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와 블록버스터도 실패하는 일제강점기 영화?

머니투데이 김건우 기자 2019.03.01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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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배우, 블록버스터 실패 작품 많아...작은 감동 영화 인기

'항거 : 유관순 이야기''항거 : 유관순 이야기'


3.1운동 100주념을 맞아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 '항거:유관순 이야기'(이하 '항거')와 '자전차왕 엄복동'이 지난 27일 개봉했다.

제작비 10억원 수준의 '항거'는 개봉 첫날 매출 5억6500만원, 박스오피스 3위를 기록해 무난히 손익분기점(BEP)을 달성할 전망이다. 반면 제작비 130억원의 '자전차왕 엄복동'은 박스오피스 5위에 머물고 있다. 첫날 매출도 3억2000만원 수준에 그쳤다.



사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블록버스터 영화의 흥행실패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과거 100억~200억원대의 영화가 여럿 흥행에 실패했다. 일제강점기 영화들의 흥행공식을 분석해봤다.

◇스타 감독과 배우, 블록버스터도 실패하는 장르?=2011년 충무로에서 가장 화제를 모았던 작품은 영화 '마이웨이'였다. '쉬리' '태극기 휘날리며'로 한국형 블록버스터 모델을 제시한 강제규 감독의 컴백작이고, 장동건과 일본 배우 오다기리 조, 중국 배우 판빙빙이 출연했다. 제작비만 280억원에 달했다.



'마이웨이'는 1938년 경성을 배경으로 조선과 일본을 대표하는 마라톤 선수였던 두 청년이 2차 세계대전 전쟁터에서 재회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강 감독은 노르망디 상륙작전에서 연합군에 붙잡힌 한국인 독일군 포로에 관한 실화를 각색했다. 하지만 '마이웨이'는 누적 관객 수 214만명, 매출액 159억9400만원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제작비의 3분의 1 수준밖에 건지지 못한 셈이다.
영화 '마이웨이'영화 '마이웨이'
2017년 개봉한 '군함도'도 손익분기점인 800만 관객을 넘지 못한 659만명을 동원하는데 그쳤다. '군함도'는 류승완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송중기, 소지섭, 황정민 등 국내 대표 배우들이 모두 출연했다. 영화는 일제강점기 일본 하시마섬을 배경으로 조선인들의 강제 징용 아픔을 다뤘다. 개봉 후 조선인 피해자들의 실상을 축소하고, 조선인 동포가 서로 착취하는 설정에 관객들이 거부감을 나타냈다.

이들 영화에 앞서 2000년 개봉한 영화 '아나키스트'도 흥행에 실패했다. 당시 한국영화 제작비보다 30~40% 많은 수준인 21억원으로 제작됐고, 최초의 한중 합작영화, 상하이 올 로케이션 영화로 관심을 끌었다. 장동건, 정준호, 이범수가 주연을 맡았고 박찬욱 감독이 각본을 맡았다.

반면 오락성에 좀 더 충실했던 '암살'이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은 흥행작으로 꼽힌다. 1270만명을 동원한 '암살'은 1933년을 배경으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독립군 이야기를 그린다. 후반부 친일파 염석진(이정재 분)을 처단하는 통쾌한 장면이 담겨 있다.
영화 '박열'영화 '박열'
◇작은 감동의 영화, 입소문에 흥행 성공=일제강점기 배경 영화는 블록버스터보다 작은 영화들이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다. 대표작은 '동주' '박열' '아이 캔 스피크' '귀향' 등이 있다.


'동주'와 '박열'은 '왕의 남자'로 유명한 이준익 감독의 작품이다. 이 감독은 2000년 영화 '아나키스트'의 제작자이기도 하다. 동주는 청년 윤동주를 주인공으로 사촌이자 절친인 송몽규의 삶을 다뤘고, '박열'은 일본 황태자 폭탄 암살을 도모했던 실존인물 박열을 그렸다. 두 작품 모두 당시 젊은이들이 갖고 있는 신념들이 관객들의 공감을 얻었다.

'귀향'과 '아이 캔 스피크'는 일제강점기 종군위안부로 끌려간 여성의 삶을 다뤘다. 지난달 별세한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가 '아이 캔 스피크'의 실제 모델이다.

25억원의 제작비로 제작된 '귀향'은 마지막에 소녀들이 나비가 돼 고향으로 돌아오는 장면이 관객들의 마음을 울렸다. 개봉 첫날 513개였던 스크린은 입소문 덕분에 876개까지 늘었고, 358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데 성공했다. '아이 캔 스피크'도 관객 328만명이 관람했다.

◇알고보면 잘 모르는 일제강점기, 관객공감 얻기 어려워=일제강점기 영화들은 실존 인물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많다. 하지만 인물들의 뒷이야기를 소재로 삼다 보니 관객들의 외면을 받는 경우도 많았다. 당시 암울하고 핍박받았다는 사실 외에 시대적 배경에 대한 지식이 깊지 않은 영향도 컸다. 개봉을 앞두고 역사 왜곡이나 인물 미화 등의 논란이 생기는 경우도 많다.

'대장 김창수'는 청년 김창수가 백범 김구로 거듭나는 시간을 그렸지만 흥행에 실패했다. '도마 안중근'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고 순국한 독립운동가 안중근을 주인공으로 했지만 관객 수가 2만명에 그쳤다. '도마 안중근'은 방송인 서세원이 감독을 맡아 주목받기도 했다.

이밖에도 '모던보이' '라듸오 데이즈' '원스어폰어타임' 등도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드라마, 코믹 등을 그렸지만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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