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강성부 펀드, 한진칼에 주주제안 자격 없다"

머니투데이 김남이 기자, 신아름 기자 2019.02.18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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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보유 법인 설립기간 주주제안 기준 6개월 안돼…"주주권 기본 지식 없이 여론 몰이"

한진그룹에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한 강성부 펀드(이하 KCGI)에게 '주주제안 권리'가 없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주주제안을 위해서는 한진칼 지분을 6개월 이상 보유해야 하지만 법인 설립 기간 자체가 6개월이 안 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KCGI가 기본적인 주주권 행사 지식도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과거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의 경우 국내 기업에 주주제안을 했으나 주식 보유 기간이 6개월이 안되자 주주제안을 철회한 바 있다.



[단독]"강성부 펀드, 한진칼에 주주제안 자격 없다"


◇'한진칼' 주식 보유 기간 6개월 안되는 KCGI, 주주제안 권리 無=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진칼 (64,000원 0.00%) 지분 10.8%를 보유 중인 유한회사 그레이스홀딩스 등기설립일은 2018년 8월 28일이다. KCGI는 지난달 31일 그레이스홀딩스를 통해 한진칼에 △감사 선임 △사외이사 선임 △석태수 사장의 사내이사 제외 등의 내용을 담은 주주제안서를 보냈다.

업계에서는 KCGI에게 주주제안 권리가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KCGI가 주주제안을 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추기 위해서는 6개월간 한진칼 지분을 보유해야 한다. 주주제안서 송부 시점(1월 31일)을 기준으로 6개월 이전인 지난해 7월 31일 이전에 한진칼 지분을 보유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레이스홀딩스의 법인 등기사항. 설립일이 2018년8월28일로 나와있다. 그레이스홀딩스의 법인 등기사항. 설립일이 2018년8월28일로 나와있다.
하지만 KCGI가 설립한 그레이스홀딩스 등기 설립일은 지난해 8월 28일로 6개월이 안된다. 상법 제542조(특례조항)에는 자본금 1000억원 이상의 상장사의 경우 주주가 6개월 전부터 0.5% 이상의 주식을 보유해야 소수주주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KCGI 법률대리인을 맡고 있는 한누리의 홈페이지에도 "상장기업(1000억원 이상)인 경우 6개월 전부터 발행주식 총수의 0.5%의 주식을 가진 주주는 일정 사항을 주총 안건으로 제안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주주제안서는 주주총회 6주 전에 제출해야 한다. 보통 정기주총이 3월에 열리는 것을 감안하면 그레이스홀딩스는 설립 때부터 물리적으로 올 정기주총에 주주제안을 할 수 없다.


KCGI가 권리도 없는 주주제안을 한 셈이다. KCGI는 한진칼에 주주제안서를 보낼 당시 6개월 이상 주식을 보유했음을 증명하는 서류를 보내지 않았다.

한진그룹 내부에서도 KCGI 주주제안 권리에 대해 의문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진칼 외에 KCGI가 주주제안을 한 ㈜한진 (21,200원 ▲200 +0.95%)도 주주제안 권리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KCGI 펀드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한누리 홈페이지 캡처KCGI 펀드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한누리 홈페이지 캡처
◇엘리엇도 '6개월 조항'에 패소, 주주제안 철회 경우도= 소수주주권한은 2015년 삼성물산과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간 분쟁 당시에도 문제가 됐다. 엘리엇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주총 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으나 법원은 엘리엇에 자격이 없다며 모두 기각했다.

당시 엘리엇은 상법 402조의 '지분의 1% 이상 보유한 주주'가 가진 유지청구권(일반조항)을 앞세웠으나 법원은 특례조항(6개월 이상 보유)을 우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상장사 주식을 사들여 소수주주권을 행사하고 다시 파는 식으로 해당 조항이 악용될 소지가 있어서다.

서울지방법원은 "상장사에 대한 소수주주권 행사 요건으로는 특례조항(지분 6개월 이상 보유)만 적용된다고 해석함이 타당하다"며 "채권자(엘리엇)가 6개월 전부터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다"고 엘리엇 요청이 부적법하다고 판결했다.

2016년에는 미국계 펀드 SC펀더멘털이 GS홈쇼핑에 주주제안을 했으나 지분 보유기간이 법정 기준이 6개월이 안 된 사실이 알려지자 스스로 주주제안을 철회하는 일도 있었다. 당시 업계에서는 SC펀더멘털이 처음부터 주주제안 자격이 안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주가를 올리기 위해 주주제안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업계 관계자는 "KCGI가 주주권 행사를 위한 기본적인 지식도 없이 '토종' 한국 행동주의 펀드라는 명분을 앞세워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며 "투자자를 기만하는 행위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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