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통상임금 2심도 노조 '승'... "신의칙 위반 아니다"

머니투데이 백인성 (변호사) , 안채원, 기성훈 기자 2019.02.22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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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상보) 서울고법 "근로자 청구 신의칙 위반 아냐"…'중식대'·'가족수당' 등은 통상임금성 부정

(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 강상호 전국금속노동조합 기아자동차지부 지부장이 22일 오후 서초동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기아차 근로자 2만7000여명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받은 뒤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법원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해달라는 기아자동차 근로자들의 주장에 대해 이를 인정했으나, 중식비 등 원심에서 인정한 일부는 제외했다. 2019.2.22/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 강상호 전국금속노동조합 기아자동차지부 지부장이 22일 오후 서초동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기아차 근로자 2만7000여명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받은 뒤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법원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해달라는 기아자동차 근로자들의 주장에 대해 이를 인정했으나, 중식비 등 원심에서 인정한 일부는 제외했다. 2019.2.22/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아자동차 근로자들이 회사에 청구한 1조원대 미지급수당 청구소송 항소심에서도 법원이 근로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기업의 재정적 부담에도 불구하고 노조가 수당을 요구하는 게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 위반이 아니라는 1심 판단도 그대로 유지됐다.

서울고법 민사1부(부장판사 윤승은)는 기아자동차 근로자 가모씨 등 2만7400여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통상임금 소송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기아자동차가 근로자들에게 미지급수당 3125억원(원금 기준)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선고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는 3126억원을 기아차가 지급하라고 선고한 1심과 비교해 사실상 동일한 판결이다. 사실상 근로자들의 승소가 유지된 셈이다.

앞서 가씨 등은 "지난 2008년 8월부터 2011년 10월까지 지급된 △상여금 △영업직에 지급된 일비 △중식대를 통상임금으로 인정하고, 이 기준으로 재산정한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및 연차휴가수당 미지급분을 지급하라"며 회사를 상대로 지난 2011년 10월 미지급수당지급청구소송을 제기했다.



1,2심에서 기아자동차는 가씨 등이 요구한 수당이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맞섰다. 통상임금은 △그 임금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계속적으로 지급되어야 하는 '정기성' △ 모든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것뿐만 아니라 일정한 조건 또는 기준에 달한 모든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일률성' △근로에 대하여 그 업적, 성과 기타의 추가적인 조건과 관계없이 당연히 지급될 것이 확정되어 있는 '고정성'을 갖춰야 한다.

기아차는 또 근로자들의 수당 요구는 기업에 큰 타격을 주는 만큼 신의칙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 2013년 12월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면서도 신의칙 때문에 회사의 지급 책임이 없다고 봤다. 통상임금이 아니라는 신뢰를 기초로 기존 노사합의가 이뤄진 점을 감안해 근로자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를 제한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기간이 지나 수당 청구를 할 수 없다고도 주장했다.

법원은 그러나 기아차의 주장을 대부분 인정하지 않았다. 1심은 지난 2017년 8월 원고들의 청구를 상당폭 받아들여 △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 △휴게시간의 근로시간 인정 △대의원대회 참가시간 등 간주근로시간의 근로시간 인정 △토요일 근로의 휴일근로 포함을 인정했다.


고등법원은 앞서 1심의 주요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 다만 1심에서 통상임금으로 인정된 중식대는 소정 근로대가로 지급된 것으로 볼 수 없고, 일률성도 인정할 수 없어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또 월급제 근로자의 통상수당 중 가족수당에 대해서는 일률성을 인정할 수 없어 역시 통상임금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인용금액은 1억원 가량 줄어들었다.

특히 법원은 핵심 쟁점이었던 기아차의 '신의칙 위반' 주장에 대해서도 1심과 마찬가지로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신의칙 위반을 통해 근로자들의 청구를 배척하기 위해서는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 산정 기준에서 제외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전제로 임금 수준을 정하고 △근로자 측이 노사가 합의한 임금수준을 훨씬 초과하는 예상외의 이익을 추구하고 △그로 인해 사용자에게 예측하지 못한 새로운 재정적 부담을 지워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초래하거나 기업의 존립을 위태롭게 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법원은 대법원 법리를 근거로 "제1심 판결을 기초로 피고 회사가 추산한 미지급 법정수당의 규모에 따르더라도 피고 회사의 당기순이익, 매출액, 동원 가능한 자금의 규모(부채비율, 유동비율), 보유하는 현금과 금융상품의 정도, 기업의 계속성과 수익성에 비추어 볼 때 근로자들의 청구로 피고 회사에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이 초래되거나 기업의 존립이 위태로워진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 신의칙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기아차 근로자들은 판결이 나온 후 기자들과 만나 "원심이 유지되었다고 보고 있고 이는 당연한 판결"이라며 "사측이 지급 거부하면 당연히 체불임금이 되는 이상 즉시 지급해야 한다. 회사는 판결 받아들여 더이상 지연시키거나 회피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기아차 회사 측은 판결 직후 내놓은 입장문에서 "신의칙이 인정되지 않은 선고 결과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면서 "선고결과를 면밀히 검토한 후 상고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소송과는 별도로, 기아차 노사는 작년 9월부터 본회의 5회, 실무회의 9회 등 통상임금 특별위원회를 운영해 오고 있다"며 "지속적인 자율협의를 통해 노사간 합의점을 찾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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