산배당은 지난해 주주에게 권리와 의결권을 주고, 올해 3월에 선임될 경영진이나 감사, 정관변경 등은 현재 주주들에게 의결권을 주는 형태다.

과거에는 주총 주주명부 폐쇄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렸으나 이제는 전산화를 통해 1~2주일 전 명부폐쇄가 가능해졌고 올해 9월에는 전자증권 제도도 시행된다.

한 기업 관계자는 "감사선임에서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한 것은 너무 현실을 모른 처사"라며 "대주주 의결권 한도를 10%로 올려주거나, 상법상 의사정족수 규제를 풀어주지 않으면 앞으로도 주총은 파행운영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준환 기자, 이태성 기자, 김사무엘 기자

영국은 2명만 나와도 주총 되는데…
[시장변화 못따라가는 주총]②英 2인만 출석하면 정족수요건 만족…까다로운 국내 결의요건…일본은 정관으로 배제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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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총회가 힘겨운 근본적인 원인은 국내 결의요건 규정에 있다. 한국은 주총 결의요건이 해외에 비해 상당히 까다롭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도입됐던 섀도보팅(Shadow Voting·정족수 미달로 주주총회가 무산되지 않도록 주총에 참석하지 않은 주주들도 투표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마저 폐지된 탓에 기업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최소한 해외 수준으로 결의요건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10일 코스닥협회 등에 따르면 국내 상법 상 주총 보통결의의 경우 출석한 주주의 의결권의 과반수와 발행주식총수의 4분의 1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정관변경 등 특별결의는 출석한 주주의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의 수와 발행주식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사실상 주총 개최를 위한 의사정족수(회의를 여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출석의원수)를 둔 것과 마찬가지다.

1962년 상법 제정 당시 주총 성립요건은 발행주식총수의 과반으로 더 까다로웠다. 그러나 주총 성립 자체가 어려운 회사가 속출하자 1991년 섀도보팅을 도입했고, 1995년 현재처럼 결의요건을 소폭 완화했다.

섀도보팅이 가능했던 때에는 이 같은 요건이 문제되지 않았다. 그러나 2017년 말 섀도보팅이 폐지된 이후 상장사들은 주총에 발행주식 25%에 해당하는 주주들을 모으는데도 진땀을 빼고 있다. 상장사협의회에 따르면 최대주주·특수관계인 지분을 다 합쳐도 보통 결의 요건에 미달하는 곳이 408개사(21.2%), 5% 이상 주주 및 기관투자가 지분을 모두 끌어모아도 의결정족수에 못 미치는 곳이 271개사(14.1%)에 이른다.

현행 국내 주총 의결정족수 요건은 해외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영국의 경우 1인 회사를 제외한 모든 회사는 주주 2인의 출석으로 의사정족수를 충족한다. 주총에서 2명만 모이면 보통결의든 특별결의든 주총 안건을 통과시키는데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독일 역시 보통결의의 경우 출석한 주주의 단순 다수결로 안건이 성립된다. 특별결의의 경우 기본자본의 4분의 3 이상의 다수가 필요하나 이 역시 정관으로 결의요건에 대해 달리 정하는 것이 허락되는 경우가 있다.

일본은 요건 자체는 우리보다 까다롭다. 보통결의와 특별결의 모두 의결권의 과반수 출석이 요구된다. 그러나 일본은 보통결의의 경우 정관으로 이 요건을 경감하거나 아예 배제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의사정족수를 완전히 배제하고 단순히 출석한 주주 의결권의 과반수로 정하고 있는 회사가 많다.

미국은 펜실베니아주 등 33개주 회사법은 최소정적수를 규정하지 않고 있다. 델라웨어주, 뉴욕주, 캘리포니아주 등 16개주 회사법은 의결권의 3분의 1 이상을 최소정족수로, 루이지애나주는 의결권의 4분의 1을 최소정족수로, 미주리주는 의결권의 과반수를 최소정족수로 규정하고 있다.

상장사협의회나 코스닥협회의 경우 해외 수준으로 주총결의 요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코스닥협회 관계자는 "한국은 주총결의를 위한 과도한 비용과 노력이 요구된다"며 "우리 기업들은 주총을 개최할 때마다 홍역을 치르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어 이를 타개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주식이 고도로 분산된 상장사의 현실을 고려해 '출석한 주식수의 과반수 찬성'으로 안건을 결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주총 부결 사태를 막는 근본적 방안"이라고 밝혔다.

이태성 기자

3%룰 때문에…'평생감사' 나오나
[시장변화 못따라가는 주총]③감사선임 실패시 현 감사가 1년 유임…코스닥 지난해 56개, 올해 154개사 실패 우려

#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감사선임을 앞두고 있는 코스닥 상장사 A사는 최근 마케팅, 홍보 관련 직원들을 전부 소액주주들에게 위임장을 받는데 투입했다. '3%룰' 때문에 감사선임을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A사의 주식담당 직원은 "직원 여럿을 동원했지만 목표 주식을 시간 내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다"며 "이러다가 현행 감사가 계속 연임하는 사태가 발생할 것 같다"고 말했다.

[MT리포트] 모두가 불편한 주총… 범인은 62년생 상법
3월 주총 시즌을 앞두고 신규 감사 선임을 계획 중인 상장사들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대주주 지분율을 최대 3%까지만 인정하는 '3%룰'이 기존처럼 시행되는 상황에서 '섀도보팅'(의결권 대리행사) 제도가 지난해 말로 폐지되면서 감사 선임에 진통이 예상돼서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행 상법은 대주주가 감사를 다시 선임하는 것을 방지하고 감사 선임에 소액주주의 의사가 반영될 수 있도록 감사선임 시 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고 있다. 이는 1962년 대주주의 전횡을 막겠다며 도입됐는데, 전 세계에서 한국에만 있는 제도다.

섀도보팅이 가능할 때에는 감사선임에 크게 문제가 없었지만 폐지 이후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상장사가 감사선임을 위해서는 대주주 외 발행주식의 22%를 확보해야 주총에서 감사선임이 가능하다. 지난해 주총에서는 상장사 56곳이 주주를 모으는데 실패해 감사선임을 하지 못했다.

감사선임이 불발되면 회사는 상법상 과태료 500만원 이하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여기에 감사 교체를 하지 못했으므로 현재 감사가 1년간 감사직을 그대로 이어가게 된다. 임시주총을 열어 감사를 교체할 수는 있지만 3%룰로 인해 감사선임을 자신하지 못하는 만큼 회사는 감사교체를 다음 정기주주총회까지 유예하는 경우가 많다.

올해도 이 같은 일은 반복될 전망이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가 상장사들의 주주 구성을 분석한 결과 올해 3월 주총에서 상장사 723곳이 감사나 감사위원을 선임해야 하지만 이 중 154곳이 선임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됐다. 내년에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감사 임기 만료로 인한 선임이 968사로 늘어나고 선임이 곤란한 회사는 238개사로 확대된다. 대다수가 코스닥에 상장된 중견·중소기업이다.

정부는 대안으로 주총 개최일 분산과 전자투표 도입 등을 제시했으나 실제 효과는 크지 않다. 지난해 정기 주총에서 안건이 부결된 상장사 중 40.8%(31곳)가 주총 개최일을 분산했다. 전자투표를 도입한 회사도 73.7%(56곳)나 됐지만 안건 부결 건수는 전년보다 훨씬 늘었다. 코스닥 협회 관계자는 "주주들의 관심이 의결권행사보다는 시세차익을 통한 투자수익 획득에 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분석했다.

이 때문에 업계는 3%룰 폐지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의결권 제한 대신 다른 방법으로 감사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3%룰은 제한의 최소성이 인정되기 어려워 헌법상 보장된 재산권 침해 소지가 있다"며 "주주의 의결권도 부당하게 제한되고 있는 만큼 이를 고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태성 기자

"주식 팔았는데 주총 오라고?"
[시장변화 못따라가는 주총]④현실과 동떨어진 주주명부 제도…주주명부 작성 후 주총까지 주식 손바뀜 빈번…정작 실제 주주는 권리행사 제약

[MT리포트] 모두가 불편한 주총… 범인은 62년생 상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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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상장사 A 업체의 주주총회에서는 매년 같은 장면이 반복된다. 실제 주총장에 모습을 드러내는 주주는 백발이 성성한 노인 십 여명 뿐이고 대부분은 회사 임직원들이 자리를 채운다. A 업체뿐 아니라 대개 코스닥 상장사들의 주주총회는 이처럼 주주들의 무관심 속에 진행된다.

권리를 행사할 주주 명단을 주주총회일보다 3개월 일찍 작성하다 보니 그 사이 기존 주주들은 주식을 대부분 팔아버린다. 주주명부에 기재된 소액주주는 수 만명에 달하는데, 이중 실제 주식을 갖고 있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주주총회 활성화를 위해선 실제 주주와의 괴리가 심한 주주명부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주주총회를 열기 위해서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주주를 확정하기 위해 주주명부를 폐쇄하고 명단을 작성한다. 현 상법상 주주명부 폐쇄는 기준일(주주총회 등 권리행사 일) 전 3개월 이내에 해야 한다. 보통 대부분 기업이 12월에 결산을 하고 명부 폐쇄를 하다 보니 주주총회일은 약 3개월 뒤인 3월 말에 하게 된다.

문제는 주주명부를 확정하고 주주총회를 열기까지 3개월 동안 주주가 수시로 바뀐다는 점이다. 특히 단기 시세차익 목적의 투자자가 많은 코스닥 기업의 경우 하루에만도 몇 번씩 손바뀜이 일어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종목의 평균 주식 회전율(총 상장주식수 대비 거래량 비율)은 지난 1월 37.6%, 지난달 41.4%를 기록했다. 한 달 평균 주식 10주 중 4주는 손바뀜이 일어난 셈이다.

방위사업체 빅텍 (4,950원 ▲20 +0.41%)의 경우 지난 8일 5419만주가 거래돼 회전율 221.2%를 기록했다. 하루 만에 2~3번씩 주식의 주인이 바뀐 것이다. 이날 풍강 (3,645원 0.00%)도 회전율 100.7%를 나타냈고 디자인 (1,315원 ▲67 +5.37%)(88%, 이하 회전율) 광진윈텍 (1,174원 ▲2 +0.17%)(79%) 이엘케이 (10원 ▼11 -52.4%)(67.4%) 등도 수차례 주주 변경이 이뤄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주총회가 열리는 날 명부에 있는 주주들은 주식을 갖고 있지 않은 경우가 태반이다. 주식이 없는 사람에게 주주로서 권리가 주어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곤 한다. 한 코스닥 상장사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서는 전자투표를 도입한다 해도 참여율이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주들에게 연락하는 방식도 문제다. 현 상법에서 주주명부에 기재하는 사항은 △주주의 성명과 주소 △각 주주의 보유주식의 종류와 수 △각 주식 취득 연월일 등이다. 휴대전화 번호는 명부 기재사항이 아니어서 회사는 주주들의 연락처 파악에 어려움을 겪는다.

이 같은 문제들은 모두 시대에 뒤떨어진 오래된 상법 탓이다. 상법이 처음 제정된 1962년에는 주주명부 폐쇄 기간과 기준일 설정을 최대 2개월 이내로 정했고 1984년에 이 기간이 지금과 같은 3개월로 늘어났다. 증권거래를 전산으로 처리하기 전이었던 당시에는 주주 현황을 일일이 수작업으로 파악해야 했기 때문에 수개월의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모든 거래를 전산으로 처리하고 자동으로 기록하는 현재까지도 이런 제도를 유지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현재 주주명부는 각 증권사별로 보관하고 있는 종목별 주주 현황을 취합해 작성한다.

각 증권사에 자료를 요청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 다소 시간이 걸리지만 길어도 2~3주 정도면 명부 작성이 가능하다. 올 9월 종이 증권을 발행하지 않는 전자증권 제도가 본격 도입되면 이 기간은 더 단축된다.

주주 파악 기간이 단축된 만큼 주주총회 안건별로 주주명부를 따로 작성해 주주들의 권리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예를 들어 지난해 재무제표 승인은 12월 말 기준 주주에게 권한을 주고, 이사·감사의 승인 등 향후 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안건은 최근 시점에 주식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권한을 주는 방식이다.

또 다른 코스닥 상장사 관계자는 "안건별로 다르게 주주를 정하면 참여율은 더 늘어날 것"이라며 "전자증권제도 도입에 맞춰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사무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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