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울프하운드의 피시앤칩스/사진=더울프하운드
정과 흥이 넘쳤다. 묵던 호텔 근처인 동네 펍(Pub)에 잠깐 목을 축이기 위해 들렀을 뿐이다. 사람들은 혼자 바에서 맥주를 홀짝이고 있던 나에게 많은 관심을 가졌다. 축구 얘기 등 즐거운 얘기들을 흥겹게 나눴다.
사람들은 흥에 넘쳐 술 한잔씩을 돌렸고, 나도 분위기에 편승해 주량을 넘어 과음했다. 결국 다음 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지옥을 경험했다. 유명한 아일랜드산 위스키 '제임슨'도 그때 처음 접해봤다.
아일랜드 하면 유럽에서도 술을 가장 많이 마시는 술꾼들의 나라로 손꼽힌다. 유럽 국가들 중 순수하게 술을 마시러 2차를 가는 몇 안되는 국가다. 더블린에서의 경험은 정말 유쾌한 추억이다.
아일랜드 더블린을 방문하기 이전부터 아이리시 펍을 좋아했다. 쌉싸름한 맛의 기네스를 좋아해 잘하는 집을 찾아다니다 우연히 방문하게 된 곳이다. 바로 이태원에 위치한 아이리시펍 '더울프하운드'다.
더블린 템플바와 같이 그야말로 정통 아이리시 펍으로 부를 수 있는 몇 안되는 곳이자 한국에 거주하는 아일랜드인들이 모임 장소로 애용하는 곳이기도 하다. 기네스의 쌉싸름한 맛에 반해 십수년 전부터 단골이 됐다. 이 집을 찾는 이유 중 하나는 기네스와 최고의 궁합을 자랑하는 '피시앤 칩스' 때문이다. 갓 튀겨낸 대구 튀김에 식초를 뿌려 먹는데 조화가 뛰어나다. 맥주 한잔을 할 때 자꾸 생각나는 맛이다. 소고기와 매쉬 포테이토, 체다치즈 등이 들어간 '쉐퍼드파이'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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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젊은 층들이 좋아하는 세련된 '힙'(Hip)한 분위기는 아니다. 동네 호프집 같은 평범한 인테리어는 술 한잔 하러 오는 방문객에 편안함을 준다. 오랫동안 방문해도 질리지 않고 사람을 압도하지 않아 계속해서 들르게 된다. 투박한 아이리시펍이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이태원에서 여전히 살아남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실 이태원에는 내가 좋아하던 음식점들이 많이 있었지만 지금은 많이들 사라졌다. 벨기에식 홍합찜과 감자튀김을 팔던 유명한 프렌치 브라세리 '라시갈몽마르뜨'가 없어진 게 대표적이다. 추후 '앙드뜨와'(Un deux trois)로 바뀌어 프렌치 브라세리의 명성을 이어갔지만 결국 빠르게 변하는 이태원의 변화에 밀려 사라지고 말았다.
더 이상 라시갈몽마르뜨와 앙드뜨와의 물프리뜨(Moule et Frites·홍합찜과 감자튀김) 요리를 먹을 수 없다는 것은 큰 슬픔이다. 물프리뜨를 하는 곳이 생겨나지만 정통의 맛을 구현한 곳을 찾긴 쉽지 않다.
최근 술을 멀리하는 바람에 자주 방문하지 못했다. 아일랜드 더블린의 추억을 생각하고 오래된 집들이 살아남기를 바라며 피시앤칩스를 먹기 위해 조만간 다시 방문하려 한다.
사진=울프하운드