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시작'…코오롱의 고민

머니투데이 우경희 기자 2019.03.03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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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사라인 직원 구조조정 사실상 확정에 "비정규·하도급이라도 하게 해달라" 맞서

'구조조정 시작'…코오롱의 고민


코오롱이 나일론·폴리에스터 원사 생산라인 폐쇄 일정을 확정하고 인력 구조조정에 나선다. 직원들은 비정규직 하도급화라도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이지만 회사는 대규모 명예퇴직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단체행동 가능성도 제기된다.

3일 코오롱패션머티리얼에 따르면 이 회사는 오는 20일 원사 사업장 폐쇄와 4월 부터 해당 생산직 직원들의 일괄 휴가를 사실상 확정했다. 조만간 이사회를 열고 관련 사안을 논의한 후 최종 의결할 예정이다. 당초 코오롱은 지난달 21일 이사회를 열 예정이었으나 원사라인 폐쇄 소식이 알려진 후 이사회를 연기했다. (관련기사 : [단독]코오롱, 그룹 모체 나일론 원사사업 접는다)



당장 일자리를 잃게 된 직원들은 정직원 처우를 포기하고 비정규직으로라도 일하겠다는 입장이다. 별도 운영사를 만들어 코오롱머티리얼의 모회사인 코오롱인더스트리와 공급 계약을 통해 원사를 생산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자발적 하도급화다.

회사 측은 난색을 표명했다. 심각한 누적적자로 그룹 모체사업의 중단이라는 극약처방을 선택한 코오롱이다. 하도급으로 사업을 끌고가면 결국 부실을 계속 안고가는 것과 마찬가지란 게 회사 측 입장이다.



이에 따라 코오롱은 인력 구조조정 방침을 사실상 확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코오롱머티리얼이 원사 생산 공장부지 등 자산을 코오롱인더스트리에 매각한 후 그 재원을 바탕으로 명예퇴직 신청을 받고 위로금을 지급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직원들은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생산라인을 매입하는 구조라면 차라리 직원들의 요청대로 설비를 하도급화해서 이를 가동할 수 있게 해달라고 맞서고 있다.

코오롱 원사 부문은 이미 오래전 민주노총을 탈퇴, 노조 없이 운영 중이다. 원사 라인 근로자들도 구조조정 관련 사안에 대해 노조가 아닌 사우회 형태로 대응하고 있다. 회사에 따르면 사우회는 일단 투쟁보다는 타협을 진행해야 한다는 기류다. 회사 상황이 워낙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회사 측의 구조조정 집행이 본격화될 경우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불투명하다. 당장 회사의 4월 일괄휴가 방침을 놓고 "단체행동을 막겠다는 의도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화섬업계는 과거 노조 강성투쟁의 대명사 격이었다. 섬유산업이 사양길로 접어들면서 구조조정과 사업장 폐쇄가 일상화됐고 이 과정에서 노조의 최고 수준 강성투쟁이 이어졌었다. 그룹 규모 면에서 코오롱과 비교는 어렵지만 한국합섬, 금강화섬, 대하합섬 등이 이 과정에서 상처를 입고 문을 닫았다.

지난해 있었던 효성의 원사라인 구조조정을 참고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효성은 지난해 하반기 원사라인 일부를 완전 폐쇄하면서 해당 인원을 다른 계열사 등으로 대부분 전환배치했다. 베트남에 원사 생산라인을 선제투자해 공급선에도 별다른 차질이 없었다.

업계 관계자는 "코오롱머티리얼은 경쟁사들이 연이어 해외 투자에 나서는 동안에도 상장 후 수년간 낸 이익을 회사에 재투자하지 않고 그룹의 호텔 투자 등에 사용했다"며 "회사 사정이 이렇게 된데에는 경영상 문제도 크게 영향을 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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