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 100주년에, '일본 여행'이라니…

머니투데이 한민선 기자 2019.03.01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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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사도 3·1절 연휴 상품 기획… "상관없다" vs "매국노" 갑론을박

/사진=이미지투데이/사진=이미지투데이


"3·1절에 일본 여행을 간다고? 좀 찜찜하지 않아?"

직장인 이지훈씨(가명·28)는 직장 동료에게 "3·1절 연휴 3일 동안 일본 여행을 간다"고 말한 뒤 이 같은 말을 들었다. 그는 "마치 매국노 취급을 해서 황당하고 어이가 없었다"면서도 "가족 외에는 일본 여행을 간다는 사실을 숨기고 있다"고 털어놨다.

3·1절 연휴(3월 1~3일)을 맞아 해외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다. 그중 일본은 한국과 가까워 비행시간이 짧고, 물가가 비슷해 '가성비'가 좋은 인기 여행지로 꼽힌다. △비교적 따듯한 날씨 △3월부터 열리는 벚꽃축제 △한국인 입맛에 맞는 음식 등도 일본 여행의 매력적인 요소다.

각 여행사에도 3·1절 연휴를 포함한 일본 여행 상품을 기획했다. 한 포털 사이트에 '삼일절 일본여행'을 검색하면 1000여건의 여행상품이 나온다. 주로 3·1절을 포함해 2박 3일로 일본을 관광하는 코스다.



'삼일절 일본여행' 상품 모습./사진=네이버 캡처'삼일절 일본여행' 상품 모습./사진=네이버 캡처
이에 일각에서는 "3·1절에 일본 여행을 가는 것은 역사를 무시하는 행위"라며 비판하고 있다. 3·1절은 1919년 3월1일 한국인이 일본의 식민통치에 항거하고 비폭력 만세운동을 시작한 날이기 때문. 이날 민족대표 33인은 독립선언서를 발표해 한국의 독립 의사를 세계에 알렸다. 특히 올해는 3·1운동 100주년으로 더 의미가 있는 해다.

직장인 최진영씨(26)는 "3·1절 일본여행은 식민지 지배에 저항했던 3·1운동의 정신을 부정하는 느낌이 든다"며 "3·1절 기념행사에 참가하거나, 순국선열을 추모하지는 못할망정 일본에 놀러 가는 건 옳지 못하다"고 주장했다.



일본여행을 자주 하는 직장인 김모씨(24)도 "보통 같으면 당연히 일본을 갔을 텐데, 올해는 3·1절 100주년인만큼 망설여졌다"고 했다. 이어 "죄인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라며 "다음 연휴 때 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3·1절과 개인적인 여행을 연관 짓는 것은 무리한 비판"이라는 반대 의견도 있다.

대학생 정모씨(22)는 "일본가서 매국노면, 상해가면 독립운동가냐"고 반문했다. 이어 "3·1절에 일본을 간다고 일본의 과거 식민정책에 동의한다는 뜻이 아니"라며 "평소엔 역사 의식도 없는 사람들이 꼭 이럴 때 비난한다"고 지적했다.


직장인 최모씨(27)는 "언제든지 여행을 갈 수 있는 사람이라면 항공권도 비싼데, 굳이 3·1절에 일본을 갈 이유는 없다"면서도 "일을 하는 경우, 무리하게 연차를 쓰는 것보다 연휴에 짬을 내서 여행을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 "솔직히 오래전 역사보다는 당장 여행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각종 커뮤니티에도 "3·1절, 일본 여행 가도 되나요?"라며 글이 올라와 찬반 여론이 뜨겁다. 지난 25일 SBS TV 프로그램인 '동상이몽 시즌2 - 너는 내 운명'에서 인교진 소이현 부부가 일본 훗카이도로 여행을 떠난 것이 방송돼, 일각에서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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