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이승현 기자](https://thumb.mt.co.kr/06/2019/02/2019021814287669416_1.jpg/dims/optimize/)
이런 생각은 지난해 9월 우리측 대북특사를 만난 자리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내에 북미관계 개선과 비핵화를 실현했으면 한다"고 밝힌 것. 트럼프 대통령을 '협상 가능한 인물'로 보면서도, '재선을 장담할 수 없는 미국 내 정치적 상황'에 대한 우려가 함께 담긴 메시지였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나를 믿어달라"며 속전속결 협상 의지를 보여왔다. 지난해 9월 평양 남북 정상회담에서는 "이 상황에서 속임수를 쓰거나 시간 끌기를 해서 도대체 얻을 게 뭐가 있나"라며 "(협상이 결렬될 경우) 미국의 보복을 감당할 수 없다. 진정성을 믿어달라"고 말했다.
"내가 말하는 비핵화는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완전한 비핵화'와 전혀 차이가 없다"고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CVID(완전하며 검증가능하고 되돌릴 수없는 비핵화)이든, FFVD(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이든 모두 수용가능하다는 뜻이다.
김 위원장이 '완전한 비핵화'의 대가로 바라는 것은 제재완화다. 김 위원장의 리더십은 김일성·김정일과는 차이가 있다. 스위스 유학파 출신으로 애플 컴퓨터를 쓰고, NBA(미 프로농구)에 열광하는 김 위원장의 리더십은 경제적 가치 를 기반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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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지난해 협상 시작 국면에서 '핵-경제 병진노선'을 사실상 폐기하고 '경제 총력'을 내세웠다. 올해 신년사에서 "미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고 제재와 압박으로 나간다면 어쩔 수 없이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수 없다"고 한 것도 그만큼 제재완화가 시급한 과제라는 맥락에서 이해 가능하다.
김 위원장이 언급한 '다른 길'이라는 것은 친중노선으로의 회귀로 해석됐지만, 협상용 메시지 이상의 의미는 부족하다. 김 위원장이 원하는 경제 개발의 길은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사회의 제재완화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김 위원장은 북한 경제가 중국에 종속돼 가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중 사이에서 최대한 많은 경제적 이득을 남겨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무역전쟁을 마무리해야 하는 중국 입장에서도 북한이 미국과 협상을 깨고 동북아 냉전을 몰고오는 것은 바라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와 협상'은 김 위원장에게 거의 유일하게 나 있는 길이다. 스스로 강조해온 '경제 총력'을 물리고 '고난의 행군'을 택한다면 '최고존엄'으로 불리는 김 위원장의 북한 내부 입지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
적어도 연내에는 자신이 신년사에서 언급한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이 미리 제안한 영변 핵시설 폐기에 '플러스 알파'를 협상판에 올릴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의 '완전한 비핵화'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가진 가장 큰 카드가 '제재완화'라는 것을 김 위원장이 모를리가 없다.
김 위원장의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생각, 그리고 처한 상황, 모두 하노이의 담판에서 '빅딜'이 기대되는 이유다. 북한의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고르디우스의 매듭'(복잡한 문제를 단번에 풀어내는 묘수)을 풀었다고 했다. 협상을 중재하고 있는 청와대는 "정상 간의 통 큰 합의를 통해 난마처럼 꼬인 문제를 풀어갈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