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 달아야 하나요? 집에 없는데...

머니투데이 오세중 기자 2019.03.01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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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일 태극기 게양 감소 심각...가정에 태극기 없는 집도 많아

서대문구의 한 아파트에 3.1절을 맞아 태극기가 게양돼 있다. 이 아파트 동에서  76세대 중 6곳만이 태극기를 달았다./사진=오세중 기자서대문구의 한 아파트에 3.1절을 맞아 태극기가 게양돼 있다. 이 아파트 동에서 76세대 중 6곳만이 태극기를 달았다./사진=오세중 기자


3월 1일 오전 11시 서울 서대문구 A 아파트. 한 단지에 76세대가 있지만 국경일임에도 불구하고 태극기를 게양한 가정을 찾기는 어렵다. 76세대 중 태극기를 창밖으로 게양한 집은 6가구 뿐이다. 약 8%에 불과한 수치다. 태극기를 다는 집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것은 육안으로도 실감할 수 있다. 아파트 한 동 전체에 태극기를 게양한 가구가 하나도 없는 경우도 많았다.

과거 어린시절 태극기는 필수적으로 국경일마다 달아야 하는 당위였다. 학교에서도 교육을 받고, 가가호호 태극기를 다는 것이 당연시 됐다. 이 부분은 태극기 게양이 강요와 다름 없는 시절이었기에 논란이 있다.



이같이 태극기 게양이라는 당위적인 행사가 국민의례의 애국가 제창처럼 과거 강요에 의한 산물로 시민들에게 불편한 인식을 주면서 게양 의식도 희미해졌다. 특히 일부 보수단체가 태극기를 상징처럼 활용하는 정치 퍼포먼스를 이어가면서 태극기에 대한 반감이 생기는 역현상도 뚜렷해졌다.

정작 우리나라의 역사에 있어 의미있는 한 순간인 국경일에 태극기를 다는 것 조차 어색한 일이 된 셈이다. 심지어 태극기를 집에 보유하고 있지 않는 가정도 많다. 또, 태극기의 게양방법 조차도 몰라 과거와 달리 제 각각 다는 경우도 허다하다.



◇"태극기 달긴 달아야 하는데..." = 국경일의 태극기 게양은 통과의례가 아닌 선택의 문제가 된 지 오래다. 언제부터인가 태극기라는 이미지가 정치적 행위와 맞물리면서 국민들에게 멀어졌다. 국경일에 태극기 게양을 하는 것은 더 이상 의무라는 느낌보다는 '한번 달아볼까'라는 선택적 이슈가 된 것이다.

노원구 상계동에 사는 박모씨는 "국경일에 태극기를 달아야 한다는 사실을 잊어버렸다"며 "있으면 달텐데 태극기조차 집에 없다"고 말했다.

이렇게 가정에 태극기가 없는 것은 박모씨의 경우만이 아니다.


은평구 불광동에 사는 노모씨도 "국경일이 되면 태극기를 보면 달아야 한다는 생각은 들지만 태극기도 집에 없다"며 "솔직히 지금 태극기를 보면 극성맞은 태극기 부대 때문에 움찔한다"고 밝혔다.

태극기가 이미 국민들 머리속에 정치적 행위의 이미지로 자리잡은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서대문구 홍제동에 사는 김모씨도 "(태극기부대가)모여서 태극기를 흔들고 있으면 섬뜩하다"며 "(태극기 게양이나 태극기에 대한 상징성에 대해) 의무적으로 대하고 있으나 가깝고 친근하기보다는 어릴 때 강요받은 태극기의 이미지가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파트는 태극기가 게양하기도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용인시 수지구 죽전동에 사는 김모씨는 "태극기 게양에 대해 항상 생각하고 있었지만 막상 사려고 하니 비싸고, 잘 팔지도 않아 사기 어렵다"며 "무료로 나눠주면 게양할 것 같다"고 말했다.



과거와 같은 태극기 게양에 대한 의무감은 찾기 어려웠다.

◇게양도 각양각색...태극기는 어떻게 달까요? = 태극기가 가정마다 없기도 하지만 있어도 다는 방식도 각양각색이다. 그러나 태극기에 게양과 관련해서는 '국기의 게양·관리 및 선양에 관한 규정'에 명시돼 있다.

국경일이나 조의를 표하는 날 게양하는 방식./자료=관련 법률 별첨 자료 캡쳐국경일이나 조의를 표하는 날 게양하는 방식./자료=관련 법률 별첨 자료 캡쳐


흔히 알고 있듯이 국경일이나 평일에는 태극기를 깃봉아래 정상적으로 달아야 한다. 그러나 제9조제1항제2호에 따른 현충일 등의 조의를 표하는 날에는 함께 게양하는 다른기도 국기와 같이 조기로 게양한다. 3.1절은 국경일이기 때문에 국경일에 해당하는 방식으로 태극기를 깃대에 매달아야 한다.

자료=국기 선양 관련 법률 별첨 자료 캡쳐자료=국기 선양 관련 법률 별첨 자료 캡쳐
주택 및 건물에서의 국기 게양 방법은 제10조제3항에 따른다. 단독주택의 경우 집 밖에서 바라봤을 때 대문의 왼쪽 또는 중아에 게양해야 한다.

공동주택의 경우 집 밖에서 바라봤을 때 베란다의 왼쪽이나 중앙에 게양한다. 건물주변에는 전면지상의 중앙 또는 왼쪽, 옥상이나 차양시설 위의 중앙, 또는 주된 출입구의 위 벽면 중앙에 게양한다. 광화문 청사 등에서 국기를 게양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국경일에는 온전히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는 의미에서 태극기를 달아야 하는데 요즘 그런 의식이 없어 아쉽다는 지적도 나온다. 태극기를 우라나라의 국기로서 국경일에 게양하는 것은 정치행위와 무관하다. 그럼에도 태극기라는 이미지에 정치색이 덧씌워지면서 국민에게는 더욱 더 멀어져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태극기의 이미지가 정치적인 행위들과 동일시되면서 국민들이 불편해하는 부분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공공기관에서는 게양을 유도하지만 국민들에게도 적극적으로 게양을 촉구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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