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각국 '비밀' 로비…"규제하면 투자 안해" 협박도

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2019.03.03 16:34
글자크기

가디언, 2013년 작성된 내부 문건 입수해 보도…
아일랜드 전 총리, 인도 대통령 등 고위급 접촉

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 /AFPBBNews=뉴스1셰릴 샌드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 /AFPBBNews=뉴스1


전 세계적으로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페이스북이 이를 막기 위해 각국의 정치인들을 대상으로 비밀리에 로비 활동을 벌여온 내용이 담긴 내부 문서 일부가 공개됐다. 로비 대상에 총리 및 장관급 인사들도 포함돼 파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2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은 입수한 페이스북 내부 문서를 인용해 "페이스북이 미국·영국·캐나다·베트남·인도·유럽연합(EU) 등 국가에서 자신들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수백명의 의회 의원들과 규제 당국자에게 접촉해 로비 활동을 벌여왔다"고 보도했다.



이 문서들은 지난 2013년 열린 다보스 포럼(WEF:세계경제포럼) 이후 마른 러바인 당시 글로벌 홍보부장 등 페이스북 고위 인사에 의해 작성된 것으로 전해졌다. 페이스북은 현재 '개인정보 침해' 등을 놓고 캘리포니아의 IT기업 '식스포스리(Six4Three)'와 소송 중인데, 이와 관련해 페이스북이 법원에 제출한 내부 문건 일부를 가디언이 입수한 것으로 보인다.

문서에 따르면 셰릴 샌드버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당시 EU가 제정을 검토하던 개인정보보호법(GDPR, 2016년 제정)을 자사에 대한 중대한 위협으로 경계했으며 이에 반대하는 로비 활동에 직접 나섰다. 그가 만난 사람 중에는 엔다 케니 전 아일랜드 총리, 프라나브 무케르지 인도 대통령, 조지 오스본 영국 전 재무부 장관 등 고위급 인사도 포함됐다.



특히 아일랜드는 당시 페이스북·구글 등이 조세회피 목적으로 EU본부를 설립한 곳이다. 아일랜드는 EU 정보보호위원회의 수장을 맡고 있지만 거대 IT기업들과 지나치게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이번 문서에는 케니 전 총리가 자국의 EU 내 지위를 이용해 페이스북을 위한 활동에 적극 나서겠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영국 캠브리지 대학의 존 노튼 선임 연구원은 이와 관련해 "아일랜드가 사실상 거대 IT 기업들의 '속국'이라는 것이 드러났다"면서 "폭발력 있는 폭로"라고 평가했다.

또 페이스북은 각국 정치인들이 페이스북에 친화적인 법을 만들 경우에만 해당 국가에 투자하겠다고 협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서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캐나다와 말레이시아에 데이터센터를 짓는 조건으로 이같은 법 제정을 요구했다. 당시 캐나다 측이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이자, 샌드버그 COO는 "곧 데이터센터 건설 결정 마감일"이라면서 "캐나다가 법적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으면 우리에게는 다른 선택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캐나다 측은 샌드버그 COO의 발언 이후 하루 만에 관련 동의서를 페이스북 측에 제출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가디언의 보도에 대해 페이스북은 "캘리포니아 법원은 (해당 문서들의) 유출을 금지하고 있어 자세하게 밝힐 수 없다"며 즉답을 회피하고, "(유포자에게) 불리한 것은 숨기고 유리한 것은 드러내는 체리피킹을 통해 밝혀진 문서"라면서 "한 쪽의 이야기만 전달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