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 리포트]주총 때마다 '곡소리'나는데…먼지 쌓인 상법개정안

머니투데이 이미호 기자 2019.03.10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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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변화 못따라가는 주총]⑤법무부 추진 개정안, 재계 반발 '진통 예상'

편집자주 잘못된 주주총회 제도로 현행법을 어기게 된 상장사들이 갈수록 늘어간다. 시장은 2019년인데 1962년 제정된 낡은 상법이 기업들을 옥죄고 있다. 기업도 주주도 모두 불편한 주총제도의 폐해를 하루 빨리 시정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MT 리포트]주총 때마다 '곡소리'나는데…먼지 쌓인 상법개정안


한국의 상법은 1962년 제정된 이후 수차례 개정됐지만, 재계에서는 여전히 변화하는 경제환경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들은 3월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이른바 '3%룰 폐지'를 비롯한 관련법 개정을 끊임없이 요구해왔다. 하지만 국회와 정부는 취지에 공감을 하면서도 논의에 적극적이지 않아 개정안에 먼지만 쌓이고 있다.

◇국회, 상법개정안 '방치' 하거나 '뒷북' 상정



상법개정안을 둘러싼 최대의 쟁점사항은 과연 최대주주의 위상을 어떤 시각에서 보고 어떻게 정립할 것이냐 하는 문제다. 그 정점에는 '3%룰 폐지'가 있다.

이 룰에 따르면 최대 주주가 절반 이상의 지분을 갖고 있어도 감사·감사위원 선임 시에는 의결권이 3%로 묶인다. 증권업계가 정기 주총을 앞두고 연례행사처럼 '숨은 주주 찾기'에 나서는 이유다.



이처럼 3%룰의 폐해가 잇따르자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은 주총 결의요건 중 발행주식총수를 기준으로 한 요건을 삭제하고, 감사선임 시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조항을 없애는 내용의 상법개정안을 발의했다. 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도 주총 성립 요건을 상장사 발행주식의 20%, 의결 요건을 참석주식의 과반수(최소 10%) 찬성으로 완화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하지만 두 법안 모두 지난 2017년 11월 2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위에서 논의된 게 마지막이다.

주주명부에 전화번호를 기재하도록 한 상법개정안(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대표발의)은 지난 2월 상정됐다. 섀도보팅이 폐지된 상황에서 상장사들이 좀 더 수월하게 주주들의 주총 참석을 독려할 수 있도록 한 법안이다.


현재 상법 제352조 제1항에 따르면 주주명부는 주주의 성명과 주소만을 기재해야 한다. 1962년 제정 후 단 한번도 개정된 적이 없어 증권업계에서는 현실을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고 지적해왔는데, 여야는 지난 2월에서야 법사위에 상정했다.

[MT 리포트]주총 때마다 '곡소리'나는데…먼지 쌓인 상법개정안
◇정부 추진 상법개정안, 재계 우려 '진통 예상'



손을 놓고 있던 법무부도 지난 1월 △전자투표제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선출 △다중대표소송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상법개정안을 내놨다.

집중투표제는 주총에서 이사진을 선임할 때 1주당 선임되는 이사 수만큼 동일한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로 현행 상법에서 허용하고 있지만, 대부분 기업들이 정관으로 배제하고 있어 유명무실한 상태다.

감사위원 분리 선출은 감사위원이 될 이사와 다른 이사를 분리해 선출하고, 감사위원 이사 선임 시에는 3%룰을 적용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다중대표소송제는 모회사의 소수주주가 회사에 손해를 끼친 자회사 임원에 대표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말한다.



재계는 상법 주무부처인 법무부가 그동안 '주총 의결 요건'에 대한 문제 제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아왔다고 지적한다. 새도우보팅 폐지로 인한 부작용이 실제 발생한 후에야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뒤늦게 개선안을 내놨다고 비판한다.

게다가 정부 추진 방향대로 상법이 개정되면 국내 주요 기업들의 경영권이 해외 악성 투기자본의 공격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고 있다. 향후 여야 간 국회 논의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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