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7년 '재무 수난사' 새 국면…"칼 끝은 지주사로"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2019.02.24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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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 부담 연결고리 '두산건설→두산중공업'에서 '두산건설→두산중공업→㈜두산'으로 확산

두산 7년 '재무 수난사' 새 국면…"칼 끝은 지주사로"


손자회사 두산건설의 재무부실이 지주사 ㈜두산으로 옮겨붙는다. 그동안 두산건설 부실 방파제 역할을 한 두산중공업의 재무 여력이 다한 탓이다. 그룹의 7년 재무 수난사는 이제 두산건설→두산중공업→㈜두산으로 연결고리가 확산되는 새 국면에 진입했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두산은 두산중공업 유상증자에 약 1500억원을 출자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두산중공업은 두산건설에 대한 약 3000억원 규모 재무 지원을 위해 보통주 5400억원 수준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두산은 두산중공업 지분 약 34%를 보유한 최대주주인데 지분율만큼의 출자에 나선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아직 유상증자 참여와 관련해 확정된 것이 없다는 게 ㈜두산의 공식 입장이지만, 회사 내부에서는 유상증자 참여가 확정적이라는 말이 돈다. 불참 시 지분율이 희석돼 두산중공업에 대한 지배력이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두산의 유상증자 참여가 확정되면 손자회사 두산건설의 부실이 자회사 두산중공업을 타고 올라가 ㈜두산에도 영향을 주는 형국이 된다. 그룹 계열사들이 7년간 겪은 재무 수난사의 구조가 바뀌는 셈이다.

2013년부터 본격화된 두산 그룹 재무 수난사의 직접적 원인은 두산건설 부실이다. 두산건설은 2013년 경기도 고양시 탄현동에 2700세대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 일산위브더제니스를 준공했는데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른 대규모 미분양 사태로 부실이 시작됐다.

2007년 인수한 밥캣(현 두산밥캣)도 그룹 재무 부담의 뇌관이 됐다. 당시 4조5000억원 가량을 들여 밥캣을 품에 안았는데 인수금액의 80% 가량이 차입이었다. 게다가 인수 직후 글로벌 금융위기로 밥캣 실적도 추락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두산인프라코어가 공작기계사업부를 1조1300억원에 매각했고, 두산중공업은 두산엔진과 두산밥캣 지분을 파는 등 자산매각이 이어졌다.


하지만 이 같은 위기가 ㈜두산으로까지 옮겨붙지 않은 까닭은 자회사 두산중공업이 방파제 역할을 해준 덕이었다.

두산건설과 두산인프라코어를 자회사로 거느린 두산중공업은 사실상 그룹 중간 지주사로 자회사 재무부실 지원을 떠맡았다. 특히 2013년 이후 유상증자와 현물출자, 상환전환우선주(RCPS) 정산을 통해 총 1조7000억원을 두산건설에 지원했다.

하지만 이제 두산중공업은 재무 방파제 역할을 맡기 힘든 상황이다. 누적된 계열사 지원과 탈원전에 따른 자체 사업 부진까지 겹쳐 두산중공업의 재무구조까지 악화된 탓이다. 2013년 별도재무제표 기준 2조8864억원이었던 두산중공업의 차입금 규모는 2018년 3분기 말 현재 5조원에 육박한다. 겨우 이자를 갚아나가는 수준이다.

때문에 ㈜두산은 두산중공업 유상증자에 참여할 수 밖에 없는 현실에 직면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두산이 그룹 최상위 지배회사로서 두산중공업 유상증자 참여가 예상된다"며 "이로 인한 ㈜두산의 재무여력 감소 가능성, 주요 자회사 신용도 저하 가능성 등이 신용도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유증을 통해 두산건설 재무구조 개선이 단행되면 급한 불은 끈다는 것이 두산 측 설명이다. 두산건설은 재무구조 개선 후 포괄차입금이 약 6500억원 수준으로 줄어드는 한편 부채비율도 230%대로 떨어져 올해 말 이자보상배율(ICR) 1배 이상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지주사까지 거슬러 올라간 재무부담의 칼 끝이 거둬지려면 근본적으로 두산중공업의 현금창출력이 살아나야 한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두산중공업의 본업인 원전과 석탄화력발전은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라 수주 기반이 약해진 상태"라며 "해상풍력 모델 개발, 풍력시장 지분 투자 등 신재생 사업 확대를 진행 중이지만 단기간에 대규모 현금을 벌어들이기 쉽지 않은 영역"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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