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 담당자는 비용을 고려해 의결권 수거를 맡기는 방안 대신 직접 주주들을 찾아다니며 위임장을 받는 방법을 택했다. 이 담당자는 "정확한 비용은 듣지 못했지만 업계에서는 비싸다는 얘기가 파다해 부담스러워서 피했다"고 말했다.

섀도보팅이 폐지된 첫해인 지난해 정기 주총에서 의결정족수 미달로 안건이 부결된 상장사는 총 76곳으로 전년 대비 8배 가까이 늘었다. 부결된 안건의 열에 일곱(73.7%)은 감사 선임(56곳)이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감사 선임 안건이 부결된 56곳의 91%(51곳)가 코스닥 기업이었다.
올해는 상황이 더 나쁘다. 코스닥협회가 지난해 말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코스닥 상장사들 중 감사선임이 예상되는 회사는 407개사(32.8%) 이상이다. 이중 200여개에 가까운 회사가 3%룰에 걸려 감사선임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정기주총에서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보통결의 요건에 미달할 상장사도 270여곳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대주주 지분률이 높아도, 낮아도 문제가 될 수 있어 의결권 대리 수거 업체들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의결권 위임 대행업무를 10년 이상 해온 로코모티브의 이태성 대표는 "섀도보팅 폐지 이후 업체들의 문의가 크게 늘었다"며 "대형사도 예외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수요가 느는 만큼 대행업체들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현재 설립된 지 3년이 되지 않는 의결권 수거 대행업체들이 많은 상황이다. 이들은 대주주 지분율이 주총 의결 정족수인 25%에 미치지 못하는 상장사나 대주주 지분률이 높은 상장사 중 감사선임을 앞두고 있는 상장사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영업활동을 펼치고 있다.
문제는 비용이다. 회사로부터 주주 명부를 확인한 후 주주들로부터 위임장에 도장을 받아오는 단순한 업무지만, 주주가 분산돼있는 만큼 인력 소모가 크다. 특히 장기투자보다는 단기투자를 선호하는 코스닥 시장의 경우 이 업무는 상당한 시간과 인력을 필요로 한다.
코스닥협회 관계자는 "업체별로 비용이 다르고 책정 방법도 다르지만 최소 5000만원이 넘는다고 알고 있다"며 "실제로 수억원까지 비용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어 코스닥 업체들은 대행업체를 쓰는 것도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코스닥협회에서는 3%룰 폐지를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그러나 3%룰을 폐지하거나 완화하는 내용의 상법개정안은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으로 당분간 변화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 대표는 "의결권 위임 대행 시장은 당분간 확대될 것"이라며 "대행 업체들 중 역량이 있는 회사를 골라서 써야 주총이 원만하게 이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