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임종철 디자인기자
◇올해 154곳 상장기업, 감사선임 불발될 듯…'종신감사' 등장하나
감사를 선임하려면 의결권 있는 주식 25%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데, 소액주주들은 참석하지 않고 대주주는 의결권이 3%로 제한되니 이런 현상이 발생했다. 섀도보팅 제도폐지 영향도 컸다.
상장사들은 기존 감사가 업무를 대행하도록 하고 있다. 제도가 개선되지 않으면 '종신감사'가 양산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이뿐 아니다. 이사진의 수를 늘리거나 액면분할, 채권발행 증액 등 주총 특별결의가 필요한 중요 의사결정이 잇따라 주총에서 무산되고 있다.
◇1960년대 법으로 2019년 주총 운영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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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엔트바이오는 지난 6월 설비자금 조달을 위해 사채발행 한도를 500억원 증액하는 정관변경을 추진했으나 이 같은 이유로 성공하지 못했다. 피에스엠씨는 주총에서 재무제표를 승인받지 못했다. 이렇게 되면 이익잉여금을 처리할 수 없어 배당도 할 수 없다.
이처럼 주총이 내는 파열음은 △한국 유일의 의결 정족수 제도 및 3%룰 △낮은 주총 참석률 등에 기인한다.
의결 정족수 제도는 1962년 제정된 상법을 기초로 하는데 △일반결의 '출석주주 의결권 과반수+ 발행주식 25% 이상'의 찬성 △특별결의 '출석주주 의결권 2/3+발행주식 1/3 이상'의 찬성 등이 골자다.
최대주주를 제외한 의사결정이 불가능하게 해놓은 것인데 당시는 주식거래가 많지 않고 창업주나 대주주가 지분의 50% 이상을 보유한 경우가 많아 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1989년 코스피지수가 1000을 돌파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투자수익에만 관심이 있을 뿐 주총에는 참석하지 않는 소액주주 수가 급격히 늘었다. 이들의 주총 참여율은 1.88%에 불과했다.
정족수 미달로 주총이 무산될 위기에 처한 기업들을 위해 등장한 것이 1991년 도입된 섀도 보팅(Shadow Voting·정족수 미달로 주주총회가 무산되지 않도록 주총에 참석하지 않은 주주들도 투표한 것으로 간주하는 제도)인데, 지난해 폐지됐다. 시장은 2019년인데 법규는 1963년 상법시행 당시로 되돌아 갔다.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 주요국은 주총 의결권 조항이 아예 없거나, 있더라도 기업들이 자율로 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감사선임 시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한 것도 한국에만 있는 제도다.
◇주주 연락처 제공하고, 3%룰도 완화해야
코스닥협회 관계자는 "1960년대 집에 전화기도 없던 시절 법이 제정되면서, 당시 가능한 정보가 이름과 주소, 주민번호였다"며 "이 상태가 지금까지 이어지면서 휴대폰 번호는 물론 집 전화도 제공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휴대폰 번호라도 확보하려 했으나, 이는 개인 신용정보 보호에 관한 법률에 막혔다. 이메일과 SNS도 불가능하다.
물론 방법은 있다. 증권사에서 기업을 대신해 고객들에게 주주총회 정보를 제공하거나 휴대폰으로 통지해주는 것이다. 해결이 가능해 보이는데 실무차원에서는 진행이 되지 않는다.
권리주주와 실제 주주의 차이도 큰 문제다. 소액주주들의 평균 주식보유 기간은 코스피가 7개월 가량, 코스닥이 3개월 수준이다. 3월말 정기주총에 참석하는 권리주주(12월말 보유주주)는 이미 주식을 처분해 관심이 없고, 현재 주식을 갖고 있는 주주는 참석권한이 없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주총 안건별로 사안을 나눠서 권리를 배분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법 하다. 예컨대 2017년 결산배당은 지난해 주주에게 권리와 의결권을 주고, 올해 3월에 선임될 경영진이나 감사, 정관변경 등은 현재 주주들에게 의결권을 주는 형태다.
한 기업 관계자는 "감사선임에서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한 것은 너무 현실을 모른 처사"라며 "대주주 의결권 한도를 10%로 올려주거나, 상법상 의사정족수 규제를 풀어주지 않으면 앞으로도 주총은 파행운영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