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어차피 못 막아"…마스크를 포기했다

머니투데이 박가영 기자 2019.03.05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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짙어지고 잦아진 미세먼지 "차단도 잘 안 되는데 굳이…"

/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최악의 미세먼지에도 마스크를 '안' 쓰는 이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말부터 열흘 넘게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며 이에 둔감해진 시민들이 늘고 있는 것. "어차피 못 막는다"거나 "쓸모없다"며 마스크 착용을 포기하는 이들까지 생겼다.

미세먼지는 최근 들어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5일 한국환경공단 에어코리아에 따르면 올해 1·2월 서울지역 초미세먼지(PM2.5) 평균 농도는 각각 38㎍/㎥, 35㎍/㎥로 조사됐다. 지난해 서울지역 초미세먼지 평균 농도가 △1월 32㎍/㎥ △2월 30㎍/㎥였던 것과 비교하면 5㎍/㎥가량 높아진 것이다.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빈도 역시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2월 미세먼지(PM10)와 초미세먼지가 '나쁨' 수준 이상이었던 날은 각각 10일, 23일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미세먼지·초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 이상이었던 날은 각각 6일, 9일. 올해 미세먼지가 4일 더 많이 발생한 셈이다.

대기 질이 악화하면서 마스크 쓰는 걸 '포기'하는 시민이 오히려 많아졌다. 마스크를 써도 미세먼지가 완벽히 차단되지 않아 착용이 무의미하다는 판단에서다.
서울을 비롯한 전국 9개 시·도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내려진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일대가 뿌옇게 보인다./사진=이동훈 기자서울을 비롯한 전국 9개 시·도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내려진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일대가 뿌옇게 보인다./사진=이동훈 기자
직장인 김명진씨(24)는 "출근길에 마스크를 쓰고 나와도 대중교통을 이용하다 보면 답답해서 벗게 된다. 사무실 등 실내에서도 마찬가지다. 온종일 쓰고 있지 않는 이상 어차피 미세먼지를 마시게 되는 것 아니냐. 굳이 비싼 돈 주고 사서 쓸 필요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직장인 노모씨(33)도 "마스크 착용 시간 혹은 장소가 정해져있으면 참고 쓰겠다. 그게 아니니까 그냥 단념하게 된다. 마스크 쓰면 숨 막히고 피부도 뒤집어지고 두통까지 생기는데…. 이런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쓰고 싶진 않다"고 설명했다.

마스크를 써도 미세먼지를 피할 수 없는 현실에 '순응'하기도 한다. 직장인 이모씨(28)는 "지난 겨울부터 마스크를 안 쓰고 있다"며 "미세먼지는 입자가 작아 눈, 피부 등을 통해서도 들어온다는데 마스크로 코랑 입만 막는 게 무슨 소용일까 싶다. '죽기밖에 더하겠냐'는 심정이다"고 털어놨다.

대학생 오모씨(22)는 "마스크는 별 효과가 없는 것 같다. 아무리 눌러 써도 볼이랑 코에 제대로 밀착되지 않는다. 미세먼지를 차단하려면 마스크가 아닌 방독면을 써야 될 것"이라며 "마스크 착용을 하지 않는 대신 외출 후 샤워, 세탁 등에 신경쓴다"고 전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보건용 마스크를 사용하더라도 미세먼지를 100% 차단하는 것은 아니다"며 "미세먼지가 심할 땐 가급적 외출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 부득이 외출을 하게 됐을 경우엔 허가받은 보건용 마스크를 얼굴에 맞게 착용하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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