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 나일론원사 철수…섬유산업 한 시대 종언

머니투데이 우경희 기자 2019.02.19 16:58
글자크기
코오롱 나일론원사 철수…섬유산업 한 시대 종언


코오롱패션머티리얼(코오롱머티리얼-KFM)의 나일론-폴리에스터 원사사업 철수는 그 자체로 한국 섬유산업 한 시대의 종언이다. 코오롱은 1957년 나일론사를, 1969년 폴리에스테르사를 국내 최초로 생산 성공하며 섬유산업 근대화를 이끌었다. 하지만 섬유산업이 쇠퇴하면서 코오롱의 주력도 산업용 소재와 자재, 화학소재 등으로 차츰 옮겨갔다.

코오롱은 어려운 가운데도 패션사업부문을 기반에 두고 원사 부문을 독립시킨 코오롱머티리얼을 통해 그룹 모체 격인 원사사업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시장 상황 자체가 악화되면서 실적은 갈수록 나빠졌다. 코오롱머티리얼이 구미공장을 폐쇄하고 김천공장으로 생산라인을 일원화했지만 실적은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았다. 결국 2017년 448억원의 영업적자를 내며 결정적으로 기울었다.



사정이 이런 터라 코오롱의 원사 사업 철수는 사실상 기정사실이었다. 원사시장은 중국 업체들이 대규모 설비투자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갖춘지 오래다. 국내 기업들이 범용 원사 시장에서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에 따라 코오롱 역시 코오롱패션머티리얼 경영 컨설팅을 진행하는 등 사업 유지 여부를 깊이 고민해 왔다.

코오롱이 원사시장을 지키는 동안 수많은 기업이 명멸했다. HK(구 한국합섬), 금강화섬, 대하합섬 등이 대규모 폴리에스터 생산설비를 갖추고 시장을 흔들었지만 경영난 끝에 파산했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효성, 태광산업 등은 여전히 생산라인을 가동하고 있지만 중국과의 경쟁으로 시장 상황이 만만치 않다. 효성은 국내 생산 물량에 대해 범용 원사보다 고부가가치 소재로 전환했고, 태광산업은 생산설비를 축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오롱머티리얼 역시 생산라인 가동 중단을 막기 위해 수차례 자구안을 만들어 모기업인 코오롱인더스트리에 제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가운데 폴리에스터 원사 공급 계약에 대한 상당 규모 자금 회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회사에 결정적 고비가 왔다.

코오롱은 직원들에게 가동 중단을 통보하면서 타 계열사나 사업장으로 이전해주는 '전환배치는 없다'는 원칙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가동 중단이 확정되면 상당수 직원이 거리로 나앉게 된다. 선례를 비춰볼 때 노조와의 갈등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회사 측은 그러나 공식적으로 가동 중단이 최종 확정되지는 않았다는 입장이다. 코오롱 관계자는 "지속적인 실적 부진을 타개할 대책을 고심하고 있지만 확정된 내용은 없다"며 "인력 구조조정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놓고 고심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