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하노이] 北김혁철-美비건 곧 만난다…'비핵화-보상' 본게임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이상배 특파원 2019.02.21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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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정상회담 D-6, 김혁철 이어 비건 오늘 하노이 도착할듯...트럼프 '조건부 제재완화' 발언 주목

(워싱턴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세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의미 있는 조치'를 전제로 "제재를 풀 수 있으면 좋겠다"고 언급하며, 김 위원장과의 이번 회담이 마지막 회담이 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 AFP=뉴스1  (워싱턴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세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의미 있는 조치'를 전제로 "제재를 풀 수 있으면 좋겠다"고 언급하며, 김 위원장과의 이번 회담이 마지막 회담이 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 AFP=뉴스1


북미가 21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정상회담의 '비핵화-상응조치' 의제를 조율하는 실무협상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본격적인 예비담판을 앞두고 이례적으로 '조건부 대북제재 완화' 입장을 밝혔다. 북미 협상과 정상회담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외교소식통과 외신 등에 따르면, 북한 실무협상 대표인 김혁철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는 20일 저녁 하노이에 도착한 뒤 영빈관에 여장을 풀었다. 김성혜 통일전선부 통일책략실장과 최강일 외무성 북미국장 직무대행도 동행했다. 스티브 비건 미 국부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이날 하노이에 입성할 전망이다. 이르면 이날부터 북핵 대표가 참여하는 실무협상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미 실무협상 대표의 재회는 지난 6~8일 평양 회담 이후 약 2주 만이다.



'김혁철-비건' 라인 가동에 앞서 북미는 박철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과 알렉스 웡 국무부 차관보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낮은 단계의 의제 조율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테이블에 올려놓을 비핵화 핵심 의제로는 북한 핵의 심장부인 영변 핵시설 폐기와 검증이 꼽힌다. 풍계리 핵실험장과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 폐쇄 및 검증도 협상 대상이다. 모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상응조치를 전체로 이행을 공언했던 비핵화 조치들이다. 미국은 영변 핵 폐기의 대가로 북미 연락사무소 개설과 종전선언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각각 새 북미 관계와 항구적 평화체제로 가는 초입 단계의 상응 조치들이다.



(하노이(베트남)=뉴스1) 성동훈 기자 =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오른쪽 두번째)와 김성혜 통일전선부 통일책략실장이 20일 오후 숙소인 베트남 하노이의 정부게스트하우스(영빈관)에 들어서고 있다.   김 특별대표는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를 비롯한 미국 대표단과 만나 정상회담 의제를 둘러싼 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2019.2.20/뉴스1  (하노이(베트남)=뉴스1) 성동훈 기자 = 김혁철 북한 국무위원회 대미특별대표(오른쪽 두번째)와 김성혜 통일전선부 통일책략실장이 20일 오후 숙소인 베트남 하노이의 정부게스트하우스(영빈관)에 들어서고 있다. 김 특별대표는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를 비롯한 미국 대표단과 만나 정상회담 의제를 둘러싼 협상을 벌일 예정이다. 2019.2.20/뉴스1
협상의 성패는 영변 핵 폐기를 넘어서는 비핵화 조치와 미국의 제제완화 여부에 따라 갈릴 전망이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와 영변 외 우라늄·플루토늄 농축 및 재처리 시설 해체 등이 비핵화 의제로 오를 수 있다.

북한이 영변 핵을 넘어서는 중대 조치를 내놓을 경우 상응하는 보상 조치로는 남북경협 재개 카드가 유력하게 떠오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9일 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에서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견인하기 위해 남북경협 등 한국의 역할을 적극 활용해 달라"고 요청하면서다.


문 대통령은 중재자로서의 한국의 역할에 대해 "남북 철도·도로 연결부터 남북경제협력 사업까지"라고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조건없는 재개를 희망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재개를 염두에 둔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8일 한 행사에서 "남북 경제협력이 시작된다면 가장 먼저 쉽게 시작할 수 있는 것이 금강산 관광"이라고도 했다. 따라서 제재 빗장이 풀리지 않더라도 국제사회와 미국의 독자 제재를 우회할 수 있는 금강산 관광 재개가 상응조치로 논의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북미 예비 핵담판을 앞두고 나온 "대북 제재를 풀어주고 싶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도 주목할 만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제재들은 전부 유지되고 있고 제재를 해제하지 않았다"면서도 "그렇게 하려면(제재를 풀기 위해서는) 반대편(북한)에서 의미 있는 무언가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의미 있는 비핵화 조치를 내놓는다면 그에 상응하는 제재 완화 카드를 검토해볼 수 있다는 얘기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이 최근 방송 인터뷰에서 "제재 완화를 대가로 좋은 결과를 얻는 게 목표"라고 한 발언과 결이 같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이 마지막 회담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김 위원장과 후속 정상회담을 진행하는 등 단계적으로 접근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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