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 싶은 데 빰 때려준 격이다. 악역을 맡은 건 마리오 드라기 ECB(유럽중앙은행) 총재였다. 유로화를 사용하는 19개국인 '유로존'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7%에서 1.1%로 깎았다. 그동안 잠재돼 있던 '글로벌 경기둔화'란 악재가 시장의 전면에 등장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22.52포인트(0.81%) 하락한 2748.93을 기록했다. 금융업종과 소비재업종이 특히 부진했다.
이날 ECB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통화정책회의를 열어 정책금리를 0%로 동결하고, 적어도 올해말까지 현행 금리 수준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ECB는 오는 9월부터 은행들에 저리의 자금을 대주는 장기대출프로그램을 실시하겠다고도 밝혔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ECB 드라기 총재는 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보호무역주의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등의 위험 등을 언급하며 올해 유로존의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7%에서 1.1%로 낮췄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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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1.7%를 전망한 뒤 2개월여만에 0.6%포인트나 깎은 셈이다. ECB는 유로존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도 1.7%에서 1.6%로 낮췄다.
ECB의 금리동결 방침과 장기대출프로그램 정책에 대해서도 스파르탄 캐피탈증권의 피터 카르딜로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기본적으로 그들은 경제가 취약하다고 인정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고용시장이 다소 개선됐다는 소식은 뒷전으로 밀렸다. 이날 미 노동부는 지난주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22만3000건으로, 전주에 비해 3000건 줄었다고 발표했다. 당초 로이터통신이 집계한 시장 전망치 22만5000건을 밑도는 수치다.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는 "미국의 일자리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는 징후에도 불구하고 고용시장 상황이 아직 탄탄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익센셜 웰쓰어드바이저스의 팀 코트니 수석투자관리자는 "미중 무역협상의 진전과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동결 기조가 연초 주가를 끌어올렸지만, 이제 시장은 글로벌 경기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원하고 있다"며 "글로벌 경기에 대한 바로 그 추가 정보가 앞으로 시장을 움직일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