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를린 시내 전경 /사진=위키커먼스
다행히 나만 이런 것 같진 않았다. 독일에 관광을 갈 계획인 이들에게 "왜 독일에 가냐"고 물으면 답은 언제나 같았다. "몰라요, 그냥… 뭐 딱히 어떤 걸 기대한다기보다…"라는 답 말이다. 독일에 특별한 관심을 가진 이는 딱히 없어보였다.
그렇다면 대체 어떤 매력이 독일로 관광객을 끌어모았을까. 당연한 이야기부터 시작하자면, 다들 알고 있듯 독일은 경제 강국으로 선진국이다. 우리에게 삼성, 현대, LG 등이 있다면 독일엔 벤츠, BMW, 아우디, 폭스바겐, 포르쉐, 지멘스, 보쉬, 티센크루프, 지멘스 등이 있다. 독일에 도착해 시내를 둘러보면, 모든 택시가 벤츠임에 깜짝 놀란다. 독일이 선진국이라는 점은 매력적인 부분일 테다.
그렇다면 정말 사람들은 이런 학술적 이유로 독일을 방문했을까. 물론 그런 이들도 있겠지만, 독일이 '세계 3대 관광 강대국'으로까지 거듭난 데는 독일 관광청의 노력이 주효했다고 본다.
슬로시티 인증 마크. /사진=위키커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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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된 대부분 도시들은 인지도가 높아져 관광객이 큰 폭으로 증가했고, 소득이 향상됐고 고용도 높아졌다. 지역 전통·고유문화를 유지·발전시켜 지역의 소속감·정체성·자부심 등이 높아져 사회적 지속 가능성을 향상시켰다는 장점도 있다.
한국의 신안군 증도면, 완도군 청산면, 장흥군 유치면, 담양군 창평면, 하동군 악양, 예산군 대흥면 등도 슬로시티 인증을 받았다. 이탈리아 남부의 아주 작은 도시 포지타노가 슬로시티를 선언한 뒤 독특한 매력을 가진 인기 관광지가 된 건 대표적 성공 사례다.
독일 헤스부르크 전경 /사진=위키커먼스
주민 1만2500명에 불과한 헤스부르크는 매해 독일 관광객 2만5000명과 외국 관광객 10만명 이상을 끌어모으고 있다. 이중 2000명 넘는 외국인들은 1박 이상을 헤스부르크에서 머문다. 한국에도 수많은 슬로시티가 있지만, 이처럼 성공하지는 못했다는 점에서 독일이 기울인 노력에 관심이 간다.
헤스부르크는 독일이 독일다운 노력을 기울여 탄생한 관광마을이다. 헤스부르크 주민들은 마을 곳곳에 18개의 조각작품을 설치해 마을에 독특한 매력을 불어넣었다. 헤스부르크는 다수의 축제도 기획했다. 매년 1월엔 '독일목동박물관' 축제, 7월말~8월초에는 '알트슈타트페스트', '사과의 날' 축제 등이 열린다. 2004년부터 헤스부르크가 개최한 '꽃장식 대회'도 도시를 더 아름답게 거듭날 수 있도록 했다.
뿐만 아니다. 헤스부르크 주민들은 마을 9~11세 어린이들에겐 어릴 때부터 요리를 가르치며 고향을 사랑하도록 가르친다. 2000년 초반부터 진행된 이 같은 '미니쿡 프로젝트'는 이들이 성인이 돼 헤스부르크를 이끌어갈 수 있도록하는 자양분이 됐다.
독일은 과거의 아픈 기억, 즉 나치와 유대인에 관련된 기억들도 가감없이 공개했다. 처절하게 반성하기 위해 과거의 과오를 공개했는데 이것들은 결국 독일의 관광상품이 됐다. 잔혹한 참상이 벌어진 역사적 현장이나 자연재해 장소를 방문해 의미를 되새기는 '다크투어리즘'(dark tourism·다크투어)이 최신 여행 트렌드가 됐기 때문이다.
독일 베를린에 위치한 슈톨퍼스타인 /사진=위키커먼스
같은 맥락에서 독일인들이 베를린 한복판에 만든 유대인 학살추모공원이나 유대인 박물관, 홀로코스트 메모리얼 등도 마찬가지다. 과오가 아니더라도 '분단'이라는 과거의 아픈 기억 역시 다크투어의 일환이 됐다. 베를린 장벽은 이제 인기 관광지가 됐고, 베를린 장벽 조각 역시 관광 기념품으로 자리했다.
하지만 다른 그 무엇보다 독일, 그중에서도 베를린이 요즘 가장 핫한 관광지로 뜬 건 2015년 이후 전세계적으로 분 '힙스터' 열풍 때문이다. 힙스터란 보통 주류 문화에서 조금 벗어나 인디음악이나 독립영화 등 하위 문화를 소비하고, 힙스터의 필수품 '커피'와 '맥주'를 생활화해 마시는 이들을 가리킨다. 이들은 주로 공정무역이나 채식 등 사회 운동에도 적극적이다. 통일을 이끌어낸 베를린 청년들은 힙스터들에게 가장 구미가 당기는 도시임에 틀림없다.
베를린 브랑겔거리(Wrangelstraße)/사진=위키커먼스
자, 이처럼 독일은 가장 인기있는 관광지가 됐다. 이제 누구나 독일(특히 베를린)을 가고 싶어하고, 독일의 다양한 모습을 즐기고 싶어한다. 그런데 이렇게 독일 관광청의 노력이 들어맞아 성공한 순간, 독일에서는 환희가 아니라 분노가 들끓었다. 대체 독일에선 무슨 일이 있던 것일까. 다음 편에서는 '성공한 관광지' 독일의 반응과, 현대 관광이 지닌 문제들을 짚어본다.
☞[이재은의 그 나라, 독일 그리고 관광객 ②]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