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거 : 유관순 이야기'
제작비 10억원 수준의 '항거'는 개봉 첫날 매출 5억6500만원, 박스오피스 3위를 기록해 무난히 손익분기점(BEP)을 달성할 전망이다. 반면 제작비 130억원의 '자전차왕 엄복동'은 박스오피스 5위에 머물고 있다. 첫날 매출도 3억2000만원 수준에 그쳤다.
◇스타 감독과 배우, 블록버스터도 실패하는 장르?=2011년 충무로에서 가장 화제를 모았던 작품은 영화 '마이웨이'였다. '쉬리' '태극기 휘날리며'로 한국형 블록버스터 모델을 제시한 강제규 감독의 컴백작이고, 장동건과 일본 배우 오다기리 조, 중국 배우 판빙빙이 출연했다. 제작비만 280억원에 달했다.
영화 '마이웨이'
이들 영화에 앞서 2000년 개봉한 영화 '아나키스트'도 흥행에 실패했다. 당시 한국영화 제작비보다 30~40% 많은 수준인 21억원으로 제작됐고, 최초의 한중 합작영화, 상하이 올 로케이션 영화로 관심을 끌었다. 장동건, 정준호, 이범수가 주연을 맡았고 박찬욱 감독이 각본을 맡았다.
반면 오락성에 좀 더 충실했던 '암살'이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은 흥행작으로 꼽힌다. 1270만명을 동원한 '암살'은 1933년을 배경으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독립군 이야기를 그린다. 후반부 친일파 염석진(이정재 분)을 처단하는 통쾌한 장면이 담겨 있다.
영화 '박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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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주'와 '박열'은 '왕의 남자'로 유명한 이준익 감독의 작품이다. 이 감독은 2000년 영화 '아나키스트'의 제작자이기도 하다. 동주는 청년 윤동주를 주인공으로 사촌이자 절친인 송몽규의 삶을 다뤘고, '박열'은 일본 황태자 폭탄 암살을 도모했던 실존인물 박열을 그렸다. 두 작품 모두 당시 젊은이들이 갖고 있는 신념들이 관객들의 공감을 얻었다.
'귀향'과 '아이 캔 스피크'는 일제강점기 종군위안부로 끌려간 여성의 삶을 다뤘다. 지난달 별세한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가 '아이 캔 스피크'의 실제 모델이다.
25억원의 제작비로 제작된 '귀향'은 마지막에 소녀들이 나비가 돼 고향으로 돌아오는 장면이 관객들의 마음을 울렸다. 개봉 첫날 513개였던 스크린은 입소문 덕분에 876개까지 늘었고, 358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는 데 성공했다. '아이 캔 스피크'도 관객 328만명이 관람했다.
◇알고보면 잘 모르는 일제강점기, 관객공감 얻기 어려워=일제강점기 영화들은 실존 인물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많다. 하지만 인물들의 뒷이야기를 소재로 삼다 보니 관객들의 외면을 받는 경우도 많았다. 당시 암울하고 핍박받았다는 사실 외에 시대적 배경에 대한 지식이 깊지 않은 영향도 컸다. 개봉을 앞두고 역사 왜곡이나 인물 미화 등의 논란이 생기는 경우도 많다.
'대장 김창수'는 청년 김창수가 백범 김구로 거듭나는 시간을 그렸지만 흥행에 실패했다. '도마 안중근'은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고 순국한 독립운동가 안중근을 주인공으로 했지만 관객 수가 2만명에 그쳤다. '도마 안중근'은 방송인 서세원이 감독을 맡아 주목받기도 했다.
이밖에도 '모던보이' '라듸오 데이즈' '원스어폰어타임' 등도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드라마, 코믹 등을 그렸지만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