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1억87만원은 벌어야 '10% 고소득자' 소리 듣는다

머니투데이 이코노미스트실 2019.03.08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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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M칼럼]

年1억87만원은 벌어야 '10% 고소득자' 소리 듣는다


한국에서 소득 상위 10%, 혹은 ‘텐프로’라 불리는 고소득자가 되려면 얼마나 벌어야 할까?

사실 고소득자에 대한 일치된 기준은 없다. 우리가 보통 텐프로라고 말할 땐 소득수준을 기준으로 상위 10%에 해당하는 가구를 지칭한다. 이는 전체가구를 소득수준에서 따라 일렬로 세웠을 때 상위 10%를 고소득자로 정의하는 것인데, 10% 자체가 자의적인 숫자다.

그런데 10%가 관행처럼 사용되면서 ‘고소득자=상위 10%’라는 등식이 굳어져 버렸다. 그래서 국회도 지난해 아동수당을 처음 지급할 때 고소득자를 배제키로 하고 고소득자의 기준을 소득 상위 10%로 정하기도 했다.



고소득자를 소득 상위 10%로 정의하면 소득금액은 해마다 변경될 수 있다. 왜냐하면 이 기준은 전체가구를 해마다 그해 소득수준에 따라 일렬로 세우고 상위 10% 가구를 추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가구의 소득은 불변하는 게 아니고 매년 증가하거나 감소한다.

지난해 통계청이 분기별로 발표한 ‘2018년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소득 상위 10% 경계값은 월소득 기준 840만5530원(이하 분기 평균값)이었다. 12개월 연소득으로 환산하면 1억86만6354원(이하 분기 평균값)이다. 따라서 지난해 이 기준을 초과하면 모두 상위 10% 고소득자가 된다.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는 가구주만이 아닌 가구원 전체의 소득을 조사하는 것이기에 지난해 가구원 전체의 소득이 대략 연간 1억87만원 이상이었다면 우리나라에서 상위 10%에 드는 고소득자 반열에 든다.

지난해 아동수당 지급 대상에서 배제됐던 소득 상위 10% 고소득자 기준은 이와는 조금 다르다. 소득금액 뿐만 아니라 부동산, 금융자산, 차량 등 재산의 소득환산액을 합해 고소득자 여부를 판별한다. 근로나 사업소득이 적어도 재산이 많으면 고소득자로 분류될 수 있다. 보건복지부가 정한 소득 상위 10%는 3인 가구 기준 월소득 1170만원, 연소득 1억4040만원이었다.

이 방법은 매우 합리적이나 재산의 소득환산액을 계산하는 게 너무 복잡하고 객관적이지 않아 쉽게 적용하기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반해 특정한 소득금액만을 기준으로 간단하게 고소득자를 정의할 수 있다. 예컨대 금융·세금 정책에서 많이 쓰는 연소득 7000만원 기준이다. 연소득 7000만원을 초과하면 저리로 이용할 수 있는 보금자리론(무자녀의 경우)을 못 받고, 신용카드 소득공제 혜택이 축소된다.

이는 금융·세금 정책적으로 연소득 7000만원을 초과하면 고소득자로 보기 때문이다. 연소득 7000만원 이상은 소득 상위 30% 가구에 해당돼 우리가 관행처럼 사용하는 ‘고소득자=상위 10%’ 등식보다 고소득자 범위가 넓다.



이렇게 하면 매년 전체가구를 일렬로 세워서 고소득자를 가려내야 하는 불편함을 피할 수 있다. 그러나 해마다 고소득자 수가 달라진다. 특정 소득금액 이상이면 모두 고소득자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경제가 성장하면서 국민소득이 늘어나기 마련이어서 특정한 소득금액 기준은 경제발전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치명적인 약점을 안고 있다.

연소득 7000만원 기준을 지난해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대입해보면, 대략 소득 상위 25% 가구가 고소득자로 분류된다. 지난해 상위 20% 경계값은 연소득 7921만6929원(분기 평균값)이고 상위 30% 경계값은 연소득 6633만63원(분기 평균값)이었다.

소득세법상 고소득자도 특정한 소득금액을 기준으로 판정한다. 2016년까지만 해도 소득세 최고세율(38%)이 적용되는 고소득자의 과세표준은 1억5000만원 초과였다. 과세표준은 총소득금액에서 필요경비와 소득공제를 뺀 금액이다.



그런데 고소득자 과세 강화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2017년 새롭게 과세표준 5억원 초과가 신설됐고 소득세 최고세율도 40%로 올라갔다. 1년 새 고소득자 기준이 1억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껑충 뛴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에는 부자 증세가 더욱 강력하게 추진되면서 고소득자보다 한 단계 상위 계층인 ‘초고소득자’가 새롭게 등장했다. 이 때부터 과세표준 5억원 초과는 초고소득자로 정정됐고, 대신 3~5억원 사이는 고소득자로 재분류됐다. 1억5000만원 초과도 고소득자인데 지위가 상당히 약화된 셈이다.

기획재정부는 2017년 당시 과세표준 5억원을 초과하는 초고소득자가 약 4만6000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에 따르면 전체 국민의 약 0.08%가 초고소득자였다.



학계에선 고소득자를 좀 다른 방식으로 정의한다. 고소득자에 대한 기준을 정하지 않고 대신 중산층(middle class)에 대한 기준을 세우고 그 기준을 초과하면 고소득층으로 부른다.

예컨대 미국 퓨리서치(Pew Research)에서 사용하는 중산층 기준은 전체가구 소득의 중위값(median)을 기준으로 67~200% 내의 소득을 전부 중산층으로 본다. OECD기준은 75~200%다. 결국 학계에서 사용하는 고소득층의 기준은 전체가구 소득 중위값의 2배다. 중위값의 2배를 초과하는 소득은 고소득층이 된다.

이러한 기준을 적용해 우리나라의 고소득층을 조사해보면,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가구의 중위값은 월소득 기준 405만3168원(분기 평균값)이었다. 12개월 연소득으로 환산하면 4863만8019원(분기 평균값)이다. 따라서 지난해 중위값의 2배인 810만6336원(월소득), 9727만6038원(연소득)을 초과하면 모두 고소득층이 된다. 이는 지난해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득 상위 약 12%에 해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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