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15년 전 미국기업 될 뻔했다

머니투데이 김주동 기자 2019.03.03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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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 "모토로라가 화웨이 인수, 2004년 양측 합의"
모토로라 이사회 "잘 모르는 회사에 큰돈" 반대

/AFPBBNews=뉴스1/AFPBBNews=뉴스1


2003년 12월 중국 하이난섬 바닷가에서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과 마이크 자피로브스키 당시 모토로라 CEO(최고경영자) 등 4명이 무언가를 얘기하며 걷고 있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는 이 장면이 담긴 사진을 공개하며 모토로라가 화웨이를 인수하는 데 양쪽이 합의했었다고 지난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계획대로 됐다면 현재 무역전쟁의 구도가 달라졌을 거래였다.

당시 화웨이와 모토로라는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미 중국 내에선 최대 통신장비업체였던 화웨이는 2000년부터 세계 휴대폰 시장의 강자 모토로라에 제품을 팔아왔고, 모토로라는 이들 제품에 자사 상표를 붙여 판매해왔다. 지금은 화웨이가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들지만 당시에는 막 휴대폰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상황이었다.



사진이 찍혔던 2003년, 화웨이는 미국 IT회사 시스코시스템스로부터 1월에 지식재산권 침해 소송을 당하며 어려움을 겪었다. 이 기업의 라우터, 스위치에 들어간 특허기술 등을 무단으로 빼갔다는 내용이었는데, 그해 10월 소송은 합의로 마무리됐지만 이 사건은 미국 정치권이 중국 기업에 대해 '기술 도둑질' 의심을 시작한 씨앗이 됐다.

FT는 "당시 화웨이가 소송전은 막았지만 선도 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는 확실한 전망이 없었다"면서, 두 경영자를 비롯한 실무진이 당시 만남 수주일 뒤 75억달러(지금 시세로 8조4000억원)에 모토로라가 화웨이를 인수한다는 인수의향서를 작성했다고 전했다.



걸림돌은 모토로라 이사회였다. 이사회는 잘 모르는 외국기업에 너무 큰 돈을 쓰는 것을 반대했고, 2004년 초 새로 취임한 에드워드 잰더 CEO는 추가 협상을 하겠다고 했으나 결국 합의가 무산됐다.

인수합병 무산 뒤에도 두 기업은 업무 교류를 이어갔다. 하지만 2010년 모토로라가 화웨이가 영업기밀을 빼갔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2011년초에는 화웨이가 모토로라의 사업부 매각에 대해 자사 핵심기술이 제3 업체에 넘어간다면서 맞소송을 건 바 있다. 두 소송은 양사가 2011년 4월 합의를 하면서 종료됐다.

모토로라는 합병이 무산된 2004년 말 '레이저'(Razr)라는 인기 휴대폰 모델을 출시했지만 그게 마지막이었다. 2006년을 정점으로 회사의 매출이 추락하기 시작했고, 2011년 모토로라의 휴대폰 사업부(모토로라 모빌리티)는 구글에 팔렸다가 2014년 다시 레노보로 넘어갔다.


모토로라와 화웨이의 인수합병을 조언해주던 JP모건의 리온 멍은 FT에 "실사 결과가 압도적으로 좋았는데 모토로라 이사회가 인수를 반대한 것에 깜짝 놀랐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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