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창 안숙선. /사진제공=현대차 정몽구재단
명창 안숙선(70)은 고희가 돼서야 사랑의 본질을 이해하고, 받은 사랑의 가치를 기억의 심연에서 고스란히 꺼냈다. 오는 4월 5~7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열리는 이야기 창극 ‘두 사랑’을 통해서다.
안숙선은 6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내겐 수많은 스승이 있지만, 두 사람은 특히 부모 같은 역할로 다가왔다”며 “사모곡 같은 느낌으로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만정 김소희(왼쪽)과 안숙선. /사진제공=현대차 정몽구재단
“돌아가시고 나서야 제 주위가 허전하다는 걸 느꼈어요. 큰 사랑이 제 뒤에 묵묵히 버티고 있었던 셈이었죠. 그게 큰 사랑인지 몰랐고. 선생님이 몸이 아프다고 할 때 몰랐던 노력의 과정(후진을 위해 전통 학교까지 만든 과정)을 생각하니, 억장이 무너지더라고요. 두 스승뿐 아니라, 소리를 가르치신 인간문화재 선생님들은 오로지 목숨 걸고 노래하셨어요. 대충해선 안 된다는 스승의 말씀, 저도 여생에 후진에게 그렇게 전해주고 싶어요.”
명창의 일대기를 다룬 이야기는 이 창극이 처음이다. 안숙선이 지난 2017년 윤석화의 모노드라마를 보고 흥미를 느끼자,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나서 1년여 동안 구술 인터뷰를 했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극본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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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창극 ‘두 사랑’ 제작자 및 출연진. 왼쪽부터 임영욱 연출, 박형배 현대차 정몽구 재단 사무총장, 권송희·이지나·안숙선·고수희(이상 출연진). /사진제공=현대차 정몽구재단
과로로 목소리에 이상이 생겼을 땐, 판소리 대신 가야금을 배웠다. 그렇게 찾아간 곳이 가야금 병창 명인 ‘박귀희 교습소’였다. 두 스승은 모두 안숙선을 좋아했다.
타고난 재능도 재능이지만, 소리에 미친 열정과 소리 너머 철학을 도외시하지 않는 태도에 두 스승은 그를 수제자로 삼았다.
“판소리를 어릴 때부터 듣고 자랐지만, 29세 국립창극단에 입단하면서 판소리를 실감 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어요. 선생님에게 몽땅 배워야겠다는 의지도 컸고요. 옆에서 ‘숙선이가 소리에 미쳤네’하는 얘기 들을 정도로 소리에 빠졌고, 더 멋있는 판소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사명감도 생겼거든요. 그런 면을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스승의 훈계와 가르침은 끝이 없었다. 향사는 언제나 국악의 제도화, 현대화에 대해 말했고 만정은 소리는 거짓으로 짜서 내지 말고 진실 되게 내라고 주문했다.
왼쪽부터 안숙선의 유년 시절, 젊은 시절, 현재. /사진제공=현대차 정몽구재단
이번 공연은 명창의 일대기를 그린다는 점에서 모노드라마 결을 취하지만, 모노드라마 형식은 아니다. 어린 안숙선 역에 뮤지컬 ‘마틸다’의 아역 배우 이지나, 만정과 향사 등으로 출연하는 배우 고수희, 젊은 소리꾼 권송희 등이 함께 출연해 극을 이끈다. 안숙선은 판소리 대부분을 소화하면서 가야금 병창 연주와 소고춤을 선보인다.
‘두 사랑’은 현대차 정몽구 재단이 주최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 산학협력단이 주관하는 사회공헌 활동 ‘예술세상 마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제작됐다. 관람료는 무료이고, 7일부터 네이버 예약을 통해 선착순 신청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