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삶]평균수명도 늘어나는데, 60세에 머물러있는 정년

머니투데이 세종=최우영 기자 2019.02.24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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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신체 가동연한 65세' 판결 나왔지만 실제 정년 늘어나기까지 사회적 대타협 필요

[일이삶]평균수명도 늘어나는데, 60세에 머물러있는 정년


현재 사회적으로 합의된 근로자의 정년은 '만 60세'다. 사고로 몸을 다친 근로자가 손해배상을 청구할 때도 60세까지 일할 것이라 가정하고, 고령자고용촉진법에서도 "사업주는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해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난 21일 이 개념을 바꿀만한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늘어난 평균수명과 은퇴연령 등을 고려해 육체노동자의 가동연한을 60세에서 65세로 상향해야한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가동연한을 만 60세로 봐야한다는 견해는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렵다"며 "이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만 60세를 넘어 만 65세까지도 가동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 경험칙에 합당하는 게 대법원의 다수의견"이라고 밝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989년 신체 가동연한을 만 60세로 판결하고, 이 기준을 줄곧 유지해왔다. 대법원은 지난 21일에는 1989년에 비해 사회경제적 구조와 생활여건이 급속하게 향상·발전하고 법제도가 정비·개선됐다며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



1989년에 비해 국민 평균수명은 남자 67.0→79.7세, 여자 75.3→85.7세로 늘었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6516달러에서 지난해 3만달러에 이르는 등 경제 규모도 4배 이상 커진 상황이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법적 정년도 60→65세로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당장 법제화하기는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정년이 미치는 영향이 사회 전반에 걸쳐있기에 수많은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우선 정년을 늘릴 경우 제한된 일자리로 인해 세대간 갈등이 생길 수 있다. 노동시장이 경직된 한국 특성상 정년이 다 차지 않은 고령자를 회사에서 내보내는 것도 기업에게 비용부담으로 다가온다.


노동계 역시 조심스럽다. 사회안전망 확보 없이 70세 가까이 일해야만 하는 사회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과, 사회보험 적용시점이나 청년실업 문제 등에 연동된 사안이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이 밖에도 보험료 산정부터 국민연금 수령시기 등까지 수많은 사안들이 정년 연장과 얽혀있다.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정년 연장 법안은 만 65세까지 고용을 유지하도록 사업주가 노력할 의무를 부과하는 법안(서형수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연금 수령 시기가 현재 만 62세에서 매 5년마다 1년씩 늦춰지는 데 맞춰서 매 5년마다 정년을 1년씩 늘리도록 하는 법안(김학용 자유한국당)이 있지만 둘 다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가지 못했다.



대법원의 판결에도 정년 연장을 법제화하는 데는 적지 않은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1989년 '정년 60세' 대법원 판결 이후 고령자고용법에서 이를 법제화하는 데 24년, 시행하는 데 27년이 걸렸다. 다만 평균수명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점, 사회경제적 구조의 변화 속도와 과거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큼 빠른 점, 2026년 초고령사회가 예상되는 점 등에 비춰 정년 55→60세 법제화에 걸린 시간보다는 60→65세 논의가 더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대법원의 판결이 곧바로 정년 연장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며 "지난한 사회적 대타협 과정을 거치면서 법개정 필요성을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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