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이런 주주제안은 없었다

머니투데이 김남이 기자 2019.02.27 16:40
글자크기

엘리엇, 현대차에 순이익 3.5배 배당 요구…모비스, '2.5조 요구'에 3년 2.6조 주주환원으로 맞대응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에 순이익을 크게 뛰어넘는 8조원대의 배당을 요구했다. 단기수익을 목표한 헤지펀드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이에 맞서 두 회사는 장기적으로 비슷한 규모의 주주환원책을 내놨다.

27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엘리엇은 보통주 1주당 현대차 (286,000원 ▼9,000 -3.05%)에 2만1967원, 현대모비스 (247,500원 ▼4,000 -1.59%)에 2만6399원의 배당을 제안했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가 제안한 배당금(각 보통주 1주당 4000원)보다 5.5~6.5배 많은 수준이다.



지금까지 이런 주주제안은 없었다


우선주를 포함하면 엘리엇이 요구한 배당금 총액은 현대차 5조8000억원, 현대모비스 2조50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두 기업의 순이익을 감안하면 현대차(1조6450억원)는 3.5배, 현대모비스(1조8882억원)는 1.3배에 이른다.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상장사 중 순이익을 넘는 배당을 하는 곳은 찾아보기 힘들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가 제안한 배당률은 지난해 순이익 대비 각각 67%, 20%로 낮은 수준은 아니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오히려 순이익을 넘어서면 무리한 배당이라며 시장에서는 경계하는 모습이다. 국민연금의 국내 의결권 행사 세부기준에 따르면 배당금 지급 수준이 회사의 이익규모, 재무상황 등을 고려했을 때 주주가치를 훼손할 정도로 과다한 경우 반대표를 행사하도록 돼 있다.

업계는 현대차나 현대모비스가 엘리엇의 제안을 수용할 경우 향후 투자 및 M&A(인수·합병) 여력 감소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특수배당 직후 기업가치가 떨어질 것을 경계한다. 엘리엇의 요구는 시가총액 대비 현대차는 18.8%, 현대모비스는 12.1%에 달한다.

단기적으로는 엘리엇의 배당안이 매력적일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회사의 가치를 떨어뜨릴 것이라는 우려다.


또 현대모비스는 3년에 걸쳐 2조6000원에 달하는 주주환원 계획을 밝힌 것도 고려할 부분이다. 3년간 △배당 1조1000억원 △자기주식매입 1조원 △자기주식소각 4600억원을 진행할 계획이다. 전체 금액으로 보면 엘리엇의 요구와 비슷하다.

현대차도 올해 자사주 매입·소각과 배당금을 더하면 주주환원에 총 2조800억원을 썼다. 향후 잉여현금흐름(FCF) 30~50% 배당 기조를 이어가고, 수익성 개선에 기반한 주주환원 확대를 계속해 나갈 방침이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엘리엇의 현금배당을 통한 1년 내 회수 방안은 단기 투자자 입장에서 매력적일 수 있다”며 “그러나 장기투자자의 경우 현대모비스의 3년 분할안이 유리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일시적 특수 배당 후에는 기업가치 하락에 따른 부정적인 주가 흐름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