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런정페이 화웨이 회장의 변신에서 본 것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진상현 특파원 2019.02.20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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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반 화웨이 캠페인에 맞서고 있는 런정페이 중국 화웨이 회장이 다시한번 서방 언론 앞에 섰다. 그는 18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화웨이 장비를 쓰지 말라고 일시적으로 많은 나라를 설득할 수는 있겠지만, 우리를 부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여간해선 공식석상에 나타나지 않아 '은둔의 경영자'로도 불렸던 런 회장의 최근 행보는 같은 사람인가 싶을 정도다. 중국 언론은 물론 서방 언론과의 인터뷰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중국 정부로부터 부당한 정보 제공 요구를 받은 적이 없다" "중국 내 어떤 법도 특정 기업에 의무적으로 백도어(우회 접근 통로) 설치를 요구하지 않는다" "나는 중국을 사랑하고 공산당을 지지하지만 세계에 해를 끼치지 않았다" 지난달 15일 블룸버그통신, 월스트리트저널(WSJ),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들과 가진 인터뷰를 통해 전세계로 퍼진 런 회장의 주장이다.

런 회장의 잇따른 외신 인터뷰를 보면서 중국과 같은 언론 환경이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중국의 주요 언론 보도는 정부 영향을 직접 받는 관영 언론들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민영 언론사도 있지만 관영 언론들의 기사 논조를 크게 벗어나는 일이 드물다. 혹시라도 정부 시각과 다른 내용이 보도되더라도 검열을 통해 금방 내려진다. 인터넷상의 기사에 대한 감시와 검열에는 그 유명한 '만리방화벽(중국 만리장성과 컴퓨터 방화벽의 합성어)'이 동원된다.



얼마 전 중화권 유력 매체인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의 주요 경제 지표 보도와 관련해 신화통신, 중국중앙(CC)TV, 인민일보 등 중국의 주요 관영 언론과 외신들의 보도 내용을 비교하는 기사를 실었다. 외신들은 세계 2위 중국 경제의 침체 우려를 강하게 제기한 반면 중국 관영 언론들은 같은 지표라도 긍정적인 부분에만 포커스를 맞췄다. 그나마도 주요 외신들은 VPN(가상사설망)이 없으면 중국 내에서 접속이 불가능하다.

서방 언론들이 중국 언론처럼 정부 시각만을 보도했다면 런 회장의 주장은 제대로 세상에 전파될 수 있었을까. 중국의 언론과 사회 시스템은 이를 활용하는 입장에선 효율적일지 몰라도 그 반대편에 서는 순간 끔찍한 나락으로 떨어진다. 실제로 중국 정부로부터 비리나 부패 혐의를 받고,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는 기업인, 부호, 고위공직자들이 부지기수다.



런 회장이나 중국 정부가 이번 일로 단번에 '언론의 자유'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다. 하지만 미국과 갈등 중인 중국이 지금의 위기를 넘어서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이런 '역지사지'다. 중국이 미국과의 무역 전쟁에서 밀리고 있는 것은 힘의 차이기도 하지만 우군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미국의 외교정책을 주도하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올해 다보스 포럼 화상 연설에서 북한 핵, 이란의 모험주의, 테러리즘 등과 함께 '중국의 국가 중심 경제, 이웃들에 대한 호전성, 자국내 전체주의 수용' 등을 세계를 위협하는 요소로 꼽았다. 중국에서 사업을 해본 외국 기업이라면, 한국처럼 중국과 갈등을 겪어본 국가라면, 중국의 획일화된 사회 체체를 접해본 사람이라면 아마도 부정하기 힘든 지적들이다.

폼페이오 장관이 열거한 중국의 특성들은 언론 통제처럼 주도하는 쪽에선 더없이 좋을지 모르지만 반대편에선 불공정이자 도발이다. 세계 최강국 미국이 위협을 느낄 정도로 영향력이 커진 지금, 중국은 다른 국가들과 좀더 조화롭게 사는 법을 고민해야 한다. 그 해답은 자신들의 입장이 아닌 상대방의 입장에서 스스로를 돌아볼 때 더 선명해질 것이다.

[광화문]런정페이 화웨이 회장의 변신에서 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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