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전사도 안돼" 진선미표 보도지침 논란에 "취지 설명할 것"

머니투데이 한고은 기자 2019.02.19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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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부, 성평등 방송 프로그램 제작 안내서 예상 밖 역풍에 분주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여성가족위원회의 여성가족부,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등 6개 기관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이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여성가족위원회의 여성가족부,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등 6개 기관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여성가족부가 내놓은 성평등 방송 프로그램 제작 안내서를 둘러싼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여가부는 안내서 제작 취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로 하는 등 예상 밖 역풍에 분주하게 움직였다.

19일 여가부에 따르면 여가부는 지난 13일 '성평등 방송 프로그램 제작 안내서'를 방송국, 프로그렘 제작사 등에 배포했다. 2017년 한차례 배포됐던 안내서에 방송 모니터링 사례를 반영한 보완본이다.



여가부는 "방송은 일상의 삶에 깊이 자리 잡고 있지만 '성평등'의 가치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며 "남성과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리거나, 여성이 처한 현실의 불평등을 바로잡는 데 영향력을 발휘하기보다 이를 확대, 재생산한다는 걱정의 목소리가 높다"고 안내서 배포 취지를 설명했다.

하지만 취지와 달리 이내 '외모 규제' 논란으로 번졌다. 성평등 관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열거된 일부 사례 대해서는 지나치다는 지적도 나왔다.



처음 논란이 된 부분은 안내서 부록으로 배포된 '방송 프로그램의 다양한 외모 재현을 위한 가이드라인'이다. 2017년 배포된 안내서에는 없던 내용으로 지난해 나온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미디어 외모·성형 재현에 대한 가이드라인 연구' 결과를 토대로 제작했다.
/자료=여성가족부/자료=여성가족부
여가부 관계자는 "이전부터 방송 제작 현장의 외모 획일성 문제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고, 이번 안내서를 배포하면서 함께 포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이드라인은 "대부분 아이돌 그룹의 외모는 마른 몸매, 하얀 피부, 비슷한 헤어스타일, 몸매가 드러나는 복장과 비슷한 메이크업을 하고 있다. 외모의 획일성은 남녀 모두 같이 나타난다"며 "비슷한 외모의 출연자가 과도한 비율로 출연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는 안내서가 실제 방송제작 현장에서 준수해야 할 사항으로 제시한 '성역할 고정관념을 깨고 다양한 삶을 보여줘야 한다' 항목과 관련된 것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양성평등 관련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에 근거한 내용이었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이에 "음악방송에 마른 몸매, 하얀 피부, 예쁜 아이돌 동시 출연은 안 된다고 한다. 군사독재 시대 때 두발, 스커트 단속과 뭐가 다르냐"고 비판했다.

스포츠 중계에서 남성은 '태극전사' 같이 능력중심으로, 여성은 '미녀요정' 같이 외모중심으로 소개하고 있는 것 아닌지 점검해봐야 한다거나 뉴스 또는 오락 프로그램에서 동등 수준의 역할 수행을 할 수 있게 남녀 진행자를 선정해야 한다는 안내서 내용에 대해서도 기계적인 균형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여가부는 지난 18일 입장자료에서 "안내서는 방송의 과도한 외모 지상주의가 불러오는 부정적 영향에 경각심을 갖고 성역할 고정관념, 선정적 용어 사용에 민감성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라며 "규제나 통제라는 일부의 비판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방송 현장에서 자율적으로 지켜야 할 내용을 권고 수준으로 담은 것이라는 설명이다.

논란이 확산되면서 '슈퍼맨이 돌아왔다', '집밥 백선생' 같이 육아와 요리에 대한 성별 고정관념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방송 제작을 장려한 부분은 관심 밖으로 밀리고 있다는 안타까움도 묻어난다. 안내서에는 '여직원', '여의사' 같이 여성에게만 '여'자를 붙여 호칭하는 문제 등 불합리한 방송 관행에 대한 문제제기도 적지 않았다.

여가부 관계자는 "담당 부서를 중심으로 안내서 발간 취지를 보다 정확히 설명하기 위한 자료를 준비하고 있고, 조만간 추가적으로 발표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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