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오르니 빚내서 투자…코스닥 '신용거래' 주의보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19.02.20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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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비텍·아세아텍 등 대북·정치 테마주 신용거래 급증…'반대매매'시 주가급락 주의

@머니투데이 김지영 디자인기자@머니투데이 김지영 디자인기자


최근 주가가 양호한 흐름을 나타내면서 대출을 받아 주식을 거래하는 신용거래도 덩달아 늘고 있다. 특히 변동성이 크고 대외적 이슈에 영향을 받는 코스닥 테마주에 신용거래가 집중돼 투자에 주의가 요구된다. 신용거래가 많은 종목은 주가 하락시 자동으로 반대매매가 실행돼 투자자 손실이 더 커질 우려가 있어서다.

20일 금융투자협회와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지난 19일 코스닥 신용거래 융자잔고는 8억426만주로 지난해 10월10일 이후 약 4달 만에 8억주를 넘어섰다. 금액으로는 5조2600억원(지난 18일 기준) 규모다.



지난해 10월말 '대폭락장'을 겪은 이후 신용거래 잔고는 6억~7억주를 유지하다 올해 코스닥 시장 상승세로 신용거래가 늘면서 잔고가 대폭락 이전 수준으로 회귀한 것이다.

신용거래는 개인 투자자가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다. 레버리지 효과가 커 상승장에서는 수익률을 높일 수 있지만 주가가 하락할 경우 본인 의지와 상관 없이 반대매매가 진행돼 손실 우려가 크다. 증권사마다 차이가 있지만 통상 담보로 잡은 주식의 가치가 대출금액의 140% 밑으로 내려가면 그 차액만큼 강제로 매도된다.



신용거래 잔고가 많은 상황에서 하락장에 돌입하면 반대매매가 쏟아지면서 추가 하락을 부르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지난해 10월 대폭락장에서도 신용거래 매물이 단기에 시장에 쏟아지면서 하락 속도가 가팔랐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최근 코스닥 종목에서는 남북 경제협력 관련주나 정치 테마주에 신용거래가 몰리는 양상이어서 더 주의가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기업 실적보다 외부 요인에 의해 주가가 급변하는 테마주 특성상 과도한 신용거래가 독으로 작용해 하락폭을 더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코스닥에서 신용거래 잔고율(상장주식수 대비 신용거래 주식수 비율)이 가장 높은 종목은 오르비텍 (2,645원 ▲15 +0.57%)이다. 전체 주식의 12.73%가 신용거래로 코스닥 평균(2.2%)보다 6배 가량 높다. 오르비텍은 원자력발전소 유지·관리를 전문으로 하는 업체로 최근 2차 북미 정상회담 진전과 북한 비핵화 기대감이 커지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미국이 종전선언 가능성을 언급한 지난 1일 오르비텍 주가는 전일 대비 15.62% 올랐고 그 다음 거래일에도 16.14% 상승했다. 지난달 31일 229만주였던 신용거래 잔고는 지난 19일 303만주로 32.3% 늘었다.

대아티아이 (3,015원 ▼25 -0.82%)아시아종묘 (2,535원 ▲25 +1.00%), 좋은사람들 (1,055원 ▼10 -0.9%)도 남북경협 관련주로 엮이며 잔고율이 각각 10.59%, 9.8%, 9.64%를 기록 중이다.

자동차 부품업체 우수AMS (2,875원 ▲55 +1.95%)는 수소차 관련주로 떠오르며 잔고율이 두번째로 높은 11.76%를 기록했다. 황교안 관련주로 주목받은 아세아텍 (2,220원 ▲20 +0.91%)도 최근 주가 급등과 함께 신용거래도 급격히 늘었다. 황 전 총리가 자유한국당에 입당한 다음날인 지난달 16일 아세아텍은 상한가를 기록했고 이때를 기점으로 잔고율도 5.75%에서 10.84%로 2배 증가했다.

이밖에 반도체 관련 업종인 미코 (10,070원 ▼80 -0.79%)(10.81%)와 엘비세미콘 (7,230원 ▼40 -0.55%)(10.66%)이 최근 반도체주 강세의 영향으로 주가가 오르면서 신용거래가 늘었고, 서전기전 (4,585원 ▼85 -1.82%)(10.41%) 티플랙스 (2,870원 ▼20 -0.69%)(10.3%) 알에프텍 (3,910원 ▼25 -0.64%)(9.89%) 등도 잔고율이 높았다.

전문가들은 코스닥 종목의 시가 총액이 크지 않고 변동성이 커 특히 신용거래 잔고율이 높은 종목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시장의 전체적인 잔고율은 부담이 될 만한 수준은 아니다"라면서도 "변동성이 큰 테마주에 신용거래가 몰리는 것은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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