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주' 호시절 옛말…롯데칠성은 왜 국민주가 됐을까

머니투데이 김소연 기자 2019.03.07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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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부터 초고가주 등극 2014년 200만원 넘기도…'명품' 이미지 대신 '실리' 택해

국내 상장사 중 가장 비싼 몸값을 자랑했던 ‘황제주’ 롯데칠성 (124,600원 ▼1,400 -1.11%)이 액면분할을 결정했다. 한국 증시를 대표했던 삼성전자 (76,600원 ▼3,000 -3.77%)의 액면분할 후 ‘황제주=높은 기업가치’ 등식이 깨지면서 고가주들의 액면분할이 지속되고 있다.



7일 오후 2시42분 롯데칠성은 전일대비 1만1000원(0.69%) 오른 161만1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롯데칠성우 (67,100원 ▼100 -0.15%)는 3만3000원(4.94%) 뛴 70만1000원을 기록 중이다.

전날 롯데칠성은 액면가 5000원을 500원으로 변경하는 10분의 1 액면분할을 결정했다. 1973년 상장후 처음이다. 신주권 상장은 5월3일로, 롯데칠성 보통주는 기존 79만9346주에서 799만3460주로, 우선주는 기존 7만7531주에서 77만5310주로 증가한다.



◇‘원조 황제주’에서 ‘국민주’로…이미지보다 실리=롯데칠성의 액면분할은 고가주 트렌드가 사라지는 흐름과 궤를 같이 한다. 2001년부터 증시에서 가장 비싼 주식으로 군림하다 2005년 처음 황제주 반열에 올랐다.

코스피 지수가 1년만에 40% 이상 오르며 2000선을 처음 찍었던 2007년을 기점으로 황제주들이 속속 탄생했다. 당시 태광산업 (618,000원 ▼5,000 -0.80%), 아모레퍼시픽 (143,300원 ▼3,200 -2.18%), 삼성전자 (76,600원 ▼3,000 -3.77%) 등이 황제주 후보로 주목받았다. 이후 네이버(NAVER (179,400원 ▼1,300 -0.72%)), 오리온 (89,600원 ▼1,600 -1.75%), LG생활건강 (370,000원 ▼11,500 -3.01%)까지 대열에 합류하면서 ‘황제주=대형우량주’ 이미지가 생겼다. 1주당 단가가 높은 탓에 개인투자자들은 쉽게 넘보지 못하는 ‘명품’ 이미지도 더해졌다.

그러나 최근 1~2년새 모두 액면분할을 결정, 실리를 택했다. 증시 활황에는 희소성 있는 ‘똘똘한 한주’의 가치가 컸지만, 수년간 지속된 박스권 장세 속 저유동성, 높은 가격은 증시에서 소외되는 결과를 낳았기 때문이다.


실제 롯데칠성은 수년간 일평균 거래량이 1000주 안팎에 불과해 유동성이 낮았다. 2016년 액면분할한 롯데제과 주가가 지난해부터 상승흐름을 탄 것, 그룹 차원에서 계열사 배당 확대 등 주주가치에 힘쓰는 것도 이번 결정에 긍정적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제 남은 황제주는 LG생활건강과 태광산업 둘 뿐이다.

롯데칠성 관계자는 “시장과 투자자들의 요구가 지속돼 액면분할을 결정하게 됐다”며 “지주사 체제도 안정된 만큼 앞으로 주주가치 제고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음료 ‘재발견’에 주세법 이슈까지…본업도 호조=롯데칠성은 지난해 매출액 2조3463억원, 영업이익 850억원을 달성해 전년 대비 각각 3%, 13% 증가했다.

안정적 수익원인 ‘캐시카우’ 음료사업이 배달음식시장 성장세 속 호조를 나타내고 있다. 롯데칠성의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40% 증가한 512억원을 달성했는데 음료 공이 컸다. 지난해 연간 음료사업 영업이익률은 9% 이상으로 추정된다. 롯데칠성에 따르면 지난해 음료매출 성장률은 3.4%로 통상 2%대 안팎에서 증가했다.

순이익은 맥주 자산 상각 손실이 반영돼 500억원 적자였다. 그러나 주류사업도 주세법이 개정될 경우 가격 경쟁력을 갖춰 수입맥주와 겨뤄볼 힘이 생긴다. 정부는 올해 수입맥주에 유리한 ‘종가세’ 대신 알코올 도수나 양에 따라 세금을 정하는 ‘종량세’ 도입을 검토할 계획이다.

이경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종량세로 변경될 경우 국산 맥주는 세금이 현재와 같거나 약간 하락하겠지만, 수입맥주는 세금 부담이 커져 소비자가격이 국산 맥주 수준으로 오를 것”이라며 “역차별을 받던 국산 맥주 판매가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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