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수소사회로 가는 길…'엑셀'이냐 '브레이크'냐

머니투데이 기성훈 기자, 김남이 기자 2019.02.21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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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사회 토론배틀]"원천기술 확보 다시 안올 기회, 투자 엑셀 밟아야" vs "수소전기차, 인프라·에너지 효율 따져야"

편집자주 정부는 지난달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 수소산업을 차세대 먹거리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2030년 수소전기차와 연료전지 모두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목표로 제시했다. '수소사회'는 이제 우리 사회의 화두가 됐다. 관심과 기대가 커지는 만큼 궁금증과 우려도 있다. 머니투데이는 학계, 시민단체 전문가들과 함께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짚어보는 논의 자리를 마련했다.

[MT리포트]수소사회로 가는 길…'엑셀'이냐 '브레이크'냐


"수소전기차는 대기 오염물질을 배출하지 않는다. 오히려 미세먼지를 제거하는 효과까지 있다. 우리가 관련 기술을 선도하는 수소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범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박진남 경일대 신재생에너지학부 교수)"



"에너지 효율이 낮고 충전소 등 인프라 비용부담이 큰 수소전기차 보급을 골자로 하는 정부의 수소경제 로드맵은 검증이 반드시 필요하다(김지석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스페셜리스트)."

'수소(水素·Hydrogen)'가 화두다. '수소경제' '수소사회' '수소전기차' 등 다양한 단어가 등장한다. 정부의 강력한 에너지 전환 정책에 힘입어 '수소 에너지'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머니투데이가 19일 마련한 '한국 수소사회·경제 로드맵 진단' 토론회는 산업·무역·경제 실무 전문가인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회장이 사회를 맡았다. 찬성 측 토론자로 '수소경제활성화로드맵' 생산분과 위원장인 박진남 교수와 이승훈 수소융합얼라이언스 추진단 사무총장이, 반대 측 토론자로 김지석 스페셜리스트와 양이원영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이 참여했다. 다음은 대담 내용 전문이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정부가 지난달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을 발표했다. 어떻게 평가하는가.

▶이승훈 수소융합얼라이언스 추진단 사무총장=수소경제는 한국의 모든 산업과 관련이 있다. 선박, 기차 등 운송수단은 물론 건설기계·장비까지 포함된다. 에너지 전환 시기에 한국이 가장 부족한 게 원천기술이다. 수소산업은 우리가 원천기술을 조기에 확보할 기회다. 정부가 발표한 적극적인 육성책에 찬성한다.


▶박진남 경일대 신재생에너지학부 교수=정부 정책에 기본적으로 찬성한다. 탄소배출량 저감도 중요한 목표인데, 정부는 신산업 육성에 방점을 두는 것 같다. 한국은 유엔기후변화협약에 제출한 탄소배출 저감목표(배출전망치 대비 37% 감축)를 달성해야 한다.

한국의 저감목표가 다른 국가와 비교해 높은 것은 아니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달성이 쉽지 않다.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수소산업을 육성하는 게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다. 수소를 활용해 자동차, 발전에서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다. 게다가 수소차 개발에 적극적인 현대차를 통한 산업 유발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수소전기차는 규모의 경제로 보면 초반에 투자를 집중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김지석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스페셜리스트=상당히 걱정스러운 로드맵이다. 다른 나라와 접근방식이 다르다. 프랑스, 영국에서는 수소에너지를 일정한 경로로 이동하는 대형(상용)차에 활용한 것이 더 좋다는 의견이 있다. 걱정되는 건 왜 (상용차가 아닌) 승용차의 대량 보급을 우선으로 했는가다.

현재 '규모의 경제'를 갖춰가고 있는 것은 수소전기차가 아니라 전기차다. 중국은 2025년까지 수소승용차 4만대 보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은 2022년까지 6만5000대를 보급하겠다는 건데 시장규모, 기간 등을 고려했을 때 중국보다 10배 이상 공격적인 목표라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크다.

게다가 '녹색수소(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방식으로 생산한 수소)'를 만드는 것이 상당히 어렵다. 천연가스에서 수소를 추출할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어딘가에 묻어서 처리(탄소포집저장)하는 것도 녹색수소다. 탄소포집저장은 매우 비용이 많이 들고 아직 성공한 사례도 없다. 정부가 발표한 로드맵에서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이 안 보이는 것도 문제다.

▶양이원영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전기차 시장은 이미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다. 폭스바겐, GM 등이 전기차 생산을 크게 늘리고 있는데 장기적으로 내연기관차를 전기차로 대체하겠다는 것이다.

전기차와 수소전기차의 시장 규모 격차가 큰데 수소차 개발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니라 수소에 대한 리스크(위험)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게다가 수소를 너무 띄운다. 문재인 대통령은 수소전기차를 탈수록 공기가 깨끗해진다고 했는데 수소는 화석에너지(탄화수소)다. ‘우주에 있는 널려있는 수소를 쉽게 갖고 온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 수소를 만들면 만들수록 이산화탄소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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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만기=수소의 안전성에 대한 의문도 있는데, 수소가 안전하고 경제성 있는 에너지원이라고 보는가?

▶이승훈=수소에 대한 국제 안전 기준이 다 있다. 국내도 적용돼 있다. 수소전기차 양산에 적용됐다. 수소충전소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실험으로 안전거리 등을 계산해서 안전기준이 잘 적립돼 있다. 사실상 LPG(액화석유가스) 충전소나 수소 충전소 모두 안전성을 확보했다.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를 찾았을 때 재생에너지를 처음 떠올린다. 재생에너지 보급을 위해 대용량 저장도 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수소가 반드시 필요하다. 배터리의 대용량 저장은 기술적으로 어렵다.

▶김지석= 녹색수소를 할 수 있으면 좋은데 기술적으로 어려운 점도 있고, 극복해도 너무 많은 비용이 들 수 있다. 영국에서는 이렇게 하는 게 가능할지 경제성이 있을지 실증이 반드시 필요하고 매우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또 수소전기차는 전기차에 비해 에너지효율이 떨어진다. 승용차나 SUV(다목적스포츠차량)는 배터리전기차로 충분하다.

▶정만기=호주는 사막 지역에 대규모 태양광 발전시설을 짓고 있다. 막대한 전기로 수소를 생산하는 방식인데 경제성이 있다고 보는가.

▶박진남= 호주는 30년 전부터 천연가스 수출을 시작했다. 다음 산업으로 수소 수출을 하려고 하는 로드맵이 있다. 수소도 길게 본다. 인프라 구축이 필요해서 2030년쯤에야 수출이 가능할 것이다. 서호주는 광활한 부지가 있어서 대규모로 태양광을 깔고 물을 전기분해해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 수소를 많이 만들어서 액화시켜 수출하겠다는 계획이다.

▶양이원영= 호주 국가 전력 시장에서 석탄이 50%에 가깝다. 호주는 태양광 발전으로 수소를 생산해 수출하는 게 아니라 석탄 발전을 줄이는 게 먼저다. 수소 수출은 '쇼'라고 본다.

우선순위를 봐야 한다. 수소에너지가 (자동차 산업에서) 일정 점유율을 차지할 가능성이 있다. 연구개발 차원에서 수소 경제는 어느 정도 역할이 가능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정책 우선순위다. 한국은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2%밖에 안 되는데, 신재생에너지 확대는 하지 않고 수소 경제로 가는 건 말이 안된다. 국가재정도 한정돼 있다. 현금(에너지원)이 없는데 가방(수소)부터 먼저 만들자는 꼴이다.



▶정만기=수소전기차, 전기차, 충전소에 대해 종합적인 의견을 달라.

▶박진남=천연가스 연료 차량보다 천연가스로 수소를 만들어서 수소전기차를 운행하는 게 30~50%의 탄소 배출량 저감 효과가 있다. 수소 추출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배출되지만 기존 내연기관 차량과 비교해 탄소 배출량이 낮다는 의미다. 수소전기차가 '친환경차'로 가치가 있다.

▶김지석=미국 에너지성 자료에 따르면 현대차 코나 전기차의 복합 연비는 (가솔린 차량 환산 기준) 1갤런당 120마일, 넥쏘 수소전기차는 57마일이다. 두 자동차의 에너지 효율에서 일단 두 배 정도 차이가 난다. 여기에 더해 어떤 방식으로 전기와 수소를 만들었는지가 전체 환경영향을 결정한다.

▶박진남=단순하게 전기차가 수소전기차와 비교해 에너지효율이 2배 차이는 아니다. 에너지 효율을 얘기하려면 연료생산부터 전주기를 봐야 한다. 미국 에너지성에서 제시한 자료 수치는 맞다. 하지만 그 내용을 살펴보면, 전기차는 배터리에 저장된 에너지를 기준으로 연비를 보고 있다. 수소전기차는 수소탱크에 있는 수소의 에너지를 기준으로 한다.

전 과정에서 가장 에너지 손실이 많은 부분이 전기를 만드는 부분인데, 전기차의 효율에서는 발전 부분이 빠져 있다. 만약 천연가스에서부터 출발한다고 계산하면, 전기차는 천연가스→발전→배터리→전기모터의 순이다. 수소전기차는 천연가스→수소→연료전지→전기모터의 순이다. 전 과정을 비교하면 전기차와 수소전기차의 에너지효율은 둘 다 40% 중반으로 비슷하고, 탄소배출량도 비슷하다.

▶양이원영=에너지원이 '배터리(전기)'냐 '수소'냐의 경쟁이다. 지난 20년간 배터리가 1차로 승리를 했다. 세계적으로 전기차가 승리했다. 원전은 제로(0)로 만들고 수소와 전기 에너지원을 신재생에너지 100% 사회로 가야 한다.

문제는 접근성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그렇다. 전기차는 집에서 충전하면 된다. 인프라를 새로 만들 필요가 없다. 수소전기차는 충전소를 만드는 게 걸림돌이다. 전기는 이미 송배전망이 깔렸다. 수소전기차는 운송해 저장충전소 등 만드는 게 다 비용이다. 규모 경제에서 차이가 난다.

▶이승훈=수소전기차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 이제 시작하는 초기 단계다. 전기차와 수소전기차에서 우리나라가 원천기술을 어느 만큼 가지고 있느냐도 중요한 문제다. 그럼 점에서 전기차보다는 수소전기차가 우리에게 유리하다. 밀어주기 논란이 나오지만 현대차가 가지고 있는 연료전지 기술은 세계 1, 2위다. 일본 토요타(미라이)하고 선두를 다툰다.

전기차는 중대형 차로 가기가 힘들다. 전기차는 소형차 위주. 수소전기차는 중대형차 중심이 될 것이란 게 시장의 일반적인 견해다. 한국, 일본, 네덜란드 등 면적이 좁은 나라는 정부가 의지만 있다면 관련 산업을 키울 수 있다.

특히 수소전기차 기술 국산화율은 99%가 넘는다. 반면 유럽의 다른 제조사들도 수소전기차를 쉽게 못 만든다. 우리 기업이 세계 1위 기술을 가지고 있는 만큼 정부가 수소산업에 투자하기로 한 것이다. 한데 한국은 수소전기차 양산 기술은 있지만, 관련 인프라가 유럽, 일본, 미국(캘리포니아)보다 늦었다. 이 부분에 정부가 투자를 집중해야 한다.

▶박진남= 수소전기차는 이제 출발선에 서 있다. 수소 충전소 설치 비용이 비싸다고 한다. 하지만 전기차 충전소는 완속 충전기 비용이 든다. 전기차는 적어도 차 1대당 완속 충전기 1대가 있어야 한다. 추가로 고가의 급속 충전시설도 깔아야 한다. 단순히 1기당 설치비용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 차량 한 대당의 인프라 구축비용이 얼마인지가 중요하다. 수소충전소 1기가 750대 정도를 소화할 수 있는 것을 감안하면 수소전기차 1대당의 인프라 구축비용은 몇 백 만원으로 전기차와 큰 차이가 없고, 오히려 쌀 수도 있다.

전기차는 보급이 진행될수록 인프라 구축이 힘들다. 전기차가 일정 물량 이상 보급돼서 어느 규모의 대수를 넘어가면 기존 전력망이나 발전량으로 감당할 수 없다. 전력망 개선과 발전용량에 추가로 투자도 필요해진다. 수소전기차는 독자적으로 수소충전소 인프라를 구축해 차량 보급이 확대될수록 인프라 구축이 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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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만기=해외시장 전망과 한국의 대응책은 어떻게 보는가.

▶김지석= 수소전기차의 역할이 없지는 않다. 다만 수소전기차보다는 전기차로 먼저 갔다고 보는 게 해외 시각이다. 해외는 3분의 2 이상이 전기차가 차지할 것으로 본다. 한국에서는 수소전기차가 스타로 주목받고 있다. 현시점에서 한국이 수소전기차에 먼저 집중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 다시 한 번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 녹색수소 생산 연구개발(R&D)을 해야 한다. 녹색수소가 제대로 생산되지 않거나 비용이 너무 크면 실효성이 떨어진다.

▶이승훈=유럽 자동차 회사들은 디젤 차량 판매금지를 선언하면서 전기차로 가고 있다. 하지만 연료전지 기술이 떨어져 자동차 기술 확보를 위한 시간을 벌고 있다. 유럽 자동차 회사들은 현대차, 토요타와 수소전기차 개발을 같이 진행하고 있다. 인프라 구축이 되면 수소전기차가 일정 부분 시장을 가지고 갈 것이다. 결국 소비자가 판단할 것이다. 전기차와 수소전기차가 함께 '메인'으로 갈 것이다.

▶양이원영= 수소전기차가 필요 없다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한국이 작은 수소전기차 시장만 봐서는 안된다. 전체 시장을 보자. 정부가 정책 방향을 결정할 때는 전체를 보는 그림이 필요하다. 신재생에너지를 기본 에너지원으로 키우는 게 1차적이다. 정책 우선순위를 말하는 것이다.

'탈원전' 논란을 피해서 '수소경제'로 바뀐 것으로 느껴진다. 수소 관련 예산이 10배 넘게 뛰었다. 정책 결정자들이 수소경제로 다 해결될 것처럼 해서는 안 된다. 재생에너지를 더 키워야 한다. 균형감을 갖고 정책을 실행해야 한다.

▶박진남=전기차는 시장이 자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수소전기차는 아직 시장 초기로 가능성을 보는 단계다. 초기 시장 형성을 위해서 지원이 필요하다. 현대차가 세계 최초로 수소전기차를 양산했지만 토요타, 혼다, 벤츠, 중국 기업이 이 시장에 줄줄이 뛰어들고 있다. 특히 일본 회사와의 선두 다툼이 '아슬아슬'하다. 수소전기차 경쟁상황은 아차하면 세계 시장에서 뒤쳐질 수 있다.

▶정만기=자동차 시장에 모든 에너지원이 공존하는 만큼 정부는 중립적으로 정책을 실행하고 자동차 회사도 개방성을 가지고 개발해야 한다. 어느 한 쪽 편을 들어주기보다는 수소전기차와 전기차 산업을 모두 키우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전기차는 이미 시장이 형성된 만큼 보조금 지원을 줄이고, 수소전기차는 이제 시작 단계인 만큼 지원이 필요하다. 수소전기차와 전기차의 운명은 결국 시장 선택에서 결판이 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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