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합의문에 ‘핵활동중단’ 명시될 것”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2019.02.26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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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300티타임]북핵6자회담 수석대표 출신 이수혁 민주당 의원 "김정은에게 밝은 미래(bright future) 확신시키는 게 중요”

(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이수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북핵문제를 38 노스 조엘 위트 대표에게 묻는다'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19.2.19/뉴스1   (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이수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북핵문제를 38 노스 조엘 위트 대표에게 묻는다'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19.2.19/뉴스1


네탓 공방만 하던 국회가 정쟁을 잠시 멈추고 공동 합의서를 깜짝 발표했다. 여야 5당 원내대표들이 지난 25일 문희상 국회의장 주재로 회동을 갖고 27일부터 이틀 동안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릴 ‘제2차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기원하고 지지하는 공동성명을 채택한 것이다.

성명을 보면 ‘초당적 대처’,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정착’, ‘향후 주변국과 공조’ 등 내용이 담겼다. 서로 헐뜯고 비난만 하던 여야도 국익 앞에선 하나가 된 모양새다. 이 합의문 초안은 여당을 대표하는 외교안보 전문가 이수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썼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민주당 간사를 맡고 있는 이 의원은 과거 북핵 6자회담 우리측 수석 대표를 역임하는 등 북핵 문제 관련 국내 권위자다. 그런 이 의원이 여당에 사사건건 반대만하는 야당 의원들도 동조할 수밖에 없는 합의서를 만들었다. ‘초당적 대처’란 표현도 그렇게 나왔다.

이 의원이 바라보는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궁금했다.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그를 만났다. 이 의원은 “이번 회담 이후 공동 합의문에 종전선언이 담길 것”이라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진정성을 갖고 비핵화의 길에 들어설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스몰딜이냐 빅딜이냐 여러 얘기가 오가고 있지만, 이런 게 당장 중요한 게 아니다”며 “핵을 포기한 이후엔 밝은 미래(bright future)가 있다는 것을 확신시켜주면 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 지난해 6월 싱가폴에서 열린 1차 회담과 이번 회담을 비교하면?
▶ 싱가폴 회담은 충분한 준비 없이 갑자기 열린 측면이 있다. 합의문 역시 좀 더 정교하게 만들 필요가 있었다. 이번엔 시간을 두고 만들었기 때문에 더 정교하게 접근하고 있을 것이고, 외교 문헌처럼 만들 것이다. 일각에서 ‘스몰딜’(Small deal)이냐 ‘빅딜’(Big deal)이냐 등 다양한 해석이 나오지만, 지금 그게 중요한 건 아니다. 무턱대고 한꺼번에 해결하려고 하면 실패하는 것이다. ‘핵시설’에서 ‘핵물질’, ‘핵무기’ 등 이런 순서로 진행이 돼야한다. 이게 폐기의 순서다. 미래에 만들 수 있는 핵시설을 먼저 없애고, 지금 미래화 할 수 있는 핵물질을 버리고, 과거에 만든 핵무기를 없애는 순서다.

- 이번 북미회담에서 종전선언이 나올 것이란 분석이 많다.
▶ 문재인 정부는 북한과 종전선언을 추진해왔다. 나도 이번에 종전선언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은 북한 핵문제 때문에 종전선언에 대해 유보적이었다. 우리 정부 역시 진전이 없는데 무조건 종전선언을 하자는 건 아니었다. 김정은 위원장이 진정성을 갖고 비핵화의 길로 가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전략적 인내만 하다보면 수십년을 기다려야한다. 협상의 장에 나와 비핵화 방향으로 가도록 해야 한다. 강요나 협박이 아니라 당위적으로 분위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 그런 분위기를 만드는 수단은?
▶ 상응조치다. 남북경협을 통해서 ‘밝은 미래’(Bright future)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 된다. 밝은 미래가 굉장히 중요한 대목이다. 비핵화에 상응하는 조치를 토대로 경제 강국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하면 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 위원장으로 하여금 그것을 믿도록 진정성을 보여야한다.

- 회담 의제에 관심이 가장 많이 모아진다.
▶ 지난 1차 회담땐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과 평화체제, 핵문제 등의 순서로 공동성명이 나왔다. 하지만 우리의 관심 순서는 핵문제가 첫번째다. 그 다음이 평화체제고 마지막이 양자 관계다. 다른 국제사회를 대표해서 미국이 협상을 하고 있는데 너무 미국의 이익만 앞세운 합의문이었다고 생각을 한다. 이번엔 좀 다를 수도 있다고 본다. 북미 수교는 핵문제가 해결되면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핵문제를 좀 앞세워서 국제사회에 내놔야 한다.



- 2차 회담의 성공 조건은?
▶ 회담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기준은 없다.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 공동성명 합의문이 나올 것인데, 거기에 비핵화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문장이 들어갈 것이다. 각론엔 시설파괴도 포함될 것이다. 이건 남북한 평양공동선언에 나와 있다. 김 위원장이 이미 약속한 것이기 때문에 이번엔 실행하겠다고 북미 공동선언을 통해 약속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원하는 제재를 푸는 문제도 들어갈 것이다. 남북경협의 중요성 역시 어느 정도 표현될 것이다. 평화협정 문제는 어느 시점에 한반도 평화체제가 구축됐다는 선언을 하자는 식으로 정해질 것이다.

-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에게 특별한 조언을 했다고 들었다.
▶ 이번 회담에서 ‘완벽한 신고서’ 또 ‘완벽한 동결’ 등을 목표인 것처럼 하지 말라고 했다. 과거 경험을 떠올려 보면, 그렇게 해봤자 논쟁만 하다 끝난다. 신고와 동결은 과정인데 목표로 삼았기 때문이다. ‘freeze’(동결)란 말을 쓰지도 마라고 했다. 무기를 설명할때도 ‘freeze’를 쓰면 지금 현상을 인정하는 걸로 오해를 할 수 있다. 대신 ‘핵활동 중단’이란 표현을 쓰라고 했다. 핵 활동을 더 이상 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다. ‘동결’이란 단어를 사용하면 “핵을 사실상 인정했다” 이런 해석이 가능해진다.

- 김 위원장은 왜 60시간 이상 열차를 타고 이동했을까.
▶ 김 위원장이 기차를 60시간 넘게 타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회담 준비를 할 것이고, 혼자 사유의 시간도 가질 것이다. 할아버지와 아버지 업적을 떠올리며 ‘앞으로 어떻게 이 나라를 이끌고 갈까’ 이런 생각을 할 것이다. 달리는 기차 외부를 바라보면서 차분하게 정리할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수행원들과 브레인스토밍도 할 수 있고, 얼마나 좋은 시간인가. 협상에서 이기려면 준비를 제대로 해야하는데, 이번 60시간 이상이 김 위원장에게 준비할 시간을 벌어준 의미가 있다고 본다.



- 김 위원장 답방은 언제쯤일까.
▶ 김 위원장이 언제 올지 모르겠지만, 남북정상회담은 또 열리게 돼 있다. 김 위원장에겐 반드시 필요하다. 그간 문재인 대통령이 특유의 겸손함으로 외교적 노력을 했고, 그 판을 깔아준 셈이다. 우리는 지금 역사의 한 페이지를 넘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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