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때로는 내실화로, 때로는 역차별로 여가부 폐지론의 역사

머니투데이 한고은 기자 2019.03.07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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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부, 어쩌다 동네북]④2000년대 들어 부처 명칭만 4번 바뀌며 부침 겪어

편집자주 강남역 살인사건, 미투운동은 우리 사회에 커다란 질문을 던졌다. '이 사회가 바라고 또 실현할 수 있는 성평등은 무엇이냐'는 것이다. 여성의 사회참여를 확대하고 성평등 사회을 구현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거센 비판으로 ‘동네북’이 되기도 한다. 3월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다. 여성부의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고 바람직한 역할을 다시 고민할 때다.

[MT리포트]때로는 내실화로, 때로는 역차별로 여가부 폐지론의 역사


여성가족부는 유독 부침이 심했다. 이름의 변천만 봐도 알 수 있다. 2000년대 들어 4번 바뀌었다. 2001년 여성부가 2005년 여성가족부로, 2008년에는 다시 여성부로 돌아갔다. 2010년 다시 여성가족부로 개편된 후에는 지금까지 같은 이름을 지키고 있다.



여가부 역사는 198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시작은 1988년 설치된 정무장관(제2)실이었다. 사회·문화 관련 업무를 맡으며, 여성정책 총괄·조정 기능도 가졌다.

1998년 정무장관(제2)실이 폐지되고 여성정책 기획·종합 업무를 담당하는 대통령 직속 여성특별위원회가 만들어진다. 특별위원회가 만들어지기 전 여성계에는 기념비적인 일이 있었다. 1995년 베이징에서 열린 유엔 제4차 세계여성회의 총회에서 '성주류화' 전략이 공식화됐다. 성주류화는 모든 정책 영역에서 양성평등적인 관점이 고려돼야 한다는 여성들의 요구를 담은 것이었다.



한 여성계 인사는 "1995년 베이징 총회를 계기로 한국사회에도 성주류화 개념이 소개됐고, 여성계가 정부 안에서 성주류화 정책을 실현할 수 있는 부처 신설을 요구하면서 특별위원회까지 나아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01년 각 정부부처로 분산돼있던 여성 관련 업무를 총괄할 부처가 필요하다는 지적에 따라 여성부가 신설된다. 기존 특별위원회 업무에 보건복지부, 노동부 소관 업무 일부도 얹어졌다.

2004년 보건복지부 소관이던 영유아 보육정책을 넘겨받았고, 2005년 여성가족부로 개편된다. 사회 구조가 급변하면서 다양한 형태의 가족이 생겨나고, 가족해체 문제에도 대응할 필요가 생겨났기 때문이다.


2008년 여가부는 폐지 위기를 맞는다. 이명박 정부 인수위가 여가부를 폐지하고 여성가족부와 보건복지부를 통합한 '보건복지여성부'를 신설하기로 한 것. 당시 노무현 정부 청와대 사회정책수석실은 '왜 여성가족부가 존재하는가'라는 입장문을 내고 "복지와 직접적 관련이 없는 양성평등, 여성의 사회참여 등 걸음마 단계에 있는 양성평등정책은 고사할 가능성이 크고, 해외 많은 나라들도 전통적인 복지부서와 별도로 여성관련 전담부처를 두고 있는데 성평등에서 한참 뒤쳐진 우리나라가 나서 여성부를 해체할 일이 아니다"라고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이후 여성계의 반발이 거세졌고, 인수위가 한발 물러섰다. 이명박 정부는 여가부 조직을 남겨두는 대신 여성 업무만 전담하는 여성부로 축소했다. 2005년 1실4국2관19개과176명 정원으로 출범했던 여가부는 2008년 1실2국13과100명 정원 부처로 쪼그라들었다.

하지만 가족 문제에 대한 정책적 대응 필요성이 높아지며 여성부는 다시 여가부로 확대 개편된다. 2010년 보건복지가족부에서 청소년, 가족 업무를 넘겨받으면서 현재의 여가부 형태를 갖추게 됐다. 이후에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조직이 운영돼왔지만, 조직 개편에 대한 요구는 아직도 나온다. 여기에는 여가부의 기능을 더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남성에 대한 역차별을 조장하기 때문에 아예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섞여있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이 압축적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는 여성과 남성의 격차를 크게 두는 경제 발전 모델이 유효했다. 즉, 가족을 부양하는 남성에게 더 많은 임금을 주는 방식의 불평등 체계를 강력하게 유지해온 결과로 성장을 이뤘는데 민주주의 특히 성평등 민주주의에 대한 감수성을 갖추게 되면서 이 오래된 체계에 문제제기를 하기 시작했고, 대중들은 반감과 불편함을 느낄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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