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로 역사에 남으려는 트럼프 "김정은 지쳐보인다"

머니투데이 김평화 최경민 기자 2019.02.19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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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포스트 하노이, 넥스트 코리아]4. 김정은 VS 트럼프-② 협상왕 트럼프

편집자주 2월 27~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다. 머니투데이 the300은 역사적인 이 회담의 성과를 전망하고 '포스트 하노이, 넥스트 코리아'의 모습을 제시한다.

/그래픽=이승현 기자/그래픽=이승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3일 CBS 인터뷰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향해 "지쳐보인다"고 했다. 스위스 유학파 출신으로 자본주의의 맛을 하는 김 위원장이 낙후된 북한의 경제 상황에 지쳤다는 말도, 자신의 가한 최대한도의 압박에 김 위원장이 지쳤다는 말도 모두 성립되는 언급이었다.

지친 협상 상대가 결국 '빅딜'에 합의할 것이라는 자신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내민 당근은 달콤해 보인다. 지난해 말 문재인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는 김 위원장에게 "남은 합의를 마저 이행하면 바라는 것을 이뤄주겠다"는 뜻을 전했다. 최근에는 "북한은 경제적인 '로켓'이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형적인 '워싱턴 정치인'이 아니다. 철저한 사업가다. 사업가가 대가없이 공짜로 뭔가를 주는 법은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건 확실하다. 경제성장을 줄테니,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를 하라는 것이다.

그는 "제재해제는 핵무기가 더이상의 안보적인 요인이 아닐 때 하겠다"며 비핵화가 20%만 진행되면 불가역단계라고 말해왔다. 김 위원장에게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셈이다. "핵무기를 보유한 채로는 경제대국으로 만들 기회를 잡을 수 없다"고 선을 긋는다.



연일 "서두를 필요 없다"며 일견 느긋하게 협상을 지휘하고 있다. '아쉬운 쪽은 지쳐있는 김 위원장'이라는 속내로 해석된다. 협상의 주도권을 자신이 쥐고 있다는 판단이다. "우리는 그저 (핵)실험이 없기를 바란다. 알다시피 제재는 모두 그대로 남아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주도력에서 오는 여유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협상 전략이자 무기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김 위원장을 만나 "협상 가능한 상대"임을 확인한 상태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김 위원장과 회담에서 '강한 악수'를 청하는 등 기선제압을 하기도 했지만, 곧바로 "진정성은 1초면 알 수 있다. 똑똑하고 좋은 협상가로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호평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것은 역사에 남을 수 있는 확실한 업적이다. 명성에 집착하고, 자기과시적 면모가 강한 게 트럼프 대통령의 캐릭터다. "이게 모두 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도력 덕분"이라는 화법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신뢰를 사며 북미 간 중재를 해온 문재인 대통령의 전략에서도 엿볼 수 있는 면모다.


아예 미국 정부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노벨평화상 후보로 트럼프 대통령을 추천하도록 요청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지난해 4월 미국 미시간주 유세에서 지지자들이 "노벨, 노벨, 노벨"이라고 외친 것에 웃음을 감추지 못한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을 모두가 기억하고 있다.

업적에 집착하는 것은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위한 선거가 내년 11월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의 셧다운 등 이슈로 트럼프 대통령은 정치적인 궁지에 몰렸다. 여론조사와 언론을 믿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이지만, 김 위원장을 상대로 마냥 여유부릴 상황은 아닌 것이다.

국정운영의 반전을 위해 모멘텀을 확보해야 하는데, 가장 확실한 카드 중 하나가 북핵 해결이다. 이 과정에서 북한의 비핵화라는 확실한 업적을 이룩해 노벨평화상이라도 수상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에도 천군만마가 될 수 있다.

즉흥적이면서 거래를 중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성격상, 하노이 담판에서 김 위원장이 비핵화 조치에 소극적인 면모를 보일 경우 기대 이하의 합의문이 나올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남은 임기 동안 '빅딜' 성사에 꾸준히 관심을 보일 것이다. 북한의 지정학적 위치를 고려했을 때 자신의 가장 큰 관심사인 중국과의 무역전쟁에 연계할 수 있는 이슈이기도 하다.

협상의 달인으로 불려온 승부사적 기질 역시 '빅딜'을 성사시키기 위한 동력이 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저서인 '거래의 기술에서 "내가 거래를 성사시키는 방식은 아주 간단하고 분명하다. 목표를 높게 잡은 뒤 목표 달성을 위해 전진에 전진을 거듭할 뿐"이라며 "나는 크게 생각하기를 좋아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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