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사이에 낀 중국 유학생들... '스파이'냐 '인재'냐

머니투데이 강민수 기자 2019.03.09 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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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중국유학생·석학 유치 천인계획(千人計劃) 두고 미중 신경전…미국 '해외 기술 획득도구' 의심

/사진제공=블룸버그/사진제공=블룸버그


미·중 간 무역갈등이 길어지면서 미 정부가 중국 유학생을 향한 기술 유출 의심을 키우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8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웨이 잉지 전 하버드대 교수는 미국 정보관들이 "중국의 인재개발계획인 '천인계획'을 진행 중인 무역전쟁의 핵심인 미국 기술, 지적 재산권, 노하우의 합법·불법적인 이전이라며 비난하고 있다"고 말했다. 웨이 교수는 중국의과학원(CAMS) 심혈관계 전문가로, 2009년 첫 번째 천인계획 참가자이기도 하다.

웨이 교수는 "(반대로) 미국이 중국에서 이걸 했어도 의심스러웠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2008년부터 시행된 천인계획(千人計劃)은 해외 중국 유학생이나 석학을 본토에 유치하기 위해 연구비 및 생활비를 현금으로 제공하는 정부 지원 사업이다.

SCMP에 따르면 2008년 이후 약 7000명의 중국 과학자, 학자, 기업가들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돌아왔다. 이들은 100만~500만위안(약 1억6800만원~8억4000만원)의 연구비, 주택비, 교육비, 의료비 등을 지원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 정보국이 천인계획을 특히 탐탁지 않게 보는 이유는 이들이 과학기술 분야에 쏠려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천인계획 참가자 2629명을 조사한 결과, 44%가 의학·생명과학 분야 종사자로 나타났다. 그 외엔 산업기술 분야가 22%, 컴퓨터과학 8%, 항공학과 천문학이 각각 6%를 차지했다. 이를 합치면 80%가 넘는 참가자가 과학기술 분야에 종사하는 셈이다.

실제로 중국 해외 유학생이 기밀 유출로 인해 체포를 당하는 경우도 발생했다. 지난달 중국 태생 과학자 유 샤오룽은 중국 기업으로부터 고용과 천인계획에서 상을 타도록 도움을 준다는 약속을 받고 코카콜라로부터 기밀을 빼내려 한 혐의로 미 경찰에 의해 체포됐다.

지난해 8월엔 중국계 미국인 엔지니어 젠 샤오칭이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의 기술 기밀을 빼돌리려 한 의심을 받고 체포됐다. 그는 2012년 천인계획 참가자로 선발됐다.


지난해 6월 미국 펜타곤은 하원 국방위원회에서 천인계획을 "해외 기술 획득을 위한 도구(toolkit)"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 유학생을 잠재적인 기술 유출원으로 보는 것은 과도한 우려라는 시각도 있다. 사이먼 매긴슨 옥스퍼드 대학 교육학과 교수는 "중국 학생들이 전반적으로 애국심이 높긴 해도 맹목적인 충성을 보이는 사람은 거의 없다"며 "그들이 애국심이 높다고 '스파이'나 '정보요원'인 것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일부 중국인 유학생은 타국 학생들로부터 중국 정부 시스템에 편견을 경험한다고도 전했다. 영국 크랜필드 대학의 대학원생인 탕 예지(23)는 "몇몇은 중국의 정치적 대표 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한다"며 "(중국 정치 시스템이) 얕고 사회 전체를 대표하지 못한다고만 생각한다"고 심경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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