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는 미래에 주가가 하락할 것을 예상하고 주식을 빌려와 파는 것이기에 예상과 반대로 주가 상승하면 큰 손실을 입게 된다. 더군다나 주식을 빌려왔기 때문에 매일 이자(수수료)가 붙는다. 이는 신용으로 주식을 매입한 후 주가가 떨어져서 손실을 보는 경우와 비슷하다. 이때도 신용에 대한 이자가 매일 꼬박꼬박 계상된다.
주식을 산 뒤 주가가 떨어지면 손실을 끊기 위해 손절매(stop loss)를 하듯이 공매도를 한 후 주가가 오르면 숏커버링(short covering)을 해야 한다. 주가가 계속 올라 숏커버링이 늘어나면 공매도잔고는 자연스레 감소한다.
주가가 단기간 급락하면 투매가 나오기 쉽다. 국내 증시는 지난해 10월 증시가 급락했을 때 투매가 나왔고, 미국 뉴욕 증시는 지난해 12월 1930년대 대공황이후 최악의 하락을 보이자 너도나도 주식을 내던졌다. 투매가 나오면 주가는 추가로 떨어지는 악순환에 빠진다.
거래소는 올 들어 21일까지 9.2% 올랐고 코스닥은 10.6% 상승했다. 연초 증시를 무겁게 짖누르던 비관론은 1월 증시 호황으로 많이 사그라졌다. 1월 거래소 상승률 8.03%는 1월 기준으로 2001년 이후 18년 만의 최고치다. 코스닥 1월 상승률 6.10%는 역대 7위다.
그런데도 지난해 말 거래소 공매도잔고 비중 상위 종목들은 공매도가 줄지 않고 오히려 더 증가했다. 주가가 크게 오른 종목들도 마찬가지다. 예컨대 지난해 말 거래소 공매도잔고 비중 1위인 삼성전기는 올 들어 21일까지 주가가 4.4% 상승했지만 공매도잔고(19일 기준)는 오히려 0.25%p, 18만8230주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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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공매도잔고 비중 5위였던 호텔신라도 올 들어 21일까지 주가가 7.7% 올랐지만 공매도잔고(19일 기준)는 오히려 2.01%p, 78만8715주 증가했다.
이런 모습은 코스닥시장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지난해 말 코스닥 공매도잔고 비중 2위였던 에이치엘비는 올 들어 21일까지 주가가 7% 올랐는데 공매도잔고(19일 기준)는 오히려 1.43%p, 56만1124주 늘었다.
공매도세력이 항복하지 않는 모습은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에서도 발견된다. 예컨대 거래소 시총 1위인 삼성전자는 올 들어 21일까지 주가가 21.3%나 급등했지만 공매도잔고(19일 기준)는 0.02%p, 82만6340주가 늘었다. 더 놀라운 것은 삼성전자 우선주다. 지난해 말 공매도잔고가 3만2962주에 불과해 공매도잔고 비중이 거의 제로(0.00%)였던 삼성전자우는 19일 공매도잔고가 무려 12배가 늘어난 39만8462주를 기록했다. 삼성전자우는 올 들어 21일까지 주가가 19.4% 상승했는데도 말이다.
거래소 시총 2위인 SK하이닉스도 올 들어 21일까지 주가가 26.8% 급등했는데 공매도잔고는 오히려 0.13%p, 93만320주가 늘었다. 코스닥 시총 3위인 CJ ENM도 올 들어 21일까지 주가가 11.7% 올랐지만 공매도잔고는 0.35%p, 6만9555주 늘었다.
주가가 크게 올랐는데도 공매도세력은 왜 여태 항복을 하지 않은 걸까? 게다가 공매도잔고가 더 늘어난 것은 또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한편 주가가 오르자 손실을 견디지 못하고 공매도세력이 항복한 종목들도 있다. 코스맥스는 지난해 말 거래소 공매도잔고 상위 4위에 올랐는데 올 들어 주가가 11.2% 급등하자 공매도세력이 항복하고 숏커버링을 하는 바람에 19일 기준으로 공매도잔고 비중이 1.29%p 줄었다.
지난해 말 코스닥 공매도잔고 상위 5위에 올랐던 바이로메드도 올 들어 주가가 13.1% 오르자 공매도잔고가 무려 2.43%p나 감소했다. 코스닥 시총 5위인 포스코켐텍도 올 들어 주가가 10.7% 오르면서 공매도잔고가 0.52%p 줄었다. 공매도세력이 백기를 든 결과다.
그러나 공매도 상위 종목 가운데는 주가도 못 오르고 공매도잔고만 계속 늘어난 케이스도 있다. 예컨대 거래소의 셀트리온과 코스닥의 신라젠, 셀트리온헬스케어다.
셀트리온은 올 들어 주가가 21일까지 6.7% 하락했고 공매도잔고는 0.70%p 늘었다. 신라젠은 올해 주가가 0.14% 떨어지고 공매도잔고는 1.74%p 늘었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올 들어 주가가 6.4% 내리고 공매도잔고는 0.36%p 증가했다. 주가가 반등할 뚜렷한 모멘텀이 없기 때문에 공매도세력이 항복하지 않고 오히려 공매도를 늘인 결과다.
2월의 남은 기간과 오는 3월 증시는 공매도세력이 항복해 대거 숏커버링이 일어날 때 또 한 번의 상승장이 펼쳐질 수 있다. 그런 날은 예고 없이 갑자기 찾아올 것이다. 공매도세력이 항복하는 날이 바로 일반 투자자들이 웃는 날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