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원짜리 화장품 불티나던 시절 갔다?

머니투데이 양성희 기자 2019.02.24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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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화 시장서 저가 지고 고가 떴다…로드숍 적자, 럭셔리는 고성장

만원짜리 화장품 불티나던 시절 갔다?


화장품 시장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로드숍으로 대표되는 저가 브랜드는 적자 늪에 허우적대고 있는 반면, 고가 브랜드는 성장세를 이어갔다. 주요 시장인 면세와 중국에서 럭셔리 제품 수요가 높기 때문이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화장품 업계에 따르면 에뛰드(에뛰드하우스), 에이블씨엔씨(미샤·어퓨), 토니모리, 에스쁘아 등 로드숍 운영업체는 지난해 적자를 면하지 못했다.



영업손실이 각각 262억원, 190억원, 51억원, 18억원을 기록했다. 토니모리의 경우 적자 규모가 전년보다 166% 늘었다. 에뛰드와 에이블씨엔씨는 지난해 적자로 돌아섰다.

이니스프리와 잇츠한불(잇츠스킨)은 각각 804억원, 208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전년대비 각각 25%, 54% 역성장했다. 1만원 안팎의 제품이 불티나게 팔리던 로드숍 전성시대가 막을 내린 결과다.



이들 업체는 실적 부진의 이유로 '내수시장 경쟁 심화'를 꼽았다. 온라인·홈쇼핑 등 채널로 신규 브랜드가 대거 등장하면서 저가 화장품 시장의 경쟁이 심화됐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 감소 등도 로드숍 불황의 이유로 꼽힌다.

반면 럭셔리 콘셉트를 강화한 기업은 내수 부진 등 악조건 속에서도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성장세를 보이는 면세와 중국 시장에서 고가 제품을 선호해서다.

'후'의 성공에 힙입어 지난해 처음으로 1조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한 LG생활건강이 대표적이다. '후'는 지난해 국내 브랜드 최초로 연매출 2조원을 돌파했다. '후'가 LG생활건강에서 차지하는 매출 비중은 30%가량이다.


지난해 역성장한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그룹 내 로드숍 브랜드와 달리 '설화수'는 1조원대 매출을 내며 꾸준한 성장을 잇고 있다. 설화수의 매출 비중은 36%, 설화수를 비롯한 럭셔리 제품군의 비중은 55%다.

'비디비치'를 앞세워 화장품 사업을 강화한 신세계인터내셔날도 비슷하다. 지난해 전년보다 118% 증가한 55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는데 '코스메틱 부문 사업 호조'가 주요인이었다.

이로 인해 화장품 시장에 고급화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사명과 동일한 브랜드 아모레퍼시픽은 이달 75만원짜리 '프라임 리저브 에피다이나믹 액티베이팅 크림'을 2000병 한정으로 출시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비디비치'보다 고가로 분류되는 '연작'을 지난달부터 면세 시장에 내놨다.

화장품 업계 관계자는 "국내 면세, 중국을 비롯해 전세계적으로 화장품 시장에서 프리미엄 트렌드가 두드러진다"며 "안티에이징 등 특정 기능에 신경쓰는 소비자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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